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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 10대 명판결, 10대 문제판결

<토론회> "헌법재판관이 오히려 '헌법' 잘 몰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한상희 건국대 교수)가 ‘제4기 헌법재판소’ 구성을 앞두고 지난 6년동안 3기 헌법재판소가 내린 주요 판결 중 좋은 판결 10가지와 나쁜 판결 10가지를 선정해 발표했다.

헌재를 기수로 구분하는 것은 통상 재판소장을 포함해 헌법재판관 다수가 교체될 때를 기준으로 삼는다. 헌재는 오는 8~9월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해 5명의 헌법재판관이 퇴임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올 하반기부터는 ‘제4기 헌법재판소’가 출범하게 되는 셈이다.

호주제 헌법불합치ㆍ피의자 알몸수색 위헌 결정 등은 '디딤돌 판결'

참여연대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 참여연대 강당에서 이같은 디딤돌ㆍ걸림돌 헌재 판정 각 10가지를 선정해 발표하고 아울러 이번 4기 헌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신임 재판관 인선기준 등을 토론했다.

우선 참여연대가 선정한 디딤돌 결정 10가지는 다음과 같다.

▲호주제 헌법불합치 결정(2005년 2월 3일 선고, 위헌 6 : 합헌 3)

▲자녀의 성은 아버지의 것만을 따르도록 한 민법 헌법불합치 결정(2005년 12월 22일 선고, 위헌 8 : 합헌 1)

▲알몸수색 등 유치장 수용과정에서의 신체과잉수색 위헌결정(2002년 7월 18일 선고, 9명 재판관 전원일치 위헌결정)

▲교도소 수용자에 대한 과도한 수갑, 족쇄 등 계구사용 위헌결정(2003년 12월 18일 선고, 9명 재판관 전원일치 위헌결정)

▲수사과정에 변호인 참관을 허용치 않은 검찰 처분 위헌결정(2004년 9월 23일 선고, 위헌 6 : 합헌 3)

▲국회의원 선거 ‘1인 1표제’ 한정위헌 결정(2001년 7월 19일 선고, 9명 재판관 전원일치 한정위헌결정)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 보류제도 위헌결정(2001년 8월 30일 선고, 위헌 7 : 합헌 2)

▲미성년자보호법의 불량ㆍ음란만화 정의규정 위헌결정(2002년 2월 28일 선고, 9명 재판관 전원일치 위헌결정)

▲'불온 통신'에 관한 전기통신사업법 규정 위헌결정(2002년 6월 27일 선고, 위헌 6 : 합헌 3)

▲대학교육기관의 교원에 대한 기간임용제 헌법불합치 결정(2003년 2월 27일 선고, 위헌 7 : 합헌 2)

참여연대는 이 날 헌재 신임 재판관 인선기준 토론회에 앞서, 3기 헌재의 지난 6년간의 평가를 디딤돌, 걸림돌 판결로 대신했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왼쪽)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맡고있는 한상희 건국대 교수. ⓒ뷰스앤뉴스


국보법 찬양고무죄 합헌ㆍ이라크 파병 헌법소원 각하 등은 '걸림돌 판결'

반면 참여연대는 국가보안법상의 찬양고무ㆍ이적표현물 소지죄 합헌 결정을 비롯한 다음 10가지 판결에 대해서는 걸림돌 결정으로 선정했다.

▲국가보안법상 찬양ㆍ고무, 이적표현물 소지죄 합헌결정(2004년 8월 26일 선고, 9명 재판관 전원일치 합헌결정)

▲낙선운동 등 유권자운동을 금지한 선거법 조항 합헌결정(2001년 8월 30일 선고, 위헌 4 : 합헌 5)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부인한 병역법 합헌결정(2004년 8월 26일 선고, 위헌 2 : 합헌 7)

▲공안사범에 대한 준법서약제 합헌결정(2002년 4월 25일 선고, 위헌 2 : 합헌 7)

▲이라크 파병결정 등 헌법소원 각하결정(2003년 12월 18일 선고, 9명 재판관 전원일치 각하결정)

