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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임원들 '배임혐의 강력부인'

비자금 '출구'도 강력부인과 모르쇠로 일관

회삿돈 7백97여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속행공판에서 현대차 임원들은 비자금 조성 사실을 대체적으로 인정하면서도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강력 부인했다. 또한 비자금 일부가 뇌물로 사용된 혐의도 전면 부인하는 등 조성된 비자금의 '출구'에 대해서도 함구로 일관했다.

오너와 경영진 모두가 '모르쇠'로 일관, 한때 세상을 흔들었던 현대차 비자금 사태가 태산명동서일필하는 분위기다.

김동진 부회장 배임혐의 강력 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김동오 부장판사) 심리로 10일 열린 정 회장에 대한 4차 속행 공판에서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이 현대우주항공에 연대보증을 선 정 회장의 손실을 피하기 위해 계열사들을 이 회사 유상증자에 참여시켜 손실을 끼친 것이 아니냐는 검찰의 추궁에 관련혐의 일체를 부인했다.

정 회장과 함께 기소된 김 부회장과 김승년 부사장, 이정대 재경본부장 등은 지난 1999~2000년, 현대차 그룹 계열사인 현대우주항공이 도산 위기에 몰리자 연대보증을 선 정 회장의 손실을 우려, 현대차 계열사 등에 이 회사의 유상증자에 참여시키도록 한 혐의를 받고있다.

김 부회장은 "두 차례의 유상증자에 대해 지금이라도 당시와 같은 상황이 처하면 그 때와 같은 판단을 내릴 것이냐"는 변호인의 신문에 "그렇다"라며 "다른 계열사도 같은 상황이라면 지난번과 같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부회장은 또 "재판부가 외환위기 당시 현대그룹의 상황과 전체적, 실질적으로 회사에 끼친 영향 등을 총체적으로 판단해 달라는 입장이 아니냐"는 변호인의 신문에도 "그렇게 생각한다. 정 회장의 보증채무부터 우선 변제하기 위해 계열사를 유상증자에 참여시킨 게 아니다. 정상적인 재무구조 개선작업 절차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본텍을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편입할 당시 본텍의 주당 가치가 2백54만원(검찰 추산)인 주식을 정 회장과 정의선 사장 등 MK 부자가, 90%의 지분을 가진 한국로지텍과 정 사장에게 각 5천원에 배정해 지배주주인 기아자동차에 손실을 끼친 혐의에 대해서도 "주주사들이 액면가를 5천원으로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안다"며 배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정몽구 회장이 어려운 사람 도와주라고 해서..."

다만 김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에게 자금 수요가 많으니 현대차 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에서도 자금을 만들어야 한다고 보고했고, 이에 정 회장이 알아서 하라고 해 각 계열사에 자금 조성을 요청했다"며 비자금 조성 사실을 인정했다.

김승년 부사장과 이정대 재경본부장 역시 "비자금 조성 사실을 구체적으로 몰랐다”면서도 “'알아서 하라'는 정 회장의 말에 따라 계열사 비자금을 조성해 사용했다"고 비자금 조성 사실에 대해서는 대체로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김 부회장은 "조성된 자금은 임직원 격려비나 대외 활동비, 홍보.판촉비, 기타 운영비 등 정상적으로 회계처리를 하기 어려운 곳에 썼다"고 답했다.

김 부사장 역시 "정 회장이 평소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라고 지나가면서 지시한 바는 있다"며 "이에 정 회장 친인척들에게 예우차원에서 정기적으로 비자금을 사용했고, 세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정 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처럼 현대차 임원들은 이 날 공판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굳이 수십억원대가 넘는 비자금을 만들 이유가 있었는가"라는 검찰 신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외에도 김 부회장은 현대차의 뇌물을 받고 양재동 농협중앙회 사옥을 헐값으로 매각한 혐의로 구속된 정대근 농협중앙회장에 대해서 "농협에서 양재동 사옥을 현대차에 매각한 것 때문에 정대근 회장이 국정감사에 불려가고 노조에 의해 출근이 저지되는 등 고통을 당했다"며 "이에 사과와 감사의 뜻으로 (돈을) 보낸 것"이라고 대가성 뇌물 전달 혐의를 부인했다.

휠체어 타고 법정 출두한 정 회장... 경영 복귀 초읽기?

한편, 지난 달 28일 보석으로 풀려난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 출석한 정 회장은 이 날 환자복 차림으로 링거액을 꽂은 상태로 휠체어를 타고 입정했다. 그러나 이 날 공판에서 정 회장은 김 부회장을 비롯해 자신과 함께 기소된 3명의 현대차 임원진들에 대한 검찰 신문을 지켜만 보았을 뿐 검찰이 직접적으로 정 회장을 신문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변호인측에서는 재판 도중 "정 회장이 최근 수술을 받아 피곤한 상태"라며 휴정을 거듭 재판부에 요청,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기도 했다. 변호인측은 지난 달 말, 정 회장에 대한 보석 신청 당시 정 회장이 협심증과 관상동맥경화협착증, 고혈압 등의 진단을 받았다며 심할 경우 ‘돌연사’의 위험도 있다고 주장하며 재판부에 휴정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이같은 변호인측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조만간 경영일선에 복귀한다는 전망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달 보석 이후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중인 정 회장은 빠르면 수일 내 퇴원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전해지고 있다.

정 회장에 대한 다음 공판은 다음 달 7일 오후 2시에 열린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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