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집권세력은 낙마, 아니 '낙호' 직전
<뷰스칼럼> 국민이 벌써 '망각'?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친박계가 지도부를 감싸고도는 것은 지금과 같은 ‘적대적 동거’를 연장하면서 당을 고사시킨 뒤 ‘땡처리’를 통해 접수하겠다는 것 아니냐."(정두언 의원)
"박근혜 전 대표가 나오면 좋지만 준비가 안 되셔서 참여하지 않는다고 하면 어쩔 수 없다. 준비 안 된 분들한테는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준비된 분들 만이라도 전대에 참여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정몽준 최고위원)
“이재오 출마를 막겠다? 그 말 자체가 전직 의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뒤에서 가만히 자기 일만 하고 있는 사람을 끌어내 출마하면 된다 안 된다, 하면 막겠다 말겠다…, 이건 예의가 아니다. 그건(이재오 출마) 조기 전당대회가 정해진 뒤에 고민할 일이다."(진수희 의원)
한나라당 각 정파들의 말이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박근혜 전 대표와 맞은편에 서 있는 정파들, 즉 '반박 진영'의 생각이다.
당연히 친박진영은 부글부글이다. 이들의 반발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우리보고 잠시 총알받이나 하란 소리 아니냐"다.
박 전 대표는 "'누군가가 신에게 인내를 달라고 하면 신은 인내를 주실까요, 인내를 발휘할 기회를 주실까요"라는 선문답까지 했다. 해석하기에 따라선 더이상 참기 힘든 한계선에 도달했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靑 "한나라, 진정성이 없다"
당이 이처럼 파국적 상황으로 치닫자, 청와대도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주초 갖기로 한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의원 전원간 만찬회동도 청와대 비토로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청와대 주문인즉 "당이 단일한 쇄신안을 갖고 와야 하는 게 아니냐"는 거다. 각 정파가 대통령 앞에서 중구난방으로 싸움판을 벌일 바엔 차라리 회동을 안 하는 게 낫다는 의미다.
요컨대 청와대가 지금 당을 바라보는 시각은 한마디로 "계파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거다. "진정성이 안보인다"는 얘기도 한다. 염불보다 젯밥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는 얘기다.
이처럼 지금 한나라당과 청와대는 극한내홍중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갈등과 불신은 더욱 심화될 뿐이다. 말 그대로 점입가경이다.
국민은 여전히 '봉'?
국민은 완전 뒷전으로 밀린 모양새다. 말로는 모두 '국민의 뜻'을 찾는다. 하지만 '국민의 뜻'이 뭐냐는 구체적 문제에 들어가면 갈팡질팡이다.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쟁점법안이나 정책들은 청와대나 한나라당이나 계속 밀고 나가려 한다. 정책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다는 의미다. 대통령 사과나 인적쇄신도 별로 하고픈 마음이 없어 보인다.
이미 표출된 '국민의 뜻'마저 자의적으로 해석하려는 조짐마저 보인다. 한 예로 "대통령 지지율이 한나라당보다 높지 않나"라는 식의, 청와대의 한나라당 힐난 논리가 그렇다.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지율이 이미 '통치불능'의 밑바닥 수준까지 떨어진 오십보백보 수준이건만 도토리 키재기식 비교논리만 동원되고 있다.
일각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 조문객 '500만'에 대해 "지난번 대선때 정동영을 찍었던 사람들 숫자"라는 말까지 들린다. 이 정도면 거의 '치유 불능' 상태다.
'침묵'과 '망각'은 다르다
"생각보다는 조용한 거 아니냐."
여권 관계자의 말이다. '500만 조문객'과 '50만 노제'와 비교할 때, 국민장이 끝난 뒤 상황이 걱정했던 것과 달리 '침묵 모드'를 보이고 있어 다행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 '침묵 모드'를 잘 읽어야 한다. '침묵'과 '망각'은 다르다.
당장 하루먹기 살기 힘든 국민들은 매일같이 길거리에 나설 여력이 없다. 하지만 국민들에겐 '무기'가 있다. 투표다. 앞으로 줄줄이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이미 드러난 '민의'를 자의적 해석, 헛발질로 시간을 소진한다면 다가올 10월 재보선, 내년 6월 지방선거때, 집권세력은 국민들이 '망각'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었을 뿐임을 뼈저리게 절감하게 될 것이다.
'집권'은 기호지세(騎虎之勢)라 했다. 호랑이 등에 올라탄 위태로운 처지를 뜻한다. 호랑이 등에서 떨어지면 즉각 잡아먹히게 마련이다. 집권세력의 지금 모양새를 보면 거의 낙마, 아니 '낙호' 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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