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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로드맵은 '노동계 무력화' 음모”

<세미나> 정부 일방 ‘로드맵 드라이브’, 노사 모두 ‘반대’

참여정부가 ‘분쟁 위주 노사관계’를 ‘생산적 노사관계’로 변화시키기 위해 2003년부터 추진 중인 ‘노사관계선진화방안(노사 로드맵)’의 입법 추진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노동계는 로드맵이 담고 있는 주요 내용들이 87년 민주화 이후 성장해 온 민주노조 운동의 근간을 뒤흔드는 개악안이라며 반발하고 있고 재계 또한 사용자측의 임의권한까지도 정부의 통제 아래 놓이게 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정부의 중재 역량 부족과 이를 상쇄하려는 강행 처리, 이에 맞서는 노동계의 극한 투쟁으로 표류하고 있는 비정규직 관련 3법과 유사한 길을 걷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정부의 개혁안이 당사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은 데 따른 것이다.

민주노총 “노사로드맵, 정부 개입은 수월하게, 파업은 어렵게, 해고는 쉽게”

민주노총은 1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노동계.재계.학계를 총망라해 ‘노사관계로드맵과 민주적 노사관계 구축의 방향’을 주제로 한 연속토론회를 시작했다. 하반기 본격적인 입법 정국을 앞두고 정부가 제시한 노사로드맵에 대한 노사 양측의 대응방안을 검토하는 취지로 민주노총이 연속토론회를 기획하고 나선 것.

이날 토론회에는 양대노총 정책실장을 비롯해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최재황 정책본부장, 강문대 변호사,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등이 참석해 발제 및 토론에 참가해 현행 로드맵 내용을 쟁점별로 분석하고 노사 양측의 입장 차이를 분명히 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제시한 노사로드맵의 독소조항을 지적하고 대안으로 ‘민주적 노사관계를 위한 4대 방향과 8대 핵심요구’를 거듭 강조했다.

발제자로 나선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2007년 노사관계에 닥쳐 올 ‘쓰나미’로 불리우는 노사로드맵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공익사업장 확대 및 긴급조정권 요건 완화 ▲직장폐쇄 및 정리해고 요건 완화 등을 열거했다.

김태현 정책실장은 “현재 제출된 노사관계 로드맵은 노사를 배제한 일방적 추진, 노동기본권 침해 및 단체행동권 약화, 노조 활동 무려화 및 통제 강화,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라는 관점에만 충실할 뿐 ‘선진화’와는 방향과 실제가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김 실장이 열거한 독소조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의 경우 노사 로드맵 자체의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노동계 자체의 조직력으로 진전되고 있는 노동조합의 산별전환 흐름과 관련해 노사로드맵은 기업별 복수노조 체제를 근간으로 하면서 산별교섭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항도 명시하지 않아 기업별 노사관계를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것.

또한 조합원의 과반수를 확보한 노조에 교섭 전권을 일임하도록 명시되어 있어 소수노조의 교섭권을 박탈하고 나아가 기업 내 과반수 확보를 놓고 노-노, 노-사 갈등을 부추겨 이 과정에서 친기업 노조에 대한 사측의 부당개입을 유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태현 정책실장은 “헌법이 명시한 노동3권에 비춰볼 때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 박탈은 명백한 위헌이고 과반수 확보를 둘러싼 노노, 노사 갈등의 심화로 결국은 노조활동의 무력화와 과도한 노조 통제로 이어질 게 뻔하다”며 “이는 복수노조시대와 산별노조 운동에 맞선 사용자, 정부 중심의 노사관계 질서 재편 기도”라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김태현 정책실장은 공익사업장 범위 확대와 긴급조정권 발동 등 노사 관계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개입 제도 완화 움직임에도 “사실상 노동자의 권리인 파업권 자체를 무력화할 것”이라며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노총은 정리해고 노동자에 대한 사전통보기간을 기존의 60일에서 30일로 완화한 것, 현행 신고제에서 부분적 직장폐쇄를 가능토록 한 것도 기존 노동법에서 대폭 후퇴한 조항으로 지적됐다.

18일 민주노총 주관으로 열린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 연속토론회. 이날 노사 양측 모두 정부의 일방적인 노사로드맵 추진에 반대의사를 밝혔지만 개별사안에서는 서로 다른 속내를 보였다.ⓒ최병성 기자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지난 7월 6일, 1년 3개월만에 복원된 노사정대표자회의를 통해 ‘민주적 노사관계의 4대 방향 및 8대 핵심 요구안’을 의제화하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의 4대 방향은 ▲국제적 노동기준의 보장 ▲비정규 노동자와 산별 노조의 노동기본권 보장 ▲노사자치의 보장 ▲고용안정의 보장 등 큰 틀에서의 노동3권의 실질적 보장을 담고 있다.

