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가 친이-친박끼리 쌈 났다꼬예? 오데예? 요는 별로 그런 게 문제가 아인데 위에 신문들은 전부 다 친이-친박 뭐 그런 기라 카데예.”
“작년에 심판했다 아이가, 근데 또 내보냈나?”
23일 경주시 성건동 중앙시장에서 만난 40대 주부의 말이다. 그는 “나도 그렇고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그렇고 ‘정종복을 찍을 거냐 마냐’로 고민하는 기제, 친박을 찍을까 친이를 찍을까 그걸로 고민하는 게 아입니더”라며 “정종복이 영 싫으면 친박이든 호박이든 걸로 가는 기라예”라고 덧붙였다.
그는 “솔직히 친박 후보라고 나왔는데 경주 시민 중에 그 사람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기라예. 여기서 태어났다캐도 솔직히 요 사람이라 보기는 좀 그렇잖아예”라며 “박근혜 씨 하고 엄청 친한갑다 그거지. 뭐 더 있겠심까? 정종복이 싫으면 그 사람 찍는다캐서 (친박 정수성 후보의) 지지율이 나오는거 아잉교?”라고 말했다.
후보 인지도 면에서는 단연 정종복 한나라당 의원이 압도적이었다. 문제는 정 후보에 대한 뚜렷한 호불호 정서였다.
황오동 버스정류장 앞에서 만난 50대 후반의 남성은 “나같이 정종복이 괘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도무지 한나라당이 이해가 안간다”며 “작년에 한나라당이 정종복이 내보내갖고 경주 시민들이 심판했다 아이가? 그런데 이번에 또 내보내는 거 봐라. 지금 경주 사람들 무시하는 기가?”라고 한나라당을 비난했다.
경주역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한 무리의 택시기사들도 한나라당 공천 자체를 문제삼았다. 이들중 한 명이 “정종복이 뭐 많이 반성했다 카던데 한번 상한 맘이 잘 돌아서겠는교”라고 말하자, 또다른 기사는 “반성이고 뭐고 간에 한나라당이 그리 인물이 없나? 아 정종복이 말고 다른 아무나 내놨으면 솔직히 지금처럼 고생했겠나”라고 주장했다.
경주는 지난 해 총선에서도 막판까지 여론조사 1위를 달리던 후보가 낙선하는 등 물밑 정서가 변수로 작용하는 지역이다. ⓒ경주=김동현 기자 '안티 정종복' 한편에는 구속된 김일윤 전 의원에 대한 동정론도 일부 작용하고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 김 전 의원의 부인 이순자 씨가 출마했지만 선거 막판까지 지지율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안티 정종복 정서에는 톡톡히 한몫하고 있는 듯했다.
성건동 북부시장에서 경주역으로 향하던 택시기사는 “서울에서 보면 김일윤 씨가 돈 뿌려 구속돼서 엄청 욕도 많이하고 하지예? 근데 경주에서는 그 사람 칭찬은 안한다캐도 욕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낍니다”라며 “경주에 고등학교, 대학교도 맨들고 참 발전 마이 시킨 사람이 김일윤랑께요. 옛날에 전신에 논 밭이었던 충효동에 아파트, 대학 다 들어서게 만든 사람 아이가”라고 김 전 의원을 감쌌다.
그는 이어 “지난번 선거에서 정종복이랑 피터지게 한판 둘이서 싸우다가 구속된 거 아인가베”라며 “그라면 선거 끝난 뒤에 정종복이가 김일윤도 함 참아가고 선처도 부탁하고 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게 없는 기라. 오히려 정종복이 그 사람을 더 옭아매는 것처럼 보이는 기라. 그러니 야박하단 소리 듣제. 김일윤이는 경주 발전이라도 시켰는데 정종복이 지는 지만 잘났다고 중앙에서만 살았제, 그러니 김일윤 씨 동정론 없겠심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동정론의 일단이 작금의 친박 정수성 표로 연결되고 있다는 나름의 판세 분석을 내놓기도했다.
한나라당은 "미워도 다시한번"이라며 "정종복 후보가 싫으면 한나라당이라도 보고 찍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경주=김동현 기자 한나라 “미워도 다시한번... 정종복이 마이~ 반성했습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경주 정서를 잘 읽고 있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경주 유세에서 “지난 번 총선 때 정종복 후보에게 마음이 많이 상한 걸 안다. 그러나 정말로 1년동안 정종복이 반성 마이했다”며 “이제 사람 달라졌다”고 ‘미워도 다시한번’을 수차례에 걸쳐 외쳤다.
그는 더 나아가 “정종복이 싫더라도 한나라당 보고 찍고, 정종복이가 좋으면 정종복이 찍어달라. 그래야만 이 나라가 살길이다. 지금 정말 경제가 어렵다”며 정 후보 아닌 한나라당에 표를 줄 것을 노골적으로 호소했다.
중앙시장 입구에서 만난 50대 중반의 주부는 “뭐 요는 다른 지역하고 다르잖습니까? 우리가 안 도와주면 누가 도울끼요. 미워도 우리 당 찍으야제”라며 “저는 본당으로 갈라꼬요”라며 한나라당 지지를 표시했다.
함께 5일장에 나온 이웃 주부 역시 “아직 이명박 대통령 된지 얼마 안됐잖아요? 그럼 일 할 수 있게 도와줘야지예”라며 “당 보고 나는 그냥 찍을 낍니다”라고 말했다.
친박 정수성 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의 초반 지원 사격 덕에 지지도 수위에 올라섰으나, 문제는 역시 후보 개인의 경쟁력이다. ⓒ경주=김동현 기자 “솔직히 박풍(朴風)은 잘 모르겠십니다”
친박 정수성 후보는 캠프 현수막에서부터 사무실 내부까지 박근혜 전 대표 사진으로 도배하다시피했다. 지난 해 총선때 거셌던 '박풍'의 재연을 기대하는 셈이다. 정 후보는 자신의 출판기념회에 박 전 대표가 참석하고, 이상득 의원측의 후보 사퇴 종용 사건에 박 전 대표가 “우리 정치의 수치”라고 직격탄을 날린 후 그야말로 ‘골수 친박 후보’로 상징화됐다.
그러나 후보 개인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 미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동안 지역 정치 무대에 단 한번도 선을 보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성동시장을 지나던 한 40대 남성은 “박근혜 씨 바람이야 경주서도 대단하지예. 그란데 작년하고는 좀 다른 거 아입니꺼? 작년에는 박근혜 씨 사람들이 공천에서 보복을 당해갔고 문제가 된 거 아입니꺼?”라며 “그런데 이번 경우는 다르지예. 정수성 씨가 뭐 한나라당 공천도 신청 안했다 아입니꺼?”라고 반문했다.
경주역에서 만난 40대 주부는 “정수성 씨는 글쎄예. 평생 군에서 일했다카던데 갑자기 나타난 거 아인가베”라며 “경주는 아무래도 평소에 잘 알만한 사람이 인기가 좋은데, 정수성 씨는 솔직히 잘 몰라예”라고 정 후보에 대한 인지도를 문제 삼았다.
이번 선거에 ‘절대’ 관심없다던 30대 남성은 “한나라당 보고 찍어달라는 정종복이나 박근혜 보고 찍어달라는 정수성이나 둘 다 똑같은 것 아입니까?”라며 “누가 되든 다 똑같은데 뭘 그런걸 물어봅니까?”라고 퉁명스럽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