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9일 서울 뚝섬 유원지에서 열린 '아름다운 가게' 주최의 나눔장터에 참가, 어머니인 고(故) 육영수 여사의 유품인 찻잔과 그릇을 불우이웃돕기 경매에 내놨다. 육 여사의 유품인 찻잔과 그릇은 각각 1천20만원과 5백21만원에 낙찰됐다.
육 여사의 유품 경매는 오후 12시부터 2시까지 진행됐고 각각 19명씩 경매에 참여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자신의 어머니가 육 여사를 너무 좋아해 1백만원을 적어냈다는 한 시민은 경매가가 1백만원을 쉽게 넘어가자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비가 내리는 악조건에서도 근혜천사 회원 등 시민들이 내어놓은 옷가지와 각종 중고물품 등을 판매했다. 박 전 대표는 앞치마를 두르고, 미니홈피 방문자인 심해중 씨(24.대학생), 김종성 씨(42.회사원)와 함께 1시간 30여분 동안 직접 판매에 나서기도 했다. 육 여사 유품 경매와 박 전 대표가 판매한 액수를 모두 합쳐 1천6백90만원의 수익이 났고, 수익금은 나눔장터측에 낼 10%를 제외한 후 용산구의 쪽방촌에 전달될 예정이다.
수익금을 용산구 쪽방촌에 전달한다는 계획은 박 전대표의 미니홈피에 5백만번째로 방문, 이날 행사에 참석한 심해중 씨의 아이디어였다.
박 전대표는 "오늘 내놓은 유품은 어머니가 평소 좋아하던 은방울꽃 무늬가 새겨진 접시와 찻잔으로 청와대에서 외국 귀빈을 맞을 때 쓰시던 것"이라며 "뜻깊은 물건이라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박 전대표는 '이 같은 행보가 대권을 의식한 것이 아닌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며 "그동안 조금 쉬었기 때문에 그렇지 평소에 이런 활동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행사에서 시민들의 사인 요청을 일일이 응하고, 판매에 참여한 참석자들과 사진 촬영을 하는 등 시민들과의 스킨십 시간을 갖는 데 주력했다. 최근 간간히 나오던 정치적 발언은 전혀 없었다.
박 전대표는 이날 나눔장터에 참석하기 전 자신의 미니홈피에 5백만번째 방문자인 심해중 씨, 4백만번째 방문자인 김종성 씨와 함께 뚝섬 유원지 근처 레스토랑에서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손수 준비한 김밥과 유부초밥 도시락을 갖고 와 홈피 방문자들과 함께 먹었다. 원래는 야외에서 피크닉 분위기를 낸다는 계획이었지만 궂은 날씨 때문에 실내에서 조촐한 행사가 진행됐다.
심씨와 김씨는 박 전 대표에게 각각 떡과 성경책을 선물했고, 박 전대표는 이들에게 자신의 에세이집 '결국 한줌, 결국 한점'을 선물했다.
박 전대표는 이들과의 만남에서 심씨에게 "주로 눈팅을 즐기시네요"라는 말을 해 젊은이들의 문화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고, 젊은이들에게 "젊은 세대들이 나라가 어려울 때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과 유정복 전 비서실장, 이정현 전 부대변인 등이 참석했고 전재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나눔장터를 잠시 찾아 스카프 7장을 산 후 돌아가기도 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박 전 대표를 보기 위해 뚝섬 유원지를 찾아 나눔장터는 장사진을 이뤘다.
박 전대표는 행사를 마친 후 지난 9일 밤 자신의 미니홈피에 "비가 내리고 날씨도 쌀쌀했지만 행사장 만큼은 따뜻한 온정이 넘쳤고, 그 곳에서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었기에 너무나 기뻤다"며 "녹색 앞치마를 두르고 열심히 판매하던 숨은 봉사자들의 밝은 표정과 물건을 구매하면서 진심으로 기뻐하는 그 분들의 모습을 보며 저는 희망과 감동을 느꼈다"고 소회를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