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카우보이 외교’ 포기하나
<타임> "이라크 침공 실패로 ‘카우보이 외교’의 맹점 깨닫는 중"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2001년 이후 채택해온 선제적 예방공격과 국제사회 여론을 무시한 초강대국으로서의 일극주의로 상징되는 ‘카우보이 외교’가 사실상 종말을 고했으며, 미국 외교정책이 최근 전통적인 외교방식으로 서서히 전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예방전쟁, 일방주의적인 행동, 흑백논리 등의 특징과 동시에 ‘덫’으로 작용해온 ‘카우보이 외교’가 이라크전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함에 따라 과거에 비해 겸손하고 전통적인 접근 방식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행정부 내부에서조차 공공연하게 논란을 일으켜온 '카우보이 식 외교'의 변화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고 실제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시 대통령 변화 움직임, 그러나 임기내 성과는 의문"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9일(현지시간) 인터넷에 올린 최신호(17일자)에서 부시 행정부의 이같은 '카우보이 외교'가 부시 대통령 본인부터 달라지기 시작하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다면서, 그러나 촉박한 임기와 이미 시작된 레임덕 등으로 과연 임기 동안 성과를 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타임>은 이날 마이크 앨런과 로메시 래트너사의 이름으로 된 17일자 커버스토리에서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지난 7월 4일 부시 대통령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예일대 시절 까지의 급우 등을 백악관 잔디밭으로 불러 60회 생일 파티를 연 가운데 하와이 스타일의 가벼운 셔츠를 입고 나와 60회 생일 파티를 즐기던 바로 그날 북한은 미사일 7발을 시험 발사했다”며 “그러나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사실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반응이었다”고 밝혔다.
<타임>은 이 기사에서 “4년전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고 ‘안전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행동’이라고 강조했던 그런 그가 이번엔 ‘우리는 우방 및 동맹국들과 계속 통일된 메시지를 평양에 보낼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며 “또 미사일 시험 발사에 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은 '외교'라는 용어를 6번이나 사용했다는 사실은 부시 대통령의 외교정책에서 진행되고 있는 변화가 단순한 기조의 조율에 그치는 게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잡지는 “9.11 테러 이후 부시 행정부는 힘을 바탕으로, 이상적이면서도 일방적인 비전을 제시하면서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만 생각했고, 다른 나라의 도움은 기다릴 필요가 없었으며, 과거의 부시였다면 김정일과 같은 독재자는 미국의 응징 조치에 대한 위협을 받았거나 최소한 구두 비난이라도 받아야 했다”며 “그러나 삐걱대는 이라크전, 불안이 확산하는 아프가니스탄, 이란 핵문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전쟁의 먹구름 등 산적한 난제로 고심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은 이번엔 평양의 도발을 평가절하하면서 다자주의에 대한 얘기를 함으로써 부시 대통령의 이른바 '카우보이 외교'가 종언을 고한 셈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알-카에다 소탕과 이라크전에 너무 많은 에너지와 자원을 소모하는 동안 중동지역의 혼란에서부터 수단의 집단학살과 중국의 지역패권 야심에 이르기까지 지구촌의 다른 여러 문제가 미국이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커져 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 <타임>의 해석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의 국무부 관리였던 웬디 셔먼은 "이렇게 위험한 것들이 한꺼번에 일어난 경우가 과거 몇번이나 있었는지, 또 몇명의 대통령 시절에 있었는지 생각하기 조차 어렵다"면서 "이는 부시 행정부가 행동에 나설 계획이 아예 없었거나, 또는 계획을 거의 마련하지도 않은채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버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예방전쟁, 일방주의적 행동과 흑백논리 등에 바탕해 시작된 이라크 침공의 경우 그 결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없었지만, 최근 백악관이나 행정부 내에서도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군사적 자원, 국민지지, 해외에서의 신뢰도 등에 있어 지나치게 높은 비용을 치루고 있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고 이 잡지는 진단했다.
"천문학적 군사비용, 바닥권의 국민지지와 해외 신뢰도, 논란 갈수록 증폭"
이로 인해 부시 행정부는 매일 또다른 형태로 발생하는 각종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며, 상대국에 대한 공격적인 외교정책을 특징으로 하는 ‘부시 독트린’은 이라크에서 어떻게 철수해야 할지를 구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에 놓여있다며, 지난 2003년 이라크 침공 후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정부를 전복시킨 시점에서 미국의 전 세계적 패권은 최고조에 이르렀으나 이후 3년 동안 부시 행정부의 세계를 향한 능력은 꾸준히 잠식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의 전략적인 전환은 작년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취임한 뒤 부시 행정부와 주요 동맹국들간의 균열을 치유하기 위해 나서면서 시작됐고, 라이스 장관은 부시 대통령에게 북한 및 이란과의 대결국면을 완화시키기 위해 다극주의적인 협상에 나서도록 설득해왔다는 것이 <타임>의 분석이다.