또한 구체적인 8대 핵심 요구안은 ▲공무원.교수.교사 노동3권 보장 ▲비정규직노동자 노동3권 강화 ▲산별 교섭 보장과 산별협야의 제도화 ▲복수노조 하 자율 교섭 보장 ▲직권중재 제도 폐지 및 긴급조정제도 요건 강화 ▲손배가압류 제도 개선 ▲전임자임금 노사자율 보장 ▲고용안정 보장 등이다.

민주노총은 특히 이중에서 올해 가장 시급한 개선사항으로 ‘복수노조의 자율 교섭 보장’과 ‘전임자임금 노사자율 보장’을 꼽고 연내 논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또한 실제 사업장에서의 노동자의 파업권 제한을 넘어 해당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노조원과 가족에게까지 연대책임을 물어 생존권 자체를 위협하는 ‘손배가압류 제도’ 또한 반드시 연내 개선 입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한국노총 “일부 진전 불구하고 로드맵은 노동조건 악화 지향”

이미 지난 해부터 민주노총이 불참한 가운데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석, 노사로드맵의 구체적인 정책 실현 방향을 논의해 온 한국노총도 로드맵 통과 이후의 변화하는 노사관계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노총은 실업자의 초기업단위노조 조합원자격 인정, 제3자 지원신고 및 처벌제도 폐지,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및 가압류 범위제한 등은 진전된 내용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노조 쟁의행위는 억제하고 해고는 쉽게‘하는 정부안에 대한 비판에는 민주노총과 입장을 같이했다.

토론자로 나선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부장은 “정부의 노사로드맵은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는 원칙과 기준이라기보다는 노사간의 중간접점을 찾는데 급급하고 있다”며 “특히 국제기구로부터 노조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규정으로 철폐 권고를 받으면서도 전임자 임금 지급규정을 존치하겠다는 것이나 의무교섭과 쟁의의 대상에서 권리분쟁을 제외시키는 것은 국제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특히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 강제적인 교섭창구 단일화 등에 관해서 민주노총과 입장을 같이 하면서 노사로드맵을 “사업장 내 노조 장악력 약화, 노동운도의 약화를 위한 노사관계의 재편 기도”라고 비판했다.

반면 경총은 정부의 일방적인 노사로드맵 추진에는 노동계와 보조를 같이했지만 세부 항목에서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최재황 한국경영자총협회 정책본부장은 “로드맵이 현실에 대한 고려 없이 지나친 이론적 접근을 통해 노사관계를 선도해나가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섣불리 하기 보다는 로드맵이 담고 있는 내용의 관행과 판례가 형성된 뒤에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 본부장은 “복수노조나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문제 등은 이미 10년전 노동법 개정 당시 창구단일화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교섭 창구 단일화 문제를 이미 합의했지만 섣불리 접근할 필요가 없다는 입자을 보였다.

경총 “부당해고 형사처벌 강화 등 노동계 주장 무리”

이어 최 본부장은 “부당해고에 대한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자는 노동계의 주장은 노조 측에서 보면 악의적 해고일수도 있겠지만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충분한 해고사유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렇게 범법의사가 전혀 없는 경우에 대한 형사처벌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의 산별전환 움직임과 로드맵의 단일교섭창구 강제조항이 사업장에서 조합될 경우의 입법 상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강문대 참터 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복수노조의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이 소수 노조의 단체협약권 무력화 등의 위헌 소지가 있고 산별교섭의 무력화를 낳는다는 진단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정부 로드맵에 포함되지 않은 산별교섭 체제에서의 효과적인 교섭체제 도입을 노동계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전체적으로 산별교섭 제도화,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등을 과도한 입법 개입으로 해결하려 할 때 노사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며 “산별교섭을 보다 강하게 강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노조 조직률 확대를 통한 교섭권 강화가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노사정대표자회의가 내달 10일까지 노사로드맵 33개 조항 중 합의에 이르지 못한 26개 항목과 추가로 제기된 6개 항목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이에 대한 노사 양측의 의견수렴 과정의 일환으로 기획된 연속토론회.

민주노총은 이날을 시작으로 19일 ‘직권중재와 공공부문 노사관계’, 20일 ‘산별노조와 복수노조하의 교섭구조 개선방안’, 27일 ‘공무원 노동기본권 토론회’를 연달아 주최한다.

특히 세 번째 토론회는 민주노총과 국제노동기구(ILO)의 공동주최로 열려 국제사회의 폐지 권고를 받으며 관심사로 떠오른 공무원, 교수 등의 공공부문 노동3권 보장 쟁점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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