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과 한 시대 함께 산 것 감사"
<현장> 1만여 추모객, 혹한 속에서도 눈물로 고인 애도
고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20일 오전 10시 명동성당에서 교황장으로 엄숙히 치러졌다.
1만여 조문객, 성당 밖에서 대형스크린으로 장례미사 참여
일반인들의 조문은 19일 자정으로 종료됐지만 이날 새벽부터 모여든 1만여명의 추모객들은 명동성당 앞과 가톨릭 회관 주차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김 추기경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
장례미사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특사로 임명된 정진석 추기경을 비롯해 한국 천주교 주교단과 오스발도 파딜랴 주한 교황대사, 일본 시라야나기 추기경 등이 공동 집전해 1시간 40분 가량 진행됐다.
정진석 추기경 "김수환 추기경은 70~80년대 민주화 버팀목"
정진석 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김 추기경께서는 항상 우리 사회의 큰 어른으로서 빛과 희망이 되어주셨다"며 "김 추기경께서는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모든 한국인의 '사랑과 평화의 사도'였다"고 회고했다. 정 추기경은 "'감사합니다, 사랑하십시오'라는 말씀은 이제 다시 만나 뵐 수 없는 김 추기경님의 유언이 됐다"며 "이 자리에 있는 우리는 김 추기경님의 뜻을 마음에 새기고 본받아 감사하고 사랑하고 용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가 많은 어려움에 직면했던 1970년대 김 추기경님이 짊어진 십자가가 무거웠고 풀어가야 할 숙제가 참으로 많았다"며 "그때마다 김 추기경님은 피할 수 없는 모든 고난을 기도와 대화로 풀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 추기경님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다"며 "독재정권 시절 민주화 운동의 편에 선 것은 그 분이 가진 가치관과 믿음의 실천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1971년 성탄미사에서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중에 정부에 대한 쓴 소리를 하는 용감한 신앙인의 모습을 보여주셨다"며 "그래서 70~80년대 김 추기경님은 민주화운동의 버팀목이 됐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그는 "우리 모두는 위대한 목자 김 추기경님과 한 시대를 함께 살았다는 것에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야 하겠다"며 "김 추기경님의 명복을 빌면서 추기경님이 믿고 바라시던 대로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안식과 평화를 누리시기를 기도한다"고 강론을 끝맺었다.
고별사 "경제위기로 싸늘하게 식은 국민 마음 감싸줘"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정 추기경이 대독한 고별사를 통해 "오랫동안 서울 가톨릭의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시고 추기경단의 일원으로 여러 해 동안 교황에게 충심으로 협력하신 김수환 추기경님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억한다"며 "장례미사에 모인 김수환 추기경님의 친족과 모든 분에게 주님의 힘과 위로에 대한 보증으로서 진심으로 사도의 축복을 보내드린다"고 추모했다.
오스발도 파딜랴 주한 교황대사는 "김 추기경님께서는 언젠가 '나는 그저 당신 양떼에게 비천한 종일 뿐'이라고 저에게 하신 말씀과는 달리 사제요 영적 지도자로서 당신에게 맡겨진 양떼에게는 충실하고도 선견지명을 갖춘 훌륭한 목자셨다"고 추도했다.
강우일 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은 "도산과 실직, 절망과 불안의 골짜기 걷고 있는 모든 어려운 이들이 추기경님의 생전의 가르침에 용기를 얻으며 추위에 아랑 곳 않고 명동으로 전국의 각 성당으로 모여왔다"며 "추기경님은 당신의 투병으로 경제위기로 싸늘하게 식어버린 국민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덮어주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한승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고별사를 통해 "추기경님은 가톨릭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지도자로서 병든 자, 가난한 자, 약한 자와 함께하셨다"며 "추기경님께서 말씀과 행동으로 이 세상에 남긴 메시지는 감사, 사랑, 그리고 나눔이다. 우리 모두 추기경님이 남기고 간 뜻을 받들어 서로 사랑하자"고 말했다.