외교정책상 현실주의자인 라이스 국무장관은 제 1기 부시 행정부을 장악했던 네오콘들이 도덕주의적인 접근 방식을 줄여나가도록 하는 한편 실용주의 외교를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부시 행정부의 9.11 사태 이후 외교정책의 후방에서 실제적으로 주요한 두뇌집단의 역할을 해온 딕 체니 부통령과 같은 강경파들의 영향력을 잠식해나갔고, 이에 따라 백악관의 대통령 자문관 중 한 사람이 “딕 체니조차도 필수불가결한 이해관계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키신저식 외교정책으로 접근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토로할 정도라는 지적이다.
<타임>은 “만약 부시 대통령이 더욱 인기가 있으면서도 덜 적대적인 유산을 다시 부활시키고 싶다면 이라크를 벗어나서 이란과의 전략적인 화해 또는 아프리카 발전을 위한 또다른 마샬플랜 등 더욱 거대하고 도달 가능한 어떤 목표를 추구하는 한편 동맹국들이 미국과 함께 하는 원 위치로 돌려놓아야 한다”며 “미국 외교정책의 유산은 레임덕에 걸린 대통령들이 모두 바라는 바지만 대부분 실망감 속에 끝났으며, 부시 대통령 역시 아직도 이같은 운명을 피할 수는 있지만 시간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 잡지는 '부시 독트린'의 가장 큰 착각은 미국이 국제사회의 일정 정도의 용인이나 협력이 없이도 중동지역 재편전략을 수행할 수 있고, 비우호적인 정권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라며, 과거의 '부시 독트린'이 정밀 검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고 전하고 그러나 미국이 과연 새로운 대안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인지, 또 그동안 잃어버린 것들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네오콘 지고 네오리얼리스트 부상' vs '네오콘 다시 주도권' 엇갈린 진단
이같은 <타임>의 분석처럼 미국 외교의 현실주의적 선회는 작년말부터 국제사회에서 좌충우돌하며 이라크 전쟁 과정에서 오랜 동맹이었던 프랑스.독일과 갈등을 빚었고, 북한.이란.중국 등과 대립각을 세우는 한편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교토의정서의 비준을 거부하고 유엔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도외시했던 네오콘들이 주도한 정책의 실패가 잇따르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1기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좌우해온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이 퇴조하고 '네오 리얼리스트(신현실주의자)'들이 부상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던 <월스트리트 저널(WSJ)>의 보도도 이같은 흐름을 지적했던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네오콘들의 예방공격과 일방주의적 행태가 세계의 동맹국들을 미국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하면서 미국의 동맹국이나 유엔과 협의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네오콘 후견인 역할을 자처해온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입지는 약화되고, 네오콘의 핵심 이론가인 폴 울포위츠 전 국방부 부장관과 존 볼턴 전 국무부 차관이 각각 세계은행 총재와 유엔대사로 각각 자리를 바꿔 떠나면서 네오콘들이 서서히 퇴조하는 양상으로 드러났다.
또 국방부 내 서열 3위로 이라크 침공을 강하게 주장했던 강성 네오콘 더글러스 페이스 정책차관도 이라크전 이후 이란.동남아.남미의 테러집단까지 소탕해야 한다는 공격 시나리오를 짰다가 현실주의자들의 견제로 사임하는 등 네오콘의 퇴조가 역력해졌고 일부에서는 과도한 이스라엘 편향과 무분별한 개입주의가 네오콘의 퇴조 요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사태를 기점으로 퇴조했던 네오콘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한동안 현실주의적인 외교정책을 주도하며 목소리를 높였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강경파들에게 다시 외교의 실권을 내줬다는 분석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특히 체니 부통령은 2001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대북 정책을 비롯한 대외 정책을 주도했으나 올해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 신분 노출 사건으로 측근 루이스 리비 전 비서실장이 중도하차한 데 이어 자신의 총기 오발 사건으로 곤경에 처한 뒤 목소리를 낮췄으나, 이번 북한 미사일 논란을 계기로 체니 부통령, 럼즈펠드 장관 등 강경파들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이 “이번 미사일 소동으로 가장 이득을 본 인물은 체니 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관방장관”이라고 보도한 것처럼 북핵와 미사일 등 국제 지정학적 변수의 등장에 따라 네오콘들이 다시 주도권을 쥐게될 가능성도 꾸준하게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커다란 변화의 물결에 휩쓸린 미국의 외교정책은 라이스 장관을 중심으로 한 네오리얼리스트와 체니 부통령이 중심이 된 네오콘의 치열한 주도권 다툼 속에 최악의 지지율 속에 레임덕에 진입한 부시 대통령, 올해 11월 의회 중간선거와 내년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미 공화당과 민주당의 행보,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사태와 이란변수 등이 맞물려 현실주의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국제외교가의 분석이다.
