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에 대한 기업들의 비관적인 시각이 갈수록 커지면서 한국 경제의 주축이 되는 제조업체들의 경기실사지수가 20개월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특히 여름 휴가철이라는 계절적인 요인과 함께 최근 중동사태 등 지정학적 불안으로 인한 고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기업체감 경기가 계속 하강하면서 기업들의 체감경기지수는 5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제조업 업황BSI 72로 전월 대비 5포인트나 하락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6년 8월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제조업 업황 실사지수(BSI)는 72로 전월에 비해 5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2004년 12월의 71 이후 20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 업황BSI는 올해 3월 91에서 4월, 87, 5월 83, 6월83, 7월 77, 8월 72 등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 3월 91로 기준치 100에 다가섰다가 이번달까지 5개월 연속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올초 회복 기미를 보였던 기업들의 경기에 대한 시각이 하반기로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업황BSI가 100 미만이면 경기를 나쁘게 보는 기업이 좋게 보는 기업보다 더 많음을 뜻하고 100을 넘으면 그 반대를 의미하는데, 이 지수가 72수준까지 떨어졌다는 것은 경기를 나쁘게 보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조사는 전국 2천9백29개 업체 중 설문에 응한 2천4백97개 업체를 대상으로 이달 16일부터 24일까지 실시됐다.

부문별로는 대기업의 업황BSI가 79에서 77로 떨어졌고 중소기업도 75에서 69로 추락했다.

수출기업은 79에서 83으로 올라갔으나 내수기업은 75에서 66으로 9포인트나 하락, 최근 경기 침체 양상에 따라 기업들은 내수부문의 어려움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9월 전망치는 상승

9월의 업황전망 BSI는 84로 전월보다 5포인트 올라가 5개월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비제조업의 업황 BSI도 73으로 전월보다 3포인트 떨어졌으나 9월 전망지수는 2포인트 오른 79를 나타냈다.

수출기업의 전망 BSI가 85에서 96으로 오르며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고, 대기업도 82에서 92로 오르며 지난 5월 이후 처음으로 90대로 올라섰다. 중소기업(78→80)과 내수기업(76→78) 역시 상승세를 보였다.

매출(100→105)과 가동률(96→101), 채산성(84→88) 등에 대한 전망지수가 상승한 반면 재고(107→106)와 생산설비수준(103→101) 등의 전망지수는 하락세를 보였다.

내수 부진이 가장 심각

한편 조사대상 제조업체들은 가장 큰 경영 애로 사항으로 20.8%가 내수부진을 꼽았으며 다음으로 원자재가격 상승(17.7%), 환율하락(13.3%), 경쟁심화(9.4%), 불확실한 경제상황(7.8%) 등의 순이었다.

비제조업체도 내수부진(20.4%)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고, 경쟁심화(16.2%)와 불확실한 경제상황(9.1%) 등도 주요한 경영상 어려움으로 들었다.

매출 BSI가 96에서 93으로 3포인트 낮아졌고, 가동률 BSI도 93에서 89로 하락했다. 특히 매출 BSI를 구성하는 항목 가운데 수출 BSI(95)가 전월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내수판매 BSI(94→88)는 큰 폭 하락을 기록해 기업들이 느끼는 내수부진 강도가 심각함을 보여줬다.

재고 BSI(109→111)의 경우 전월에 비해 소폭 상승했고, 채산성 BSI(82)와 생산설비수준 BSI(103), 투자 BSI(98)은 전월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