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의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는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 카드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혔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3일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김병준 전 부총리의 인사실패로 국정혼란을 야기한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이제는 실험인사, 코드인사는 사라져야 하고 도덕적이고 능력있는 사람을 발굴하는 광폭인사를 기대한다"고 '문재인 카드' 거론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당사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김병준 태풍이 지나가자마자 문재인이라는 먹구름이 오고 있다"며 "한나라당은 이 또한 코드인사로 간주, 우려를 표명하며 검토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촉구한다"고 부연설명했다.

나 대변인은 이어 "현 정권의 실패는 인사실패에서 비롯됐다"며 "여론을 무시하고 심지어는 여당의 반대도 외면한 오기로 인해 국력의 낭비가 극심했다. 참여정부의 인사 분란은 김병준에서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공식적으로 거론되지도 않은 문 전 수석의 법무장관 발탁을 미리 차단하려는 이유는 문 전수석이 발탁될 경우 차기대선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의 재임 당시에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교체를 요구한 바 있다. 지방선거보다 훨씬 중요한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이 법무장관 자리에 기용되는 것을 바라만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역시 문재인 전 수석의 법무부장관 기용설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재두 민주당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노 대통령이 문 전 수석을 법무부장관에 임명한다면 '코드인사' '오기인사'의 결정판이 되겠지만 노무현 정권의 조종(弔鐘)을 울리게 될 것"이라며 "노 대통령이 아무리 여름휴가라지만 후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를 크게 듣고 김병준 전 부총리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