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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급속 악화에 이해찬 사퇴 확실시

네티즌 70% "사퇴하라", 후임 김종인-김진표 등 거론

사퇴냐 유임이냐를 놓고 열흘 이상 질질 끌어온 이해찬 국무총리의 거취가 노무현 대통령의 귀국을 하루 앞둔 13일 사퇴 쪽으로 빠르게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연일 터져나오는 새로운 의혹들에다가 그동안의 해명이 대부분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에 그동안 이 총리 유임을 주장해온 열린우리당내 재야파 등도 사퇴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청와대 일각에서도 더이상 유임이 힘들지 않겠냐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총리 사퇴가 초읽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각종 신종의혹에 네티즌 '퇴진 여론' 70% 육박

노 대통령은 14일 오전 해외순방을 마치고 귀국 직후 이 총리의 입장을 들은 뒤 여권 핵심 인사들과의 최종 협의 수준을 거쳐 이 총리 거취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해찬 총리의 퇴진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이 총리 후임 및 향후정국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 총리는 이에 노 대통령의 결단을 돕기 위해 먼저 사의를 표명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측근들에게 "마음을 비웠다"는 말로 사실상 사의를 굳혔음을 드러냈다.

열린우리당내 분위기도 사퇴 여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3.1절 골프 파문’이 처음 보도 되었을 당시만 해도 당내 분위기는 반반이었다. 5. 31 지방 선거를 책임지고 치러야 하는 정동영 당의장 쪽에서는 "악화되는 여론을 조기 차단하기 위해서 사퇴해야 한다"는 쪽이었고, 노 대통령 직계 및 재야 김근태계에서는 "여론에 떠밀려 물러나는 것은 모양새도 좋고 향후 정국 운영의 큰 틀이 흔들린다"는 이유로 대국민 사과을 하는 수준에서 사태를 덮고 가기를 바랬다.

이런 기류가 바뀐 것은 언론들의 집요한 추적 취재로 인해 ‘3. 1절 골프’의 진상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이 총리의 ‘3.1절 골프’가 공직자의 부적절한 품행 차원을 넘어 정권 말기에 나타나는 정경유착의 한 예란 의혹까지 생기면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한 예로 국내 최대 인터넷포탈 <네이버>의 네티즌 여론조사를 보면, 13일 오전 8시 현재 여론조사 참가자의 68.98%인 3만1천4백43명이 사퇴해야 한다고 답한 반면, 사과로 충분하다는 여론은 29.5%인 1만3천4백48명에 불과했다. 처음에 반신반의하던 여론이 각종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면서 사퇴 쪽으로 쏠리는 양상이다.

특히 검찰이 빠르면 13일 이 총리 수뢰의혹 및 교원공제회와 ‘영남제분’간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키로 한 것이 여권 기류 변화에 결정타 역할을 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진실 여부를 떠나 그에 대한 소식이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지면을 장식할 텐데 이것이 두 달 앞으로 남은 5.31 지방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그로 인해 당초 최소한 5.31 지방선거까지 이해찬 총리와 함께 할 계획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경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그동안 이 총리를 감싸온 김근태 최고위원도 12일 계파모임후 "상황이 바뀌었다"는 말로, 더이상 이 총리를 지지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

후임은 김진표-김종인, 또는 총리대행체제?

정가의 관심은 이제 이 총리 후임으로 쏠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 주말부터 여권 내부에서는 이 총리 교체를 기정사실화하고 총리 후임을 조용히 물색해왔다. 그에 관한 징조는 몇몇 인사들에 대한 인사검증 작업이 관련기관을 중심으로 물밑에서 진행돼 온 사실이다. 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검증 대상에는 김종인 민주당 의원과 김진표 현 교육부총리 등이 포함돼 있었다.

김종인 의원의 경우 국내의 대표적 경제석학이라는 점, 민주당의 중진의원이라는 점에서 경제운영 및 5.31후 호남과의 정계개편 등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그러나 김종인 의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노무현정부 막판에 입각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해, 외부에서 총리를 영입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김진표 교육부총리의 경우 노 대통령이 "내가 아는 가장 유능한 관료 2명 중 1명"이라고 공언했을 정도로 신뢰가 대단하나, 경제부총리 시절 아파트값 폭등을 초래했고 교육부총리로서도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한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총리대행을 맡아 야당의 인사청문회 공세를 피하면서 일단 5.31선거때까지 국정을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으나, 야당이 과연 이를 용납할지는 미지수다.
정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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