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의 소신, "사형집행 반대한다"
아고라에 글 띄워, 李대통령 앞에서도 반대 밝혀
한나라당이 사형집행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이 공개리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남경필 의원은 11일 다음 아고라에 올린 >사형제에 대한 단상(斷想)-사형집행 재개를 반대합니다>라는 장문의 글을 통해 강호순 연쇄살인후 사형집행 여론이 비등하고 있는 것과 관련,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뤘던 사형집행을 재개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좀 더 인내했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사형집행 반대 입장을 밝혔다.
남 의원은 그 이유로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것은 그동안 UN인권이사회 등 국제사회가 표명해왔던 사형제에 대한 우려를 받아들인 것이며, 인권의 신장을 향한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이제 와서 다시 사형을 집행하는 것은 인권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어렵게 일궈온 역사의 흐름을 되돌리는 것인 동시에 그동안 어렵사리 쌓아온 국제사회의 신뢰도 잃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사형은 인간의 생명권을 국가가 직접 침해하는 반인권적 형벌임에 틀림없다"며 "인권은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권리다. ‘인간이 인간의 목숨을 해칠 권리는 없다’고 믿는다. 그것이 국가권력에 의해서든 아니든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나는 그 존폐에 대한 사회적 또는 정치적 합의가 도출되기 전까지는 사형제를 현행대로 당분간 유지하되, 사형집행이 인간의 생명을 거두는 중대한 문제인 만큼, 우리 사회가 좀 더 인내하며 그동안 어렵사리 지켜온 믿음을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남 의원의 글에 대해 현재 아고라에서는 뜨거운 찬반논란이 붙고 있으나, 그의 글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반대보다 많은 상황이다.
남 의원은 앞서 지난 2일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중진들간 오찬회동 때도 이 대통령에게 사형 집행에 반대한다는 소신을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당시 강호순 연쇄살인에 격노를 표명하며 남 의원에게 "사형제 문제에 대해 남 의원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남 의원은 이에 "연쇄 살인이라는데에는 충분한 심각성을 느끼고 있으나, 사람이 사람을 사형한다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사형 집행에 반대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남 의원의 글 전문.
<사형제에 대한 단상(斷想)-사형집행 재개를 반대합니다! >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에 대해 국민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피의자 얼굴공개에 대한 찬반논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한편에선 사형집행에 대한 요구가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이를 반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극악무도한 범죄에 분노를 느끼는 것은 사람으로서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고 생각합니다. 무고하고 억울하게 희생된 피해자, 그리고 남은 평생 치유될 수 없는 커다란 상처를 짊어지고 가야 할 그 가족들을 생각하면 사형집행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감정적이고 흥분된 상태에서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가 됩니다. 특히 사형집행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합리적인 공론의 장(場)을 통해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판단 내릴 문제이며, 시간을 두고 논의를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연쇄살인범, 흉악범이 붙잡혔을 때마다 사형제 내지 사형집행 논란이 커졌다가 사그라지곤 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또 다시 논란이 일고 있는데, 차제에 생산적인 논쟁을 통해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가는 민주적 과정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도 진지한 논의의 장(場)이 마련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사형집행, 그리고 사형제 폐지에 관해 저의 짧은 소견을 올립니다.
□ 사형집행과 관련하여
엽기적인 살인행각을 뉴스로 접하면서 많은 분들이 사실상 중단되었던 사행집행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국제사면위원회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사형제를 폐지했거나 집행하지 않고 있는 국가는 독일과 프랑스 등 118개국입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미집행국가는 이 중 22개국입니다. 미국 일본 등 78개국은 여전히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사형이 확정돼 복역중인 수감자는 58명 정도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 유명한 유영철, 정남규를 포함해 전원 살인범죄자로 연쇄살인 등의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들입니다.
사실상 중단된 사형집행을 부활시키자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범죄의 예방적 기능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생명을 빼앗긴 자들을 위한 국가적 책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와 함께 피의자의 인권보다 피해자의 인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사형 미집행시 수감에 드는 비용을 국민이 부담하는 것에 대한 반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반면, 사형집행 반대하는 측은 사형이 인간의 생명을 국가가 직접 침해하는 반인권적 형벌이며, 법에 의한 살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사형제는 인간의 오판에 의해 한 사람의 생명을 해칠 가능성이 상존하며, 이 경우 아무리 공공의 이익을 강조해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합니다. 사형집행과 범죄의 증가 사이에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도 사형제의 기능을 반박하는 논거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저는 사형집행 논란과 관련하여 국민들도 몇 가지 가치의 충돌에서 오는 갈등과 혼란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며, 저 역시도 예외는 아닙니다.