▲열 손가락 지문 채취와 그 원본의 경찰청 보관관련 주민등록법 및 시행령 합헌결정(2005년 5월 26일 선고, 위헌 3 : 합헌 6)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2005년 5월 26일 선고, 위헌 4 : 합헌 4)

▲시각장애인의 안마사 독점을 규정한 안마사규칙 위헌결정(2006년 5월 25일 선고, 위헌 7 : 합헌 1)

▲필수공익사업장 노동쟁의 관련 노동위원회 직권중재회부 합헌결정(2004년 10월 21일 선고, 위헌 4 : 합헌 5)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결정(2004년 10월 21일, 위헌 8 : 합헌 1)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정작 헌법재판관들이 헌법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신임 헌법재판관들은 철저한 헌법전문가로 인권감수성을 갖춘 인사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뷰스앤뉴스


참여연대는 이같은 3기 헌재의 디딤돌ㆍ걸림돌 판결 선정 결과에 대해 “비록 디딤돌과 걸림돌로 구분되고 각각 동수의 결정이 거론되기는 하였지만 그럼에도 전체적으로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벗어날 수 없다”고 총평했다.

참여연대는 “여전히 남북분단의 국가현실로부터 안보위기론을 도출하고 이로부터 안보지상주의, 공안제일주의의 편협한 시각을 반복함으로써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상ㆍ양심의 자유라든가 주한미군의 이전, 심지어 과거사 청산의 문제까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국보법을 존치시키고 양심적 병역 거부를 부인한 헌재결정을 비판했다.

또 참여연대는 시각장애인 안마사 위헌 결정을 들어 “지나치게 법리에만 충실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정치적 판단에 치중함으로써 정작 인권의 보장과 소수자의 보호에는 크게 부족하였다”고 논평했다.

“헌법재판관들이 오히려 ‘헌법’에 대해 잘 몰라”

한편 이 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임지봉 서강대 법대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는 헌법재판소가 안고있는 문제점으로 ▲헌법재판관의 ‘헌법 전문성’ 부족 ▲다양성이 결여된 인적 구성 ▲아집과 독선에 사로잡힌 권위의식의 헌법재판관들의 태도 등을 들었다.

임 교수는 “헌법재판관들의 헌법 전문성에 문제가 많다”며 “이는 평생 민ㆍ형사사건 재판을 통해 갈고닦은 민ㆍ형사적 지식은 몰라도 헌법지식은 별로 없는 사람들이 법원장 등의 화려한 판사경력이나 검사장 등의 검사경력만으로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그 단적인 예로 “현재까지 헌재재판관을 지낸 인사들이 쓴 연구논문이나 저서를 훑어보면, 판사출신 재판관의 경우 민사법을, 검사 출신 재판관의 경우 형사법과 관련한 논문을 썼을 뿐 헌법에 관한 논문은 거의 없다”는 점을 들었다.

임 교수는 “이같은 비헌법 전문가 출신의 재판관들이 평의를 통해 판결의 결론을 먼저 내리고, 판결 근거는 이 결론에 따라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혹평했다.

“신임 재판관 인선기준은 ‘인권감수성’, 현직 판ㆍ검사는 제외해야”

또 임 교수는 헌재의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결정을 ‘헌재의 정치에 대한 과도한 개입’으로 규정하고 “헌법재판소 스스로도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면서 그 중립적 권위를 훼손당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임 교수는 신임 헌법재판관의 인선 기준으로 ▲헌법 전문성을 갖춘 인사 ▲소수자 및 약자와 고락을 함께 해 온 인권감수성을 갖춘 인사 등을 꼽았다.

특히 임 교수는 “이미 우리 헌법재판소는 현직 판사 및 검사 출신 재판관들로 넘쳐난다”며 “적어도 이번에는 상당기간 변호사로 법원이나 검찰 밖에서 또 다른 경험을 했던 이들로만 5명을 채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적어도 이번에는 현직 판ㆍ검사를 헌법재판관 후보군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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