사제단을 대표해 최승룡 전 가톨릭대학 총장은 김 추기경의 각막 기증을 성경의 '오병이어' 기적에 빗대어 "우리 각자는 눈이 멀었다. 추기경님의 모범으로 이 눈이 열리게 된다면 더 큰 기적이 될 것"이라며 "미움과 갈등과 욕심의 각막을 벗겨내고 사랑과 화해와 희생의 각막을 이식한다면 평화와 행복이 올 것이다"고 말했다.
평신도 대표로 나선 한홍순 한국천주교평신도협의회 회장은 "지난 반세기 동안 추기경님께서 우리 곁에 계셔서 참으로 행복했다"며 "우리도 추기경님처럼 희망의 증인으로 살도록 힘쓰며 이 땅의 모든 사람이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하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다짐했다.
운구행렬에 시민들 눈물, 경찰 국빈급 호위
장례미사는 김 추기경의 생전 메시지를 담은 동영상 상영과 고별예식을 마지막으로 오전 11시 40분께 끝났으며 김 추기경의 관은 운구차로 옮겨져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장지인 경기도 용인 모현면 오산리 천주교 성직자 묘역으로 향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에서 용인까지 이어지는 운구행렬 호위를 위해 오픈카 2대, 순찰차 9대, 싸이카 14대를 배치하는 등 국빈급 예우를 했다.
명동성당 밖에서 미사를 지켜보던 많은 국민들이 김 추기경의 관이 운구차량으로 옮겨지자 눈물을 흘렸고 쌀쌀한 날씨속에서도 운구차량이 출발하자 한동안 뒤를 따랐다.
명동성당에는 김 추기경이 선종한 16일부터 조문객들이 몰려들어 성당 측 집계에 따르면 19일 자정까지 총 38만 7천4백20명이 조문, 이날까지 총 4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성당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김수환추기경장례위원회는 오는 22일 낮 12시 일반신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명동성당과 경기도 용인 성직자 묘역에서 동시에 추모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1만여 조문객, 성당 밖에서 대형스크린으로 장례미사 참여
일반인들의 조문은 19일 자정으로 종료됐지만 이날 새벽부터 모여든 1만여명의 추모객들은 명동성당 앞과 가톨릭 회관 주차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김 추기경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
장례미사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특사로 임명된 정진석 추기경을 비롯해 한국 천주교 주교단과 오스발도 파딜랴 주한 교황대사, 일본 시라야나기 추기경 등이 공동 집전해 1시간 40분 가량 진행됐다.
정진석 추기경 "김수환 추기경은 70~80년대 민주화 버팀목"
정진석 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김 추기경께서는 항상 우리 사회의 큰 어른으로서 빛과 희망이 되어주셨다"며 "김 추기경께서는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모든 한국인의 '사랑과 평화의 사도'였다"고 회고했다. 정 추기경은 "'감사합니다, 사랑하십시오'라는 말씀은 이제 다시 만나 뵐 수 없는 김 추기경님의 유언이 됐다"며 "이 자리에 있는 우리는 김 추기경님의 뜻을 마음에 새기고 본받아 감사하고 사랑하고 용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가 많은 어려움에 직면했던 1970년대 김 추기경님이 짊어진 십자가가 무거웠고 풀어가야 할 숙제가 참으로 많았다"며 "그때마다 김 추기경님은 피할 수 없는 모든 고난을 기도와 대화로 풀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 추기경님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다"며 "독재정권 시절 민주화 운동의 편에 선 것은 그 분이 가진 가치관과 믿음의 실천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1971년 성탄미사에서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중에 정부에 대한 쓴 소리를 하는 용감한 신앙인의 모습을 보여주셨다"며 "그래서 70~80년대 김 추기경님은 민주화운동의 버팀목이 됐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그는 "우리 모두는 위대한 목자 김 추기경님과 한 시대를 함께 살았다는 것에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야 하겠다"며 "김 추기경님의 명복을 빌면서 추기경님이 믿고 바라시던 대로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안식과 평화를 누리시기를 기도한다"고 강론을 끝맺었다.
