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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영 한라건설 명예회장 별세

1960년대 현대양행으로 출발, 한때 재계 12위 한라그룹 일궈

정인영 한라건설 명예회장이 20일 별세했다. 향년 86세.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첫째 동생인 정 명예회장은 노환으로 그동안 서울아산병원에서 투병해왔으며, 이날 오후 2시께 타계했다. 발인은 24일 오전 9시.

현대건설, 한라건설, 한라자원, 만도기계, 인천조선, 한라시멘트 사장 등을 역임한 정 명예회장은 1988년부터 1996년까지는 한라그룹 회장을 지냈다.

'왕회장'으로 불렸던 형 정주영 창업주와 함께 현대그룹을 창업했던 정 명예회장은 그후 건설 등 장치산업에 치중하면서 훗날 한라그룹으로 독립, 한때 21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재계 12위를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97년 외환위기 이후 계열사끼리 상호출자·지급보증으로 인해 그룹이 분해되면서 계열사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주력기업인 한라건설을 지켜며 부활을 꿈꿔왔으며, 오랜 투병 끝에 이날 영면했다.

고 정인영 한라건설 명예회장 ⓒ 한라건설


만도기계, 한라중공업, 한라건설, 한라시멘트 등 일궈내

정 명예회장은 14세에 무작정 상경, 야간 YMCA야간 영어과 2년을 다닌 뒤 일본으로 건너가 고학으로 아오야마(靑山)학원대학 야간 영어과 2학년을 중퇴하고 귀국, <동아일보> 외신부기자로 일하다가 미군부대 통역으로 취직하면서 건설업에 투신했다.

이로 인해 현대건설이 미군 공사를 휩쓸게 됐고 정 명예회장은 1951년 현대건설 전무로 입사, 61∼76년 현대건설 사장을 맡아 형인 ‘왕 회장’과 함께 현대건설의 초석을 다졌고, 이후 1962년에 스스로 세운 현대양행을 발전시켜 한라그룹을 키워냈다.

80년 현대양행을 정부의 산업합리화 조치에 따라 포기해야 했고, 대신 중공업을 중심으로 그룹을 구성한 뒤 이후 시멘트와 건설, 조선소, 제지, 자동차 부품, 중장비 등을 생산하는 기업을 잇따라 설립하면서 한라는 장치산업 중심의 그룹으로 급성장했다.

96년에는 만도기계, 한라중공업, 한라건설, 한라시멘트 등 주력기업과 함께 자산 6조 2천억원, 매출 5조 3천억원, 종업원 2만여명이 딸려 있는 재계 12위의 대기업 군으로 성장했으나 외환위기 당시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그룹이 분해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1989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에도 휠체어를 타고 출근하는 등 경영에 소홀하지 않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면서 ‘휠체어의 부도옹’‘오뚝이 기업인’‘프런티어 기업인’이란 별명을 얻기도했던 정 명예회장은 결국 오랜 투병생활 끝에 이날 영면에 들었다.

정 명예회장은 1991년 우리나라 중공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기업인으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정몽국(53) 엠티인더스트리 회장과 정몽원(51) 한라건설 회장이 있다.

정 명예회장 별세후 97년 경영권 넘겨줬던 정몽원 회장 체제 유지

한편 한라건설은 정 명예회장의 별세 후에도 정몽원(52) 회장 체제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한라건설은 고 정인영 명예회장이 1997년 1월 3일 회장에서 명예회장으로 자리를 물러나면서 당시 한라건설과 만도기계 등 경영에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은 차남 정몽원 현 회장(당시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고 후계 구도를 마무리 지었으며, 이에 따라 정 명예회장 별세 이후에도 경영권은 변화 없이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라건설의 주식소유 분포는 정몽원 회장이 전체 주식의 16.47%(1백58만6천7백80주)를 소유해 최대주주로 등재돼 있고, 한라건설이 12.19%, 학교법인 배달학원 2.20%, 정인영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정몽원 회장의 형인 정몽국(54)씨가 0.92%를 보유하고 있다. 정몽국씨는 현재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정몽원 한라건설 회장은 서울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취득했으며 평소 소탈한 성격에 친화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라건설은 최근 국내외에서 토목, 주택 및 개발사업, 플랜트 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경부고속철도, 서해안고속도로, 인천국제공항 활주로 등 도로와 철도, 공항 항만 등 토목공사와 사회기반시설 건설사업, 준설 사업 등에 참여하고 있다. '한라비발디' 브랜드로 아파트 사업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한라건설의 매출은 지난해 말 기준 8천4백91억원, 당기순이익 4백32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매출 9천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자동차 부품업체인 ㈜만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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