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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에겐 과연 '자정능력' 있나

<기자의 눈> 잇따른 골프파문에도 시간끌기로 일관

열린우리당에겐 과연 '자정 능력'이 있기나 한 건가. 최근 잇따라 발생한 열린우리당발(發) '수해 골프' '해외 원정골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생각이다.

남에겐 엄격하고 자신에겐 너그러운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은 지난달 20일 당시 사상최대의 수해가 발생한 강원도 정선에서 사업가의 돈으로 골프를 친 홍문종 전 경기도당 위원장 지역 당직자들의 추태가 불거지자 보도 당일인 21일 즉각 경기도당위원장 직을 박탈한 뒤 진상조사에 나서, 24일 홍문종을 제명처분했다.

반면 한나라당 수해골프 파문 당시 그렇게 한나라당을 맹성토하며 홍문종만 제명한 것을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비난했던 열린우리당은 정작 '자신의 일'에 대해선 시간끌기와 눈치보기로 일관하고 있다.

김혁규 전 최고위원, 김태랑 국회 사무총장, 열린우리당 소속 정세균 산업자원부장관이 출입기자들과 수해지역 인근인 충북 충주 시그너스 골프장에서 회동한 사실이 보도된 것은 지난달 29일.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건만 아직까지 징계 여부조차 정하지 못한 상태다.

또 이호웅 국회 건설교통위원장과 안영근 한광원, 신학용 의원 등이 수해기간 중 건설업자와 태국 파타야로 해외 원정골프를 다녀온 사실이 보도된 것은 지난 2일. 김근태 당의장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윤리위원회에 진상조사를 요청,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금까지 꿩 궈먹은 상태다.

제명 여부에 앞서 건교위원장 직부터 박탈해야 했으나 그럴 생각조차 안하는 분위기다. 건교위원장과 건설업자간 부적절한 '해외원정 골프' 및 '태국 맛사지-술자리 향음'은 중차대한 징계 대상임에도 말이다.

물론 현재 청와대와의 치열한 전쟁 때문이라고는 하나, 이럴수록 자신에게 엄격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열린우리당 지도부로선 더없이 한심한 대응이 아닐 수 없다. 최근의 당-청 전쟁을 대다수 국민이 '권력 투쟁'으로 냉소적으로 지켜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건설업자와의 해외 원정골프 파문을 불러일으키고도 아직 아무런 반성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 이호웅 열린우리당의원. ⓒ연합뉴스


야당들에게 결정적 공세 빌미 제공

야당들에게도 결정적 공세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우리당발 골프 파문이 발발했을 때만 해도 논평조차 내지 않고 침묵했다. 그러나 홍문종 파문때 한나라당이 진상조사에 착수해 제명하기까지의 사흘이 지난 시점부터 열린우리당을 맹성토하기 시작했다. 열린우리당에 비해 우위를 점했다는 판단에서다.

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은 "여당은 국민들이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르는 태도를 가장 싫어한다는 점을 모르는 것 같다"며 "정계개편과 권력 투쟁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다른 야당들도 마찬가지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여당이 한나라당의 골프파문에 요구했던 만큼이라도 스스로 자정능력을 보여주길 바란다"며 "하지만 나흘째가 지나는데 언급 없이 넘어가려는 분위기인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재두 부대변인은 "잇따른 골프 파문을 구렁이 담넘어가듯 하니 정부 여당의 도덕적 잣대는 고무줄 잣대인 것 같다"며 "대통령 인사권을 둘러싼 권력투쟁만을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정 능력을 보여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의 골프 파문에 대해 징계를 요구한 것처럼 자신의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고 비아냥댔다.

야당뿐 아니라 노사모와 친노계 열린우리당 의원들로부터도 "김근태, 대통령 욕하기 전에 측근인 이호웅 골프 단속이나 잘하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다.

등돌린 국민들을 감동시킬 그 어떤 자정노력도 보여주지 못한 채,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게 열린우리당 현주소다.
심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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