하나는 인류 역사가 어렵게 일궈온 인권의 신장이라는 가치를 후퇴시켜선 안 된다는 믿음과 인간으로서 상상할 수 없는 짓을 한 사람에게까지 인권의 개념을 적용시키는 것에 대한 반감 사이의 충돌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사형제가 사실상 폐지되어 가는 추세이나 흉악범의 죄질은 점점 심각해지다 보니, 이에 상응하는 형벌의 수위가 약하다거나 죄질과 형벌간의 간극이 너무 크다고 느끼는 측면에 따른 고민입니다.
마지막으로, 처음에는 사형에 대한 반대가 순수 정치범이나 혐의가 불분명한 자에 대한 제한적 보호의 차원에서 출발했으나, 점차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차원에서의 사형집행 반대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치판단의 혼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뤘던 사형집행을 재개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좀 더 인내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것은 그동안 UN인권이사회 등 국제사회가 표명해왔던 사형제에 대한 우려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또한 인권의 신장을 향한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이제 와서 다시 사형을 집행하는 것은 인권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어렵게 일궈온 역사의 흐름을 되돌리는 것입니다. 동시에 그동안 어렵사리 쌓아온 국제사회의 신뢰도 잃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저는 그 존폐에 대한 사회적 또는 정치적 합의가 도출되기 전까지는 사형제를 현행대로 당분간 유지하되, 사형집행이 인간의 생명을 거두는 중대한 문제인 만큼, 우리 사회가 좀 더 인내하며 그동안 어렵사리 지켜온 믿음을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사형제 존폐 논란과 관련하여
사형제는 형벌적 성격을 갖고 있음과 동시에 인간의 생명권을 국가가 직접 침해하는 행위로서, 이중성을 띠고 있습니다.
사형제가 사회적 합의 하에 정당성과 당위성을 인정받고 유지되어 왔음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이 제도가 오용되어 왔었으며, 오판으로 무고한 희생이 발생할 가능성을 항시 내포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국가권력의 통치수단으로 사형제가 악용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인혁당 사건’처럼 독재정권이 통치의 수단으로 악용한 사례가 그것입니다. 또한 오판에 의해 사형선고가 내려지는 경우,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생명을 되찾을 길은 없습니다.
사형은 인간의 생명권을 국가가 직접 침해하는 반인권적 형벌임에 틀림없습니다. 인권은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권리입니다. ‘인간이 인간의 목숨을 해칠 권리는 없다’고 믿습니다. 그것이 국가권력에 의해서든 아니든 말입니다.
저는 이 가치를 지켜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역사는 사회·국가·권력으로부터 당하는 인권침해를 줄이고, 이를 조금씩 개선해나가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우리는 역사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더 나은 시대를 만들어 나가려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당장 사형제를 폐지하자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아직 우리 사회는 과도기에 있고,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역사를 더 후퇴시키거나 역사의 흐름을 되돌리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공동체의 복원을 생각하며
저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논의가 흘러가는 것을 우려하였습니다. 이는 한편으로 논의가 들불처럼 일어났다가 금세 시들해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함께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시간을 투자하여 논의를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이 논의의 공간 속에, 치안의 사각지대를 발견하고 보완장치들을 마련해가는 것, 그리고 가장 큰 상처를 입게 될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치유를 위한 방안 모색도 함께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회공동체의 복원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이웃에 무관심해지고, 개인화, 파편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범죄자들은 빈틈을 비집고 들어옵니다. 그리고 나와 내 가족, 선량한 우리의 이웃들을 유린합니다.
