법조 브로커 김홍수 씨로부터 사건 청탁 명목으로 1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모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일선 부장판사급)에 대한 첫 공판에서 피의자 김 씨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황현주 부장판사) 심리로 13일 열린 첫 공판에서 김 전 부장판사는 검찰 신문에 앞서 "나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으니 재판장께서 양해해 달라"며 진술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전 부장판사는 이어 "검찰 조사시 불기소 목적으로 많은 정보를 제공했는데 이제 와서 검찰이 나의 진술을 탄핵하려 한다"며 "방어권을 행사하겠다"고 자신을 기소한 검찰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김 씨의 변호인 측도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고 판단된다. 유죄 입증이 되는지 의심스럽다"며 "검찰이 공소사실에 대해 자신이 있다면 증거와 자료를 일괄 제출해 주기를 바란다"고 되레 검찰을 몰아붙였다.

본격적인 검찰 신문이 시작되자 김 전 부장판사는 자신이 공언한대로 진술거부로 일관했다. 검찰은 법조 브로커 김홍수씨를 만난 경위,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 변호사 소개 여부 등에 대해 집중 추궁했으나 피의자 김씨는 "진술을 거부하겠다"며 침묵을 지켰다.

김 전 부장판사는 검찰의 60여건에 달하는 피의자 신문에 한결같이 이같은 방식으로 응대했다. 김 전 부장판사가 유일하게 진술한 대목은 단 한 차례. 그것도 자신의 혐의없음을 항변한 부분이다.

김 전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집 앞에서 김홍수로부터 현금 1천만원이 든 쇼핑백을 건네받은 적이 있느냐"는 검찰 신문에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김 전 부장판사는 이렇게 답변 직후 또다시 검찰 신문에 진술거부로 일관했다.

김 전 부장판사의 진술거부로 이 날 첫 공판은 변호사의 반대신문 없이 30분 만에 끝났다. 공판이 끝나자 김 전 부장판사는 검사석으로 다가가 검사들과 웃으며 악수를 나누는 여유까지 보이며 유유히 법정을 빠져나갔다.

다음 공판은 25일 오전 10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