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커틀러 美수석대표 “한국 약가정책 FTA 원칙 벗어나”

“상품 분야 양허안 틀 합의, 서비스.투자 유보안 교환 성과”

“한국 정부가 의약품 지출비 축소와 개혁을 명분으로 추진중인 포지티브 시스템은 우리가 보기에 개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본협상 마지막 날인 14일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는 이날 4개 분과 협상의 원인으로 우리 측의 5.3 약가 적정화 방안을 지목하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미 시애틀에서 오는 9월 열릴 3차 본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커틀러 수석대표는 14일 오후 4시 신라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은 한국의 의료보건 시스템의 개혁을 막으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어떠한 개혁이라도 투명하고 공정해야 하며 해외제약을 특정 목표로 삼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커틀러 대표는 “놀랍게도 우리는 서울에 도착하고 나서 한국이 포지티브 리스트로 전환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한국 대표단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그는 “우리 판단으로 이런 결정은 의약품 작업반의 맨데이트(협상지침)와 맞지 않고 FTA의 시장개방 원칙에도 벗어난다”며 “따라서 한국의 이런 결정은 의미 있는 협상을 배제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의약품 문제가 힘든 도전이 되겠지만 극복하지 못할 만한 사안은 아니다”면서 “오는 9월 4일 3차 협상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2차 협상에서 한미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한 의료 분야의 약가 책정 방식의 ‘포지티브 시스템(선별목록)’은 효능을 인정받은 신약이라도 가격 대비 효과가 우수한 의약품만을 선별해 건강보험에 포함시키는 방식이다.

또한 현재 2만2천여개에 달하는 등재품목을 5천개까지 낮춰 약제비 절감 정책을 추진하는 동시에 신약 등재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한국이 도입할 약가 적정화 방식의 핵심이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포지티브 시스템을 오는 9월부터 도입할 계획이지만 미국 측은 “한국 정부가 발표한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은 혁신적인 신약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미국이 주장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은 현재까지 우리 정부가 유지했던 제도로 거의 대부분의 의약품의 건강보험 등재를 가능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 제약회사 제품은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건강보험에 포함되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네거티브 시스템은 약제비 지출을 증가시켜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킬 것이라는게 우리 정부 측 입장이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듬에 따라 건강보험의 재정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로서 당장 내놓을 수 있는 몇 안되는 대안인셈이다.

따라서 오는 9월 열릴 미국 시애틀에서의 3차 협상에서도 이 부문은 핵심 쟁점으로 재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복지부의 시행시기와 3차 협상의 시기가 맞물려 있어 포지티브 시스템 도입을 둘러싼 양측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는 "의약품 작업반 중단의 이유는 포지티브 시스템 때문이고 이는 작업반의 맨데이트(협상지침)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못박으면서도 "(약가 책정 방안이)도전적이지만 극복하지 못할 내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김종훈 우리 측 수석대표는 오후 7시 외교통상부 브리핑룸에서 2차 협상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는다.

다음 3차 본협상은 오는 9월 4일부터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다.
최병성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