고별사 "경제위기로 싸늘하게 식은 국민 마음 감싸줘"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정 추기경이 대독한 고별사를 통해 "오랫동안 서울 가톨릭의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시고 추기경단의 일원으로 여러 해 동안 교황에게 충심으로 협력하신 김수환 추기경님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억한다"며 "장례미사에 모인 김수환 추기경님의 친족과 모든 분에게 주님의 힘과 위로에 대한 보증으로서 진심으로 사도의 축복을 보내드린다"고 추모했다.
오스발도 파딜랴 주한 교황대사는 "김 추기경님께서는 언젠가 '나는 그저 당신 양떼에게 비천한 종일 뿐'이라고 저에게 하신 말씀과는 달리 사제요 영적 지도자로서 당신에게 맡겨진 양떼에게는 충실하고도 선견지명을 갖춘 훌륭한 목자셨다"고 추도했다.
강우일 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은 "도산과 실직, 절망과 불안의 골짜기 걷고 있는 모든 어려운 이들이 추기경님의 생전의 가르침에 용기를 얻으며 추위에 아랑 곳 않고 명동으로 전국의 각 성당으로 모여왔다"며 "추기경님은 당신의 투병으로 경제위기로 싸늘하게 식어버린 국민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덮어주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한승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고별사를 통해 "추기경님은 가톨릭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지도자로서 병든 자, 가난한 자, 약한 자와 함께하셨다"며 "추기경님께서 말씀과 행동으로 이 세상에 남긴 메시지는 감사, 사랑, 그리고 나눔이다. 우리 모두 추기경님이 남기고 간 뜻을 받들어 서로 사랑하자"고 말했다.
사제단을 대표해 최승룡 전 가톨릭대학 총장은 김 추기경의 각막 기증을 성경의 '오병이어' 기적에 빗대어 "우리 각자는 눈이 멀었다. 추기경님의 모범으로 이 눈이 열리게 된다면 더 큰 기적이 될 것"이라며 "미움과 갈등과 욕심의 각막을 벗겨내고 사랑과 화해와 희생의 각막을 이식한다면 평화와 행복이 올 것이다"고 말했다.
평신도 대표로 나선 한홍순 한국천주교평신도협의회 회장은 "지난 반세기 동안 추기경님께서 우리 곁에 계셔서 참으로 행복했다"며 "우리도 추기경님처럼 희망의 증인으로 살도록 힘쓰며 이 땅의 모든 사람이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하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다짐했다.
운구행렬에 시민들 눈물, 경찰 국빈급 호위
장례미사는 김 추기경의 생전 메시지를 담은 동영상 상영과 고별예식을 마지막으로 오전 11시 40분께 끝났으며 김 추기경의 관은 운구차로 옮겨져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장지인 경기도 용인 모현면 오산리 천주교 성직자 묘역으로 향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에서 용인까지 이어지는 운구행렬 호위를 위해 오픈카 2대, 순찰차 9대, 싸이카 14대를 배치하는 등 국빈급 예우를 했다.
명동성당 밖에서 미사를 지켜보던 많은 국민들이 김 추기경의 관이 운구차량으로 옮겨지자 눈물을 흘렸고 쌀쌀한 날씨속에서도 운구차량이 출발하자 한동안 뒤를 따랐다.
명동성당에는 김 추기경이 선종한 16일부터 조문객들이 몰려들어 성당 측 집계에 따르면 19일 자정까지 총 38만 7천4백20명이 조문, 이날까지 총 4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성당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김수환추기경장례위원회는 오는 22일 낮 12시 일반신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명동성당과 경기도 용인 성직자 묘역에서 동시에 추모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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