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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김한길 우리당 '투 톱 체제' 삐거덕 삐거덕

김 의장 측근 "투 톱 체제 손질해야 한다"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 내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 운영 방안을 놓고 열린우리당 내 최대 계파의 수장인 김근태(GT) 의장과 열린우리당 창당 후 독자 계보를 구축한 정동영(DY) 전 의장과 호흡을 맞춰 온 김한길 원내대표가 시각차를 보이면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발단은 지난 30일 김근태 의장이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

김 원내대표 측이 김 의장이 3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재계에 제시한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경영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각종 규제완화 방안 등은 원내 입법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입법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발표하면서 원내와 사전 조율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며 '볼멘소리'를 하면서 문제제기를 한 것.

김근태 의장 측과 김한길 원내대표 측 간 불편함은 바로 다음날인 31일 오전 9시에 개최되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가 평소보다 30분 늦게 열리면서 하나둘 목격됐다. 회의에 앞서 비대위 의원들 간 갖는 티타임 시간이 전보다 길어진 것. 이로 인해 한때 김 의장의 경제정책 '우향우' 선언을 놓고 비대위 의원들 간 논란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돌아 기자들은 의장실 주변을 맴돌며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회의 직후 이와 관련해 "대체적으로 잘 했다"는 것이 "비대위 의원들의 의견이었다"고 전했으나 참석자들의 전언에 의하면 실상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한 비대위 위원이 회의석상에서 "어제 발표된 내용은 큰 이야기들임에도 불구하고 당 의장이 정책위의장도 배석시키지 않은 채 비서실장 등 참모만 옆에 앉혀두고 간담회를 진행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문제제기를 했다고 한다.

30일 김 의장의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는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 우원식 1부총장, 김영주 2부총장, 이계안 의장비서실장, 우상호 대변인 등 당 관계자만 참석했다.

김근태 의장 주관한 대한상공회의소 정채간담회 김한길 원내대표 불참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최근 논문표절 및 논문중복게재 의혹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거취 문제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런 불편함 심기는 김 의장이 3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관한 '경제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 김한길 원내대표가 불참하고, 간담회 직전 김 의장의 기념촬영 제안에 당 정책위의장인 강봉균 의원이 불응하는 모양새로까지 번졌다.

1일 노웅래 원내공보부대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노 공보부대표는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참석한 고위정책조정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당과 원내가 의욕이 넘쳐 손발이 안 맞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열심히 하려다보니까 이런 일이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서민경제회복추진위 활동과 관련해서 원내 정책위와 충분한 사전조율을 거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개진됐고, 원내 정책위와 충분한 사전조율을 거쳐 활동해 원내 정책위가 입법하고 정책화 할때, 더 효과적인 활동이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언급, 원내의 섭섭함을 공개적으로 표출했다.

김 의장 “민생경제회복에 주력할 때”, 김 원내대표 “정계개편에 대비해야 한다”

5. 31 지방선거 이후 김근태 전 최고위원이 비상대책위원회 의장을 맡으면서 표출되기 시작한 당과 김한길 원내대표가 이끄는 원내 간 삐걱거림은 이번만이 아니다.

김근태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는 범여권의 최대 현안인 정계개편 논의와 관련해서도 방법을 달리하고 있다.

김 의장은 "대통령선거는 1년 반 후의 먼 이야기고, 국민의 고통은 바로 눈앞에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선 로드맵이 아니라 서민경제회복 로드맵"이라고 하는 데 반해, 김한길 원내대표는 "정치권에 큰 변화가 필요한 때가 오면 우리당이 중심에서 주도할 수 있도록 지도부가 미리 대비할 필요도 있다"는 선(先) 자강을 주장하고 있다.

당청 간 관계 설정에 있어서도 김 의장과 김 원내대표는 견해를 달리 하고 있다.

김 의장은 김병준 부총리 거취 문제와 관련해 "김 부총리의 해명을 통해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많은 의혹들이 상당히 해소되었으나 국민들은 새로운 시대, 새로운 관행을 요구하고 있다"며 "새로운 관행에 전향적인 역할을 기대한다"고 당청 간 관계를 위해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의사를 존중하며 김 부총리의 사퇴를 우회적으로 권했다.

반면, 김 원내대표는 "우리당이 보다 적극적으로 교육위원회 소집에 응해, 교육부총리 건에 대해 엄중한 진실 규명이 있어야 한다"며 당이 청와대와 대립 각을 세우더라도 할 말을 해야 한다는 태도를 취했다.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은 한명숙 국무총리에게 당내외의 ‘사퇴 불가피론’을 전달할 때도 각각 따로 따로 한 총리를 만나 의견을 전달했다.

김 의장 측근 ‘투 톱 체제’란 구조적인 문제 “언젠가 손질해야 한다”

김 의장의 측근 의원은 당의장과 원내대표 간 이런 불협화음과 관련해 "당 대표인 의장이 ‘독배를 마신다’는 심경으로 결정한 사항을 놓고 자꾸 말을 만드는데 좀 심하다"며 "그럼 당 의장이 사안 사안마다 생각을 구하고 협의하고 조정해야 되느냐"며 불쾌해 했다.

그 측근은 "이런 문제가 '투 톱 체제'라는 구조적 문제 때문에 야기된다고 보지 않느냐"고 묻자 "그렇다"며 "언젠가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고민해 봐야 하는데 지금은 시기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해, 여건과 기회가 성숙되면 '투 톱 체제'도 손질해야 할 것임을 시사했다.

측근은 또 "이와 관련해 항간에서는 DY계가 당내 무게중심을 찾아가는 GT계에 대해 견제를 시작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고 묻자 즉답을 피한 뒤 "이번 건만 아니라, 김한길 원내대표가 좀 심하다"며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한 당직자는 이와 관련해 "당이 의장, 원내대표이란 '투 톱 체제'로 운영되다보니 의장과 원내대표가 사이가 좋을 때에는 시너지 효과가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공천권이 옛날처럼 의장에게 있다면 의장의 말에 '명(命)'이 설 텐데, 지금은 공천권이 당원들에게 가 있는 터라 의원들이 의장보다는 상임위 배정권을 갖고 있는 원내대표 눈치를 더 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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