포린어페어스 "부시 독트린은 실패, 그러나 언제든 원점 회귀 가능"
특히 미국 <포린 어페어스> 최신호(7-8월호)가 “대테러전쟁의 선제 공격, 세계 독재체제 종식, 민주주의 확산 등을 골자로 한 부시 미국 대통령의 ‘부시 독트린’은 미국이 정통성을 상실하고 성공할 수 없는 전쟁의 수렁에 빠뜨렸다는 점에서 실패로 끝났다”고 평가하고, “미 정부가 ‘악의 축’ 국가로 규정했던 북한과의 지속적인 대화 추구 및 에너지 지원 용의 표명 등에 이어 이란과 유럽연합 간의 대화를 지원하는 등 부시 대통령 정부의 인적 구성뿐 아니라 핵심 대외 정책에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네오콘과 '카우보이 외교'의 퇴조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그러나 <포린 어페어스>가 “부시 대통령 정부가 보다 지속가능한 외교 노선을 택하기 시작했지만 언제든지 원점으로 돌아갈 소지가 크다. 미국에 대한 테러 공격, 이란의 도전, 이라크 사태에 대한 잘못된 낙관주의 분출 등이 있게 되면 부시 대통령 정부가 다시 혁명적인 노선으로 회귀할 수 있고, 이것은 잠재적으로 재앙을 몰고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것처럼 사태 전개에 따라서는 다시 한번 지구촌이 전쟁과 파괴의 재앙에 휩쓸릴 수 있다는 경고도 현실외교의 냉혹한 실상이라는 점에서 귀를 기울여야할 대목이다.
특히 예방전쟁, 일방주의적인 행동, 흑백논리 등의 특징과 동시에 ‘덫’으로 작용해온 ‘카우보이 외교’가 이라크전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함에 따라 과거에 비해 겸손하고 전통적인 접근 방식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행정부 내부에서조차 공공연하게 논란을 일으켜온 '카우보이 식 외교'의 변화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고 실제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시 대통령 변화 움직임, 그러나 임기내 성과는 의문"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9일(현지시간) 인터넷에 올린 최신호(17일자)에서 부시 행정부의 이같은 '카우보이 외교'가 부시 대통령 본인부터 달라지기 시작하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다면서, 그러나 촉박한 임기와 이미 시작된 레임덕 등으로 과연 임기 동안 성과를 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타임>은 이날 마이크 앨런과 로메시 래트너사의 이름으로 된 17일자 커버스토리에서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지난 7월 4일 부시 대통령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예일대 시절 까지의 급우 등을 백악관 잔디밭으로 불러 60회 생일 파티를 연 가운데 하와이 스타일의 가벼운 셔츠를 입고 나와 60회 생일 파티를 즐기던 바로 그날 북한은 미사일 7발을 시험 발사했다”며 “그러나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사실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반응이었다”고 밝혔다.
