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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사태, '노-정 전면전' 양상으로 발전

비정규직 최대규모 투쟁에 노동계 전면 가세 움직임

경북 포항지역의 비정규직 건설노조원 2천여명의 포스코 본사 점거농성이 6일째로 접어들면서 부상자와 탈진 조합원이 속출하는 등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경찰은 16일과 17일 두 차례에 거쳐 강제 진압을 시도한 데 이어 포스코 측도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단수.단전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서, 농성 중인 2천8백여 조합원들과의 극한적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포스코 사태에 노동계 전면가담 움직임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을 비롯해 민주노총 경북본부 등 지역 노동계가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지난 16일 포항 형산강 사거리에 결의대회를 갖는 등 본사 바깥에서의 충돌도 계속되고 있다. 노동계는 19일 영남권 노동자대회, 26일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예고하고 나서 포스코 사태는 노동계와 정부 간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18일 담화문을 통해 “불법폭력 시위에 대한 엄정대응”원칙을 천명하며 경찰은 1만2천여명의 병력을 투입해 고립작전에 나서는 등 사태는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꼬여가고 있다.

비정규직 건설노동자들이 주도한 포스코 사태가 노-정 전면전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포스코 본사를 둘러싸고 있는 경찰들. ⓒ연합뉴스


포항건설노조 조합원 3천여명은 지난 13일 포스코 하청업체인 전문건설업체와의 교섭이 난항을 거듭하고 이 과정에서 3백여명의 부당해고, 원청업체인 포스코의 대체인력 투입이 확인되자 이에 항의하며 본사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포항건설노조 조합원 대부분은 포스코와 직접 고용 상태에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직접 고용 상태에 있는 지역의 전문건설업체가 아닌 포스코 본사를 투쟁거점으로 결정한 이유는 건설 현장의 뿌리 깊은 원.하청 계약 구조에 있다.

건설현장은 발주처-원청-하청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도급구조 아래, 노동자들의 임금교섭이나 노동조합 활동은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하지만 실질적인 작업 현장의 소유권이나 결정권은 원청 업체가 행사하는 이원적인 구조로 이뤄지고 있는 것.

때문에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이 단체협상을 요구할 때마다 전문건설업체는 원청사인 포스코 건설에, 포스코 건설은 직접 사용자인 전문건설업체에 교섭의무를 떠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실제로 포항건설노조 조합원 대부분은 포스코에서 발주한 기계, 설비, 전기 공사 등을 담당하고 있는 일용직 노동자들로 현재 이 지역 전문건설업체들과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주5일제 근무, 8시간 노동, 유급휴가를 요구하는 노조의 요구안에 건설업체들이 난생을 표명했고 이에 포항지역건설노조가 5월 29일 준법투쟁에 돌입하자 사업주들은 조합원 3백명을 집단 해고시켰다.

포스코 파업 중인 건설현장에 대체인력 투입하면서 노동자들 자극

이에 맞서 포항건설노조는 6월 24일 목공철근분회 조합원들의 파업을 시작으로 7월 1일부에는 기계 플랜트 중심 직종 조합원도 파업에 합세했다.

이어 포항건설노조는 지난 11일 상경투쟁을 결의하고 당시 포스코건설 관계자들과 면담을 통해 노사 갈등을 원만하게 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이틀 뒤인 13일 포스코가 파업 중인 노조의 건설현장에 대체인력을 투입하면서 이번 본사 점거 투쟁으로까지 이어졌다.

대부분의 노동자가 일용직임을 감안할 때 원청업체인 포스코가 대체인력을 투입할 경우 하청업체들은 더 이상 노조와의 임단협에 매달릴 필요가 없게 된다.

노동계의 분노가 포스코 본사로 향한 가장 큰 이유다. 도급업체와의 임단협 과정에서 벌어진 합법파업임에도 불구하고 원청업체인 포스코의 대체 인력 투입이 파업 자체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정부 "농성 해산하면 교섭 주선", 민주노총 "영남지역 연대 노동자대회"

한편 정부는 이날 법무부, 행정자치부, 노동부 장관 합동담화문을 통해 "포항지역 건설노조의 포스코 본사건물 점거는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자진해산할 경우 교섭을 주선하는 등 선처하겠지만 불법 농성을 계속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포스코 본사를 둘러싼 경찰 병력이 1만2천여명에 달하고 지난 16일 포항 형산로에서 지역 노동자들이 벌인 집회에서 충돌이 거듭돼 정부의 이 같은 담화문이 사태해결의 실마리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민주노총 건설연맹과 경북지역본부는 19일 포항공설운동장 주차장에서 ‘민주노총 영남노동자대회’를 열고 공권력의 폭력진압 중단과 포스코의 성실교섭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날 대회에는 울산플랜트를 비롯해 광양제철 등 상당수의 영남지역 조합원들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충돌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17일 3백여명의 파업 참가가가 이탈하는 등 파업 전선에 이상이 생겼다고 주장하나, 파업지도부는 정부 봉쇄로 의약품이 부족해 탈진자나 부상자들을 내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하는 등 양측 불신은 극에 달하는 양상이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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