이전에 이웃끼리 서로 챙겨주고 보살펴주던 공동체의 ‘따뜻한 시선’이 사라지고 이제는 그 역할을 곳곳에 설치된 CCTV의 렌즈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CCTV도 중요하지만, 우리 이웃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가치를, 더 잃어가기 전에 조금씩이라도 회복해 가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남경필 의원은 11일 다음 아고라에 올린 >사형제에 대한 단상(斷想)-사형집행 재개를 반대합니다>라는 장문의 글을 통해 강호순 연쇄살인후 사형집행 여론이 비등하고 있는 것과 관련,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뤘던 사형집행을 재개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좀 더 인내했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사형집행 반대 입장을 밝혔다.
남 의원은 그 이유로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것은 그동안 UN인권이사회 등 국제사회가 표명해왔던 사형제에 대한 우려를 받아들인 것이며, 인권의 신장을 향한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이제 와서 다시 사형을 집행하는 것은 인권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어렵게 일궈온 역사의 흐름을 되돌리는 것인 동시에 그동안 어렵사리 쌓아온 국제사회의 신뢰도 잃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사형은 인간의 생명권을 국가가 직접 침해하는 반인권적 형벌임에 틀림없다"며 "인권은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권리다. ‘인간이 인간의 목숨을 해칠 권리는 없다’고 믿는다. 그것이 국가권력에 의해서든 아니든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나는 그 존폐에 대한 사회적 또는 정치적 합의가 도출되기 전까지는 사형제를 현행대로 당분간 유지하되, 사형집행이 인간의 생명을 거두는 중대한 문제인 만큼, 우리 사회가 좀 더 인내하며 그동안 어렵사리 지켜온 믿음을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남 의원의 글에 대해 현재 아고라에서는 뜨거운 찬반논란이 붙고 있으나, 그의 글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반대보다 많은 상황이다.
남 의원은 앞서 지난 2일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중진들간 오찬회동 때도 이 대통령에게 사형 집행에 반대한다는 소신을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당시 강호순 연쇄살인에 격노를 표명하며 남 의원에게 "사형제 문제에 대해 남 의원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남 의원은 이에 "연쇄 살인이라는데에는 충분한 심각성을 느끼고 있으나, 사람이 사람을 사형한다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사형 집행에 반대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남 의원의 글 전문.
<사형제에 대한 단상(斷想)-사형집행 재개를 반대합니다! >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에 대해 국민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피의자 얼굴공개에 대한 찬반논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한편에선 사형집행에 대한 요구가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이를 반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극악무도한 범죄에 분노를 느끼는 것은 사람으로서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고 생각합니다. 무고하고 억울하게 희생된 피해자, 그리고 남은 평생 치유될 수 없는 커다란 상처를 짊어지고 가야 할 그 가족들을 생각하면 사형집행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감정적이고 흥분된 상태에서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가 됩니다. 특히 사형집행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합리적인 공론의 장(場)을 통해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판단 내릴 문제이며, 시간을 두고 논의를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연쇄살인범, 흉악범이 붙잡혔을 때마다 사형제 내지 사형집행 논란이 커졌다가 사그라지곤 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또 다시 논란이 일고 있는데, 차제에 생산적인 논쟁을 통해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가는 민주적 과정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도 진지한 논의의 장(場)이 마련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사형집행, 그리고 사형제 폐지에 관해 저의 짧은 소견을 올립니다.
□ 사형집행과 관련하여
엽기적인 살인행각을 뉴스로 접하면서 많은 분들이 사실상 중단되었던 사행집행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국제사면위원회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사형제를 폐지했거나 집행하지 않고 있는 국가는 독일과 프랑스 등 118개국입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미집행국가는 이 중 22개국입니다. 미국 일본 등 78개국은 여전히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사형이 확정돼 복역중인 수감자는 58명 정도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 유명한 유영철, 정남규를 포함해 전원 살인범죄자로 연쇄살인 등의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들입니다.
사실상 중단된 사형집행을 부활시키자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범죄의 예방적 기능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생명을 빼앗긴 자들을 위한 국가적 책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와 함께 피의자의 인권보다 피해자의 인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사형 미집행시 수감에 드는 비용을 국민이 부담하는 것에 대한 반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반면, 사형집행 반대하는 측은 사형이 인간의 생명을 국가가 직접 침해하는 반인권적 형벌이며, 법에 의한 살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사형제는 인간의 오판에 의해 한 사람의 생명을 해칠 가능성이 상존하며, 이 경우 아무리 공공의 이익을 강조해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합니다. 사형집행과 범죄의 증가 사이에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도 사형제의 기능을 반박하는 논거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저는 사형집행 논란과 관련하여 국민들도 몇 가지 가치의 충돌에서 오는 갈등과 혼란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며, 저 역시도 예외는 아닙니다.
