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지금이 '안철수 고언' 들을 때"
<뷰스칼럼> 4대강 사업 물줄기를 '보안강국'으로 돌려야
안철수 연구소는 디도스 사태 발발후 가장 빨리 무료백신을 공급했고, 3차 공격 예고, 좀비PC 파괴 위험성 등도 정부보다 먼저 경고했다. 민(民)이 관(官)보다 빠르고 유능함을 보여줬다. 또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는 사태 발발후 "이번 사이버 대란은 우리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며, '쥐꼬리 보안예산'이란 핵심을 정확히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네티즌들 일각에선 "차라리 안철수를 국정원장 시키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가히 '안철수 신드럼'이라 부를 정도다.
안철수 교수는 얼마 전 강호동의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을 때 드러났듯 달변이 아니다. 하지만 그의 어눌한 화법은 많은이들에게 공감을 준다. 진솔하기 때문이다. 진정성이 담겨 있어서다.
이렇듯 조용한 안 교수는 그러나 '사회참여형'이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엔 뛰어드는 스타일이다. 안 교수는 현재 대통령자문 미래기획위원회의 멤버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과도 회의때 만난 적이 있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을 그만 두고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기 전, 안철수연구소를 직접 찾아 안철수 당시 대표를 만나 조언을 구한 적도 있다.
안 교수는 그렇다고 '권력추종형'은 결코 아니다. 할말은 확실히 하는 스타일이다. 한 예로 지난달말, 그는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정부에게 고언(苦言)을 했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굉장히 인력 집약적인 산업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산업이다. 이쪽은 아주 조금만 육성이 되더라도, 전 산업군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토목 공사 같은 경우에는 원자재들이 굉장히 많이 들지 않나, 인건비는 아주 일부 비중을 차지하고. 그런 측면에서 보면 토목 공사가 인력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다 보니까 비효율적일 수 있다."
"이제 이런 토목 공사라기보다는 이런 소프트웨어 쪽에 집중하는 것이 인력 효율적인 활용적인 측면에서, 고급 인력들의 활용적인 측면에서 제대로 나아가는 방향 아닌가 생각한다."
정부의 일자리창출 정책이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만큼 180도 선회가 필요하다는 따끔한 지적이었다. 4대강 사업을 '불가침 영역'으로 생각하는 정부여당 사람들에겐 더없이 불편한 고언이기도 했다.
그런데 안 교수의 이 고언이 이번 사이버대란을 겪으면서 더욱 빛을 발하는 느낌이다. 그의 지적에 따르면, 미국-일본 등은 IT예산의 10%를 보안 분야에 쏟아붓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고작 1% 정도다.
한국은 이번에 디도스 공격이란 '단순 공격' 한방에 IT강국의 허상이 깨지는 국가적 대망신을 당했다. 정부도 그렇고, 우리 기업도, 사회도 '정보보안'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절감하는 계기가 됐을성 싶다.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안 교수의 고언을 받아들일 때인 것이다.
말 많고 탈 많은 4대강 사업 예산을 대폭 정보보안 쪽으로 돌려 '보안강국'으로 다시 태어나는 노력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강에서 삽질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는 드물지만, 보안 분야에는 일하고자 싶어하는 젊은이들은 지천으로 널려있다. 정부여당 일각에서 말하는 '10만 사이버 양병'도 가능하다.
4대강 사업의 물줄기를 보안강국 사업으로 돌린다면, 많은이들이 이명박 정부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토목정권'이란 불명예도 벗을 수 있을듯 싶다.
과연 정부가 이번 사이버 대란을 국정전환과 위기극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지, 아니면 과거에 수차례 그러했듯 며칠 지나면 흐지부지 없던 일로 돌아갈 지, 어디 차갑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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