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MB, 자화자찬 그만두고 경제팀 바꿔라"
"MB 자화자찬 듣기 거북해" "더 늦기 전에 비상내각 꾸려야"
<중앙일보> 사설 "MB 자화자찬 듣기 거북하다"
<중앙일보>는 1일자 사설 '비상한 각오로 경제위기에 대처하자'를 통해 현재 세계경제가 직면한 위기를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로 규정한 뒤, 한국 경제에 대해서도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도 유탄을 맞아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10년 전 외환위기와 비교해도 가볍게 넘어갈 위기가 아니다. 물론 그때보다 기업이나 금융회사들의 체질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는 국제경기가 워낙 좋은 시절이어서 손쉽게 회복할 수 있었다. 지금은 세계 경제 전체가 위기에 휩싸여 있는 게 큰 부담"이라며 한국경제가 IMF 사태때보다 더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음을 지적했다.
사설은 이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필요하다면 외환 현물시장에도 외환보유액을 통해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며 "지금은 미국의 구제금융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 한 금융시장의 안정은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 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경상수지 적자가 개선되는 확실한 시그널이 나올 때까지 시장개입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꼭 필요한 외환거래에는 달러를 풀어 결제를 도와야 한다. 하지만 환율방어를 위해 무리하게 외환보유액을 허무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사설은 이어 화살을 이 대통령에게 돌려 "어제 이명박 대통령은 '선제적인 대응 덕분에 주가·환율 충격이 작았다'고 했다"며 "듣기 거북한 자화자찬"이라고 질타했다. 사설은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과 공매도 금지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며 "지금은 미국의 경제위기가 언제 끝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헤지펀드 파산설 등 암울한 시나리오가 꼬리를 물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설은 "정부가 앞장서서 낙관론을 펼칠 때는 아니다. 오히려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고통분담을 호소할 때가 아닌가 싶다"며 거듭 이 대통령의 낙관론을 힐난한 뒤, "각 나라들은 저마다 자신의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한국도 다른 방도가 없다. 물가·성장 같은 다른 경제정책은 뒤로 미루고 외환시장 안정을 최우선 순위에 둘 수밖에 없다"며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전면 수정을 주문했다.
송호근 "고만고만한 청와대 사람들과 수선 전문 메뉴로는 2년 후 국민소득이 반 토막 날지도"
앞서 하루 전인 30일에는 보수논객인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화마가 덮칠 한국 경제'라는 제목의 <중앙일보> 기명칼럼을 통해 현 경제팀을 질타하며 '비상내각 구성', 즉 경제팀 전면 경질을 촉구했다.
송 교수는 칼럼에서 월가의 금융공황에 대해 "불길하다. 이게 사태의 끝인지, 아니면 거대한 금융 재앙을 예고하는 작은 징후인지를 누구도 자신 있게 얘기하지 못한다.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던 월가는 죄스럽다는 듯 쪼그려 앉았고, 금융 세계화를 주도하던 미국 정부는 공신력을 잃었다"고 극한 위기감을 드러낸 뒤, "한국은 왜 이렇게 복이 없는가. 국민소득 1만 달러 선에서 호되게 당한 게 엊그제 같은데, 2만 달러 지대에서도 그냥 넘어가 주질 않으니 말이다"라고 한국경제에 미칠 거센 후폭풍을 우려했다.
그는 "이런 악재가 없다. 고유가·고환율로 숨이 차는 판에 금융위기까지 겹쳐 기업들이 버틸지 걱정이다. 가전·휴대전화·반도체·자동차 기업들은 벌써부터 북미 수출액을 20~30% 낮춰 잡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현금 확보에 비상을 걸었다. 낙진이 떨어지듯 유럽 시장에도 암운이 짙어지고 있으나 탈출구가 없다. 은행의 여신 강화와 내수 위축으로 중소기업의 70%가 자금 경색에 허덕인다"며 "‘747 공약’은 휴지조각이 되고, 생존이 더 다급한 상황으로 몰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아마 역대 정권 중 가장 복이 없다고 말해야 할 것"이라며 "경제치(痴)에 가까웠던 YS는 살아난 미국 경제가 받쳐주었고, 『대중경제론』의 저자 DJ는 아예 IMF 교본을 따르면 되었다. MH(노무현 전 대통령)는 IMF가 차려놓고 간 밥상을 받아먹고 설거지만 해도 충분했다. 그런데 ‘경제를 조금 안다’고 자처하는 MB에겐 이런 복이 없다. 10종 허들도 모자라 온갖 해저드가 덮치더니 급기야는 월스트리트발 화염에 휩싸였다"며 이 대통령의 '박복'을 탄식했다.
그는 이어 이 대통령을 정조준, "그런데 종부세·유가 보상·재건축·지방행정·광역권 개발 같은 것에 찔끔찔끔 손댄 정도의 실력으로 그것을 막아낼 수 있을까"라며 이명박 정부의 위기대응 능력에 회의를 표시한 뒤, "이제 국민소득 2만 달러의 한국 경제는 화마가 난무하는 극한의 위험지대로 서서히 미끄러져 들어간다. 성장의 꿈을 접어야 하는가? 고만고만한 청와대 사람들과 수선 전문 메뉴로는 2년 후 국민소득이 반 토막 날지도 모를 일"이라고 탄식했다.
그는 "복도 없는 바에 눈치 볼일 있는가, 더 늦기 전에 비상 내각을 꾸려야 한다"라며 전면 개각을 촉구한 뒤, "위기를 감지 못한 정치적 무지가 국민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간 것을 이미 10년 전에 경험했다"며 정부의 위기 불감증을 강도높게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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