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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청 정면 충돌, 노대통령 탈당 초읽기

청와대 "이게 여당이냐" vs 김근태 "문재인 법무장관 반대"

김병준 교육부총리 사퇴 파문을 계기로 당-청 관계가 극한대립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이 초읽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근태, 문재인 법무장관도 반대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2일 저녁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장관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 “국민들이 적합하다고 보지는 않는 것 같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의장은 이날 저녁 여의도 한 식당에서 출입기자들과 만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개인적으로는 문 전 수석이 법무장관에 가장 적합하고 훌륭한 인물이라고 본다”며 “그러나 국민들이 적합하다고 보지는 않는 것 같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병준 교육부총리 퇴진을 압박한 데 이어 나온 이같은 문재인 법무장관 반대 입장 표명은 노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정면 공박이라는 측면에서 청와대와 열린우리당간 정면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사실상 결별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여, 향후 정가에 일대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이건 여론재판이다. 여당이 이럴 수 있나" 반발

김병준 교육부총리 퇴진 과정에 열린우리당이 취한 태도에 대한 청와대 불만도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3일 <SBS뉴스> 보도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김병준 부총리 퇴임 확정직후인 2일 오전 11시부터 점심까지 함께 하며 핵심 참모들과 관저에서 대책을 숙의했다.

참석자들은 이번 사태를 "여론재판"으로 규정하며, "특히 야당도 아닌 여당이 여기에 휩쓸려서 의혹은 규명하려 하지 않고 김 부총리 사퇴를 밀어붙인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여당과 앞으로 어떻게 함께 일해 나가겠느냐"는 말도 나왔다.

사실상 열린우리당과의 결별 분위기였다.

우리당 원로, "1.11 만찬때 노대통령 '탈당' 세차례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병준 파문과 관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김근태 의장의 문재인 법무장관 반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노 대통령의 '침묵'은 그러나 백기 항복을 의미하지 않는다. '폭풍 전야'를 뜻한다. 특히 인사권에 관한 한, 노 대통령은 외압을 인정하지 않는다.

열린우리당의 한 원로는 3일 이와 관련, 지난 1월11일 열린우리당 수뇌부와의 청와대 만찬때 이야기를 전했다. 당시는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당청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였다.

"유시민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얘기를 듣던 노대통령이 '이러면 따로 살자는 얘기 아니냐'고 말했다. 전해에 대연정을 제안했을 때 '탈당'도 생각했었다는 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탈당'을 뜻하는 표현을 세번이나 썼다.

이에 일부 중진들이 반발하자 노대통령은 '예전에 그랬었다는 얘기'라고 한발 물러섰다. '탈당' 얘기는 외부에 흘러나가지 않도록 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만찬이 끝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만찬에서 '탈당' 얘기가 나왔다고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는 뉴스를 들었다. '아, 대통령은 이미 탈당할 생각을 굳혔구나'.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 원로는 "김병준 파문을 계기로 이제 열린우리당과 청와대는 '마이웨이'를 걷기 시작했다"고 단언했다.

김종인, 김근태의 뉴딜 냉소

그렇다면 결별은 어떤 수순으로 진행될까. 법무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시작될 수도 있고, 제반 정책을 둘러싼 당정 갈등이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결별은 명분싸움이다. 그런 면에서 정가는 후자일 가능성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김근태 의장이 추진중인 '서민경제살리기' 정책이 청와대의 그것과 정면배치하면서, 청와대측이 김 의장 등을 '반개혁'으로 몰기 십상이라는 이유에서다.

경제석학인 김종인 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 3일 오전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김근태 의장이 재계에 던진 러브콜인 '뉴딜'과 관련, "집권당의 정책이라고 하는 것이 정부의 정책과 같아야 한다"며 "집권당이 정부와 일치된 어떠한 정책을 갖다가 발표한 것이 아니라, 정부는 정부대로 생각을 달리 하고 있고 집권당은 집권당대로 생각을 달리하고 있다는 것은 오히려 일반 경제주체들에게 불신만 조장할 뿐이지, 이 자체가 무슨 경제 해결에 별 도움이 된다"고 혹평했다.

김 의원은 김근태의 출자총액제 폐지 주장과 관련해서도, "재벌들에게 출자총액제를 폐지해 주면 투자가 금방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들을 하는 모양이나 출자총액제도하고 투자의 부진하고는 완전히 별개의 사안"이라며 "지금 기업들이 이윤 추구의 동기가 마땅치 못하기 때문에 투자를 못하는 것이지 출자총액제 자체가 투자를 억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일갈했다.

김 의원은 또한 첨단산업에 국한한 수도권 공장 총량제 완화 구상에 대해서도 "지금 정부가 처음서부터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 균형발전 이렇게 얘기를 하면서 자꾸 수도권에다가 투자를 집중 시켰을 경우에는 다른 지역이라는 것은 공동화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소위 지향하는 목표와 지금 열린 우리당에서 당장에 급하니까 내놓은 이러한 조치라는 것은 서로 자기 모순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결론적으로 "여당의 정책 변화라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정부가 정책 변화를 해야지 여당이 정책 변화 한다고 해도 정부가 정책이 변하지 않는다고 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향후 당정 갈등의 불가피성을 예고했다.

김 의원은 청와대에 대해서도 며칠 전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이 <청와대 브리핑>에 "한미 FTA는 친미자주의 경제부문 결정판"이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 "하나의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라며 "우리가 다른 측면에서 볼 것 같으면은 별로 친미 같지도 않은데 경제에 국한 해서만 친미해서 자주해야 되겠다고 하는 것은 별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 지적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지금 당청은 정책을 둘러싸고도 극한적 긴장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문제는 양측 모두 결정적 약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칫 당청 갈등이 공도공망으로 결론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가에서는 휴가가 끝나는 다음주 노대통령의 입장표명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노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폭풍전야다.
박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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