하나는 인류 역사가 어렵게 일궈온 인권의 신장이라는 가치를 후퇴시켜선 안 된다는 믿음과 인간으로서 상상할 수 없는 짓을 한 사람에게까지 인권의 개념을 적용시키는 것에 대한 반감 사이의 충돌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사형제가 사실상 폐지되어 가는 추세이나 흉악범의 죄질은 점점 심각해지다 보니, 이에 상응하는 형벌의 수위가 약하다거나 죄질과 형벌간의 간극이 너무 크다고 느끼는 측면에 따른 고민입니다.
마지막으로, 처음에는 사형에 대한 반대가 순수 정치범이나 혐의가 불분명한 자에 대한 제한적 보호의 차원에서 출발했으나, 점차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차원에서의 사형집행 반대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치판단의 혼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뤘던 사형집행을 재개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좀 더 인내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것은 그동안 UN인권이사회 등 국제사회가 표명해왔던 사형제에 대한 우려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또한 인권의 신장을 향한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이제 와서 다시 사형을 집행하는 것은 인권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어렵게 일궈온 역사의 흐름을 되돌리는 것입니다. 동시에 그동안 어렵사리 쌓아온 국제사회의 신뢰도 잃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저는 그 존폐에 대한 사회적 또는 정치적 합의가 도출되기 전까지는 사형제를 현행대로 당분간 유지하되, 사형집행이 인간의 생명을 거두는 중대한 문제인 만큼, 우리 사회가 좀 더 인내하며 그동안 어렵사리 지켜온 믿음을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사형제 존폐 논란과 관련하여
사형제는 형벌적 성격을 갖고 있음과 동시에 인간의 생명권을 국가가 직접 침해하는 행위로서, 이중성을 띠고 있습니다.
사형제가 사회적 합의 하에 정당성과 당위성을 인정받고 유지되어 왔음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이 제도가 오용되어 왔었으며, 오판으로 무고한 희생이 발생할 가능성을 항시 내포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국가권력의 통치수단으로 사형제가 악용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인혁당 사건’처럼 독재정권이 통치의 수단으로 악용한 사례가 그것입니다. 또한 오판에 의해 사형선고가 내려지는 경우,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생명을 되찾을 길은 없습니다.
사형은 인간의 생명권을 국가가 직접 침해하는 반인권적 형벌임에 틀림없습니다. 인권은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권리입니다. ‘인간이 인간의 목숨을 해칠 권리는 없다’고 믿습니다. 그것이 국가권력에 의해서든 아니든 말입니다.
저는 이 가치를 지켜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역사는 사회·국가·권력으로부터 당하는 인권침해를 줄이고, 이를 조금씩 개선해나가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우리는 역사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더 나은 시대를 만들어 나가려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당장 사형제를 폐지하자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아직 우리 사회는 과도기에 있고,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역사를 더 후퇴시키거나 역사의 흐름을 되돌리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공동체의 복원을 생각하며
저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논의가 흘러가는 것을 우려하였습니다. 이는 한편으로 논의가 들불처럼 일어났다가 금세 시들해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함께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시간을 투자하여 논의를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이 논의의 공간 속에, 치안의 사각지대를 발견하고 보완장치들을 마련해가는 것, 그리고 가장 큰 상처를 입게 될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치유를 위한 방안 모색도 함께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회공동체의 복원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이웃에 무관심해지고, 개인화, 파편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범죄자들은 빈틈을 비집고 들어옵니다. 그리고 나와 내 가족, 선량한 우리의 이웃들을 유린합니다.
이전에 이웃끼리 서로 챙겨주고 보살펴주던 공동체의 ‘따뜻한 시선’이 사라지고 이제는 그 역할을 곳곳에 설치된 CCTV의 렌즈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CCTV도 중요하지만, 우리 이웃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가치를, 더 잃어가기 전에 조금씩이라도 회복해 가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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