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햇볕', 'DJ의 햇볕', 그리고 MB
<뷰스칼럼> "로켓은 로켓, 대화는 대화"라는 <중앙> 칼럼을 읽고
<중앙일보>의 배명복 논설위원은 10일 이명박 정부가 읽으라고 한편의 기명칼럼을 썼다. <오바마의 ‘리셋외교’와 MB의 선택>이란 제목의 글이다.
배 위원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외교행보가 현란하다. 너무나 거침이 없어 현기증이 날 정도"라며, 이란, 러시아, 쿠바, 시리아, 터키, 심지어는 아프간 온건 탈레반까지 적대국들을 상대로 한 일련의 파격적 유화정책을 상세히 소개한 뒤 오바마의 “우리가 손을 내밀 테니 당신들도 주먹을 펴라”는 취임사를 인용했다.
배 위원은 이어 "미국 외교의 달라진 패러다임은 머지않아 대북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실패로 끝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국면이 지나가고 나면 6자회담과 함께 북·미 직접대화의 본격 가동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물론 서울과 최대한 입을 맞추는 모양새를 갖추겠지만 타협으로 가는 큰 흐름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며 "속도를 둘러싸고 한·미가 미묘한 갈등을 빚는 상황도 예상할 수 있다. 미국의 페이스에 수동적으로 끌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중국의 존재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럴수록 미·중 사이에서 한국의 입지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샌드위치 신세를 타개하기 위해서도 남북관계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로켓은 로켓이고, 대화는 대화"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주 영국 방문 중 가진 외신 인터뷰에서 대북특사 파견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이다. 앞서가는 미국을 곤혹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처지가 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치고 나간다는 생각은 왜 못하는가"라며 이 대통령에게 전향적 대북정책을 주문했다.
미국의 배신(?)에 일본 충격...예고됐던 결론
일본이 미국에게 뒤통수를 세게 한대 맞았다. 미국이 로켓을 발사한 북한에 대한 '제재'에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을 지원한 것으로 보이는 10개 기업을 제재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을 추진해왔다. 중국-러시아가 반대해 안보리에선 채택되지 못할 줄 일찌감치 알았다. 대신 일본과 미국만이라도 독자적으로 제재하자고 미국을 꼬드겼고, 처음엔 미국도 그런 쪽으로 가는듯 보였다.
하지만 미국은 차갑게 돌아섰다. 구속력없는 의장 성명을 택했다. 중국쪽 주장을 받아들인 거다. 일본은 이를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나, 이미 예고된 상황이었다. 미국은 지금 중국과 대립할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이 올해 발행할 2조5천억달러의 재무채권(TB)중 상당액을 중국이 사주기를 갈망하고 있다. 중국이 달러 기축통화체제를 흔들려 하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벼랑끝 경제위기에 직면한 지금은 중국과 좋게 좋게 넘어가야 할 때다.
이런 마당에 북한 로켓 갖고 중국과 핏대를 올릴 상황은 애당초 아니었던 것이다. 아마 북한도 이 대목을 놓치지 않았을 성싶다.
'오바마의 햇볕', 'DJ의 햇볕'
"MB는 경선이나 대선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자신을 ‘보수’라고 부른 적이 없었다. 대북정책에서도 기존의 햇볕정책을 폐기하거나 수정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었다....이제는 미국에 오바마 정권이 들어선 덕분에 이명박 정권은 결국 햇볕정책을 답습하지 않을 수 없게 됐으니, 오히려 홀가분해 진 것이 아닌가 한다. 햇볕정책을 오바마 때문에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좋은 ‘핑계’가 생긴 셈이다. '오바마를 좌파로 불러서는 안 된다'는 궤변이 '오바마의 햇볕은 괜찮다'는 또 다른 궤변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상돈 중앙대 법대교수가 얼마 전 쓴 <보수에 대한 상념>이란 글의 한 토막이다. 'DJ의 햇볕'은 비난하면서 '오바마의 햇볕'은 괜찮다는 거냐는 힐난이다.
'햇볕정책의 적자'임을 자처하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그러나 최근 이 대통령의 강경대북정책 변화조짐에 대해 "이 대통령의 숙명"이라고 평가했다. "오바마가 북한과 대화로 나가는데 어떻게 역류할 수 있겠냐"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실제로 과거 1차 북핵위기때도 YS는 전쟁 불사를 외치며 펄펄 뛰다가 클린턴 정부가 북한과 대타협을 이뤄내자, 결국 그 뒤를 따라야 했다.
앞의 배명복 <중앙일보> 논설위원의 글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이명박 정부 관계자들이 꼭 한번 곰곰히 읽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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