<타임>은 이 기사에서 “4년전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고 ‘안전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행동’이라고 강조했던 그런 그가 이번엔 ‘우리는 우방 및 동맹국들과 계속 통일된 메시지를 평양에 보낼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며 “또 미사일 시험 발사에 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은 '외교'라는 용어를 6번이나 사용했다는 사실은 부시 대통령의 외교정책에서 진행되고 있는 변화가 단순한 기조의 조율에 그치는 게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잡지는 “9.11 테러 이후 부시 행정부는 힘을 바탕으로, 이상적이면서도 일방적인 비전을 제시하면서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만 생각했고, 다른 나라의 도움은 기다릴 필요가 없었으며, 과거의 부시였다면 김정일과 같은 독재자는 미국의 응징 조치에 대한 위협을 받았거나 최소한 구두 비난이라도 받아야 했다”며 “그러나 삐걱대는 이라크전, 불안이 확산하는 아프가니스탄, 이란 핵문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전쟁의 먹구름 등 산적한 난제로 고심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은 이번엔 평양의 도발을 평가절하하면서 다자주의에 대한 얘기를 함으로써 부시 대통령의 이른바 '카우보이 외교'가 종언을 고한 셈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알-카에다 소탕과 이라크전에 너무 많은 에너지와 자원을 소모하는 동안 중동지역의 혼란에서부터 수단의 집단학살과 중국의 지역패권 야심에 이르기까지 지구촌의 다른 여러 문제가 미국이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커져 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 <타임>의 해석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의 국무부 관리였던 웬디 셔먼은 "이렇게 위험한 것들이 한꺼번에 일어난 경우가 과거 몇번이나 있었는지, 또 몇명의 대통령 시절에 있었는지 생각하기 조차 어렵다"면서 "이는 부시 행정부가 행동에 나설 계획이 아예 없었거나, 또는 계획을 거의 마련하지도 않은채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버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예방전쟁, 일방주의적 행동과 흑백논리 등에 바탕해 시작된 이라크 침공의 경우 그 결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없었지만, 최근 백악관이나 행정부 내에서도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군사적 자원, 국민지지, 해외에서의 신뢰도 등에 있어 지나치게 높은 비용을 치루고 있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고 이 잡지는 진단했다.
"천문학적 군사비용, 바닥권의 국민지지와 해외 신뢰도, 논란 갈수록 증폭"
이로 인해 부시 행정부는 매일 또다른 형태로 발생하는 각종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며, 상대국에 대한 공격적인 외교정책을 특징으로 하는 ‘부시 독트린’은 이라크에서 어떻게 철수해야 할지를 구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에 놓여있다며, 지난 2003년 이라크 침공 후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정부를 전복시킨 시점에서 미국의 전 세계적 패권은 최고조에 이르렀으나 이후 3년 동안 부시 행정부의 세계를 향한 능력은 꾸준히 잠식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의 전략적인 전환은 작년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취임한 뒤 부시 행정부와 주요 동맹국들간의 균열을 치유하기 위해 나서면서 시작됐고, 라이스 장관은 부시 대통령에게 북한 및 이란과의 대결국면을 완화시키기 위해 다극주의적인 협상에 나서도록 설득해왔다는 것이 <타임>의 분석이다.
외교정책상 현실주의자인 라이스 국무장관은 제 1기 부시 행정부을 장악했던 네오콘들이 도덕주의적인 접근 방식을 줄여나가도록 하는 한편 실용주의 외교를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부시 행정부의 9.11 사태 이후 외교정책의 후방에서 실제적으로 주요한 두뇌집단의 역할을 해온 딕 체니 부통령과 같은 강경파들의 영향력을 잠식해나갔고, 이에 따라 백악관의 대통령 자문관 중 한 사람이 “딕 체니조차도 필수불가결한 이해관계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키신저식 외교정책으로 접근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토로할 정도라는 지적이다.
<타임>은 “만약 부시 대통령이 더욱 인기가 있으면서도 덜 적대적인 유산을 다시 부활시키고 싶다면 이라크를 벗어나서 이란과의 전략적인 화해 또는 아프리카 발전을 위한 또다른 마샬플랜 등 더욱 거대하고 도달 가능한 어떤 목표를 추구하는 한편 동맹국들이 미국과 함께 하는 원 위치로 돌려놓아야 한다”며 “미국 외교정책의 유산은 레임덕에 걸린 대통령들이 모두 바라는 바지만 대부분 실망감 속에 끝났으며, 부시 대통령 역시 아직도 이같은 운명을 피할 수는 있지만 시간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 잡지는 '부시 독트린'의 가장 큰 착각은 미국이 국제사회의 일정 정도의 용인이나 협력이 없이도 중동지역 재편전략을 수행할 수 있고, 비우호적인 정권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라며, 과거의 '부시 독트린'이 정밀 검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고 전하고 그러나 미국이 과연 새로운 대안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인지, 또 그동안 잃어버린 것들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네오콘 지고 네오리얼리스트 부상' vs '네오콘 다시 주도권' 엇갈린 진단
이같은 <타임>의 분석처럼 미국 외교의 현실주의적 선회는 작년말부터 국제사회에서 좌충우돌하며 이라크 전쟁 과정에서 오랜 동맹이었던 프랑스.독일과 갈등을 빚었고, 북한.이란.중국 등과 대립각을 세우는 한편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교토의정서의 비준을 거부하고 유엔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도외시했던 네오콘들이 주도한 정책의 실패가 잇따르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1기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좌우해온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이 퇴조하고 '네오 리얼리스트(신현실주의자)'들이 부상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던 <월스트리트 저널(WSJ)>의 보도도 이같은 흐름을 지적했던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네오콘들의 예방공격과 일방주의적 행태가 세계의 동맹국들을 미국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하면서 미국의 동맹국이나 유엔과 협의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네오콘 후견인 역할을 자처해온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입지는 약화되고, 네오콘의 핵심 이론가인 폴 울포위츠 전 국방부 부장관과 존 볼턴 전 국무부 차관이 각각 세계은행 총재와 유엔대사로 각각 자리를 바꿔 떠나면서 네오콘들이 서서히 퇴조하는 양상으로 드러났다.
