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시대'의 한국 MB호, 쿼바디스?
<뷰스 칼럼> 한반도 탈냉전, 거센 통상압력 등 예고
8년만에 돌아온 부메랑
8년전 지금,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의 미대통령 당선에 공황적 충격을 느꼈었다. 당시 청와대의 한 국장은 "미국대륙에서 먹구름이 한반도로 몰려오는 것 같다"고 충격을 표현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후 김대중 대통령은 부시와의 회동에서 부시의 MD(미사일방어) 참여 요구를 거부하자 공개석상에서 극한 모욕을 당하는 등, 부시 재임기간 내내 시쳇말로 코피가 터져야 했다.
8년후 지금, 정반대 상황이 전개되려 하고 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오바마 시대' 개막에 크게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당에 오바마에 대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한 것만 봐도 내심 한나라당이 얼마나 당황해 하는가를 알 수 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오바마와 닿는 라인이 거의 없다. 오바마가 의원직을 4년밖에 안한 정치초년병이기 때문이기도 하나, 한나라당 자체가 공화당에 경사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월 방미때 부시 대통령만 만나고 오바마 후보는 만나지 않았다. 같은 시기 미국을 방문했던 영국 총리 등은 그러나 오바마를 만났다.
또한 한나라당의 한 중진은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기 직전까지만 해도 기자들과 만나 "아직 미국에선 흑인은 대통령이 못된다. 매케인이 반드시 당선된다"고 호언장담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부시 심판론' '월가 심판론'이 미국민들 사이에서 봇물 터지면서 매케인은 침몰하고 오바마 시대가 열렸다.
'오바마 시대' 개막은 무방비 상태인 정부여당에게 벌써부터 패닉적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오바마 대선공약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 및 북-미수교를 의식, 독자적 핵무장 추진, 한반도비핵화선언 폐기 등을 주장하고 나섰다. 한승수 총리는 오바마가 당선돼도 금융위기 수습때문에 북-미수교 등을 추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말 그대로 우왕좌왕, 갈팡질팡이다.
"오바마 당선으로 한국 컨트리리스크 완화"
한 외국계 금융기관 책임자는 "오바마 당선으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 위기가 소멸됐다"고 말했다. 그는 "호전적인 매케인이 됐으면 북-미 갈등 심화로 한국의 신용등급은 하락했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오바마 당선으로 '한국의 컨트리 리스크' 중 하나가 해소됐다는 진단이다.
오바마는 이미 김정일 위원장과 정상회담 및 북-미수교를 공약으로 내건 상태다.
또한 차기 부통령인 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과 외교자문역인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대사, 동아시아 안보정책 실무자인 프랭크 자누지 등 오바마 외교라인의 공통점은 북한과의 대화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비둘기파'라는 점이다. 북한을 '악의 축'이라 부르는 부시 대통령 진영의 '네오콘'과는 정반대이고 상극이다.
오바마 진영은 물론 북핵문제를 푸는 데 있어 한국과 사전협의를 충실히 한다는 입장이다. 오바마는 한국방문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북한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겠다는 입장은 단호하다. 북한도 부시 대신 오바마와 대화를 선호하며, 그동안 부시정권과 형식적 대화로 일관해왔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취임후 고수해온 대북정책을 고수할 경우 오바마와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독자적 핵무장까지 주장하며 '마이웨이'를 주장하나, 미국이 300억달러 통화스왑 협정 하나만 깨버려도 한국경제는 곧바로 초토화될 정도로 '마이웨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1994년 1차 북핵위기때 김영삼 당시대통령이 클린턴 민주당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며 강경대북정책을 취했다가 결국 미국의 방침을 따르며 경수로 건설비용 등을 독박 써야 했던 사태가 되풀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MB노믹스도 위기 직면
오바마 당선은 'MB노믹스'에도 타격을 가할 공산이 크다. MB노믹스는 미국 공화당의 '레이거노믹스'에 기초하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는 이와 전혀 다른 '오바마노믹스'를 예고하고 있다. 한 예로 세금정책만 해도 공화당이 기업과 상류층 감세에 비중을 두어온 반면, 오바마는 연소득 25만달러 이하 중산층에게는 감세를, 그 이상의 고소득층에게는 증세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루스벨트가 대공황때 취했던 정책 그대로다.
금융부문만 해도 오바마는 월가 공황을 계기로 강력한 '감독'을 예고하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 등 대대적 금융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와 정반대다.
이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미국과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며 강행방침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야당 등이 가만 있을 리 만무다. 이미 민주당은 "현정권은 미국 공화당 한국지부"라고 명명하며 대공세를 예고하고 있고, 이동걸 금융연구원장도 "미국식 자통법을 추구해선 안된다"며 정부정책에 반기를 들고 나서는 등 각계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거세질 통상압력
미국 민주당은 원래 공화당보다 장사꾼 기질이 세다. 미국은 클린턴정권때 거센 통상압력으로 무역적자를 대폭 축소하고 재정적자도 줄인 전력이 있다. 부시가 미국을 파산지경으로 몰아넣은 만큼 민주당의 통상압력은 더 거세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오바마는 유세때 이미 한국을 정조준해 통상압력을 예고한 바 있다. 수십만대 자동차를 미국에 팔면서 미국 자동차는 겨우 수천대를 수입하고 있다는 식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미FTA도 현수준에서 체결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자동차 추가개방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 상-하원을 완전 장악한 민주당 입장도 마찬가지다.
오바마는 이밖에 중국에 대해 위안화 절상압력을 가하는 등, 아시아의 무역흑자국들에 대한 적대적 보호주의정책까지 예고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우리 국회에서 연말에 한미FTA를 먼저 비준해 줘받자 아무 쓸모 없다. 민주당측이 콧방귀만 뀌게 할 뿐이다.
'오바마 시대 개막'은 이처럼 한국에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한반도 탈냉전의 거대한 파고를 예고하고 있고, 동시에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혹독한 통상압력도 예고하고 있다. 자칫 판세를 잘못 읽고 우물안 개구리식 대응을 했다간 국가 위상이 몇 계단 추락하는 참사도 순식간에 발생할 수 있다.
MB호에게 '쿼바디스'라는 국운이 걸린 중차대한 화두가 던져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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