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근민만 영입? 전두환도 영입하지"
<뷰스칼럼> '우근민 파동'에 침묵하는 민주당을 보고
지난 2002년 대선 '이회창 대세론'의 위세가 대단했을 때 일이다. 그해 여름 선거는 거의 끝난 것처럼 보였다. 이회창 후보가 일방 독주하는 가운데 노무현, 정몽준 등은 간신히 10% 초반에 머물러 있었다.
이때 이회창 진영은 '마지막 굳히기'에 들어갔다. 이회창 후보에게 줄을 대기 위해 몸살 난 온갖 정치철새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여야 가리지 않고 끌어들였다. 예외없이 한물간, 국민들에게 거부감이 대단한 구태인사들이었다.
이회창 캠프 관계자에게 "도대체 뭐가 부족해 그러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나온 답이 "흰 정치인이든 검은 정치인이든 올 때 수천표, 수만표씩 갖고 온다"는 것이었다. 덩샤오핑의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을 빗댄 '흑표백표(黑票白票)'론이었다.
결과는 치명적 자충수였다. 이들이 몰려들수록 이회창은 점점 '앙시앙 레짐(구시대)'의 상징이 돼 갔다. 뒤늦게 '아차' 싶은 이회창 후보가 지구당사마다 효순이-미선이 위로 플래카드를 내거는 등 '변신'을 도모했으나 버스는 이미 떠난 뒤였다. 결국 구시대 상징 이회창 후보는 쓰디쓴 고배를 마셔야 했다.
2010년 민주당의 '우근민 영입'
8년 뒤인 지금, 비슷한 풍광이 민주당에서 목격되고 있다. 대법원에서까지 성희롱 확정판결을 받은 우근민 전 제주지사 영입 파동이 바로 그것이다.
2002년 한나라당과 다른 것은 지금 민주당은 '대세론'은커녕 지지율이 바닥을 헤매고 있는 처량한 처지라는 사실이다. 그래선 더 그랬나. 민주당 지도부는 우근민 전 지사를 덜컥 받아들였다. 이유는 지금 제주지사 후보자 여론조사에서 우 전 지사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 전 지사를 받아들이면, 6.2지방선거에서 제주지사 하나는 확실히 챙길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우 전 지사 영입에 강력 반대해온 여성계는 즉각 "민주당은 앞으로 '성희롱당'이라 불릴 것"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남편과 자식이 있는 여성단체장 고모 여인을 자신의 집무실에서 가슴을 더듬는 행위를 한 사실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 난 우 전 지사를 영입했으니, 그럴 수밖에.
앞서 민주당 제주지사 경선에 뛰어든 고희범 전 <한겨레> 사장은 "6·2지방선거 필패구도를 형성함으로써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길 것이 분명하다"고 단언하기까지 했다. 지금 한나라당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침묵하고 있지만, 지방선거전이 본격화하면 이 '호재 중의 호재'를 가만 두겠냐는 거다. 실제로 선거전이 본격화하면 한나라당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민주당은 성희롱당"이라고 확성기를 틀고, 그러면 전국의 여성표는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져 나갈 게 불을 보듯 훤하다는 우려 제기다.
우 전 지사를 영입한 당 지도부조차 똑 부러지는 해명을 못 하고 있다.
이미경 사무총장은 "도덕성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점은 다소 인정을 하고 있다"며 "정치가 참 어려운 것 같다. 도덕성 잣대만 높여서 되지 못 하고 또 상대에 이기기 위한 당선 경쟁력 사이에 언제나 갈등과 조정, 이런 게 있는 것 같다"고 머뭇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사무총장 자신도 한때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까지 지냈던 '여성운동가' 출신이기 때문이리라.
지금 민주당은 '고요한 절간'
더 큰 문제는 이렇듯 결코 간과해선 안될 '일대 사건'이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조용하다는 점이다.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한결같이 '침묵'하고 있다. 만약 한나라당에서 여기자 성추행 파문으로 탈당한 최연희 의원을 받아들인다면, 아마도 이들은 벌떼처럼 일어나 "역시 한나라당은 성추행당"이라고 총공세를 펼쳤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은 절간처럼 조용하다.
하지만 속내는 꼭 그렇지도 않아 보인다. 민주당 중앙당은 5일 당원자격심사위원회(위원장 이미경)를 열고 우 전 지사 당원자격 적격 여부를 심사할 예정이었지만 일부 위원들이 불참,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민주당 내부의 상당수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반증으로 보인다. 하지만 겉으론 애써 모른 척하고 있다.
왜 그럴까. 혹시 '공천권' 때문은 아닐까. 당 지도부에 찍혔다간 눈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공천권을 받지 못 할까봐,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는 건 아닐까.
민주당은 지금 초라한 처지다. 이명박 정권 독주에 따른 반발이 만만치 않으나, 그 반발을 민주당은 수용하지 못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방선거가 치러지면 '견제표'가 민주당으로 쏠리길 크게 기대하고 있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 전 지사를 영입하는 식으로 이렇게 막 나가면서 '견제표'를 기대한다? 그것은 착각도 보통 착각이 아니다.
우근민 파동을 접한 한 네티즌은 이렇게 비꼬았다.
"아니, 우근민만 영입해서야 되겠나. 전두환도 합천에선 인기 좋다고 하는데 전두환도 영입하지 그러냐."
이게 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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