또 국방부 내 서열 3위로 이라크 침공을 강하게 주장했던 강성 네오콘 더글러스 페이스 정책차관도 이라크전 이후 이란.동남아.남미의 테러집단까지 소탕해야 한다는 공격 시나리오를 짰다가 현실주의자들의 견제로 사임하는 등 네오콘의 퇴조가 역력해졌고 일부에서는 과도한 이스라엘 편향과 무분별한 개입주의가 네오콘의 퇴조 요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사태를 기점으로 퇴조했던 네오콘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한동안 현실주의적인 외교정책을 주도하며 목소리를 높였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강경파들에게 다시 외교의 실권을 내줬다는 분석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특히 체니 부통령은 2001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대북 정책을 비롯한 대외 정책을 주도했으나 올해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 신분 노출 사건으로 측근 루이스 리비 전 비서실장이 중도하차한 데 이어 자신의 총기 오발 사건으로 곤경에 처한 뒤 목소리를 낮췄으나, 이번 북한 미사일 논란을 계기로 체니 부통령, 럼즈펠드 장관 등 강경파들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이 “이번 미사일 소동으로 가장 이득을 본 인물은 체니 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관방장관”이라고 보도한 것처럼 북핵와 미사일 등 국제 지정학적 변수의 등장에 따라 네오콘들이 다시 주도권을 쥐게될 가능성도 꾸준하게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커다란 변화의 물결에 휩쓸린 미국의 외교정책은 라이스 장관을 중심으로 한 네오리얼리스트와 체니 부통령이 중심이 된 네오콘의 치열한 주도권 다툼 속에 최악의 지지율 속에 레임덕에 진입한 부시 대통령, 올해 11월 의회 중간선거와 내년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미 공화당과 민주당의 행보,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사태와 이란변수 등이 맞물려 현실주의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국제외교가의 분석이다.
포린어페어스 "부시 독트린은 실패, 그러나 언제든 원점 회귀 가능"
특히 미국 <포린 어페어스> 최신호(7-8월호)가 “대테러전쟁의 선제 공격, 세계 독재체제 종식, 민주주의 확산 등을 골자로 한 부시 미국 대통령의 ‘부시 독트린’은 미국이 정통성을 상실하고 성공할 수 없는 전쟁의 수렁에 빠뜨렸다는 점에서 실패로 끝났다”고 평가하고, “미 정부가 ‘악의 축’ 국가로 규정했던 북한과의 지속적인 대화 추구 및 에너지 지원 용의 표명 등에 이어 이란과 유럽연합 간의 대화를 지원하는 등 부시 대통령 정부의 인적 구성뿐 아니라 핵심 대외 정책에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네오콘과 '카우보이 외교'의 퇴조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그러나 <포린 어페어스>가 “부시 대통령 정부가 보다 지속가능한 외교 노선을 택하기 시작했지만 언제든지 원점으로 돌아갈 소지가 크다. 미국에 대한 테러 공격, 이란의 도전, 이라크 사태에 대한 잘못된 낙관주의 분출 등이 있게 되면 부시 대통령 정부가 다시 혁명적인 노선으로 회귀할 수 있고, 이것은 잠재적으로 재앙을 몰고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것처럼 사태 전개에 따라서는 다시 한번 지구촌이 전쟁과 파괴의 재앙에 휩쓸릴 수 있다는 경고도 현실외교의 냉혹한 실상이라는 점에서 귀를 기울여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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