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최저임금보다 10원 더 받고 문자메시지로 해고

[현장르포] 구로공단의 빛과 그늘 ‘기륭전자’

구로공단 제조업체 생산직에 근무하는 K씨가 받는 임금은 월 64만1천8백50원이다. 법정 최저임금(64만1천8백40원)보다 10원 많은 액수다. 이 봉급으로는 도저히 생활이 되지 않아 2시간의 잔업과 철야 근무까지 자청한다. 물론 휴일을 반납하기도 일쑤다. 한 달 1백시간 가량의 잔업을 채운 뒤 받는 임금은 1백만원을 조금 웃돈다.

그러나 그를 더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언제 해고될 지 모르는 자신의 처지다. 자신의 동료는 얼마 전 회사에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해직 통보’를 받았다. 살인적인 박봉과 문자 해고, 거짓말 같은 이야기같지만 구로공단 <기륭전자>(대표 권혁준) 생산라인 노동자들의 실제 사례다.

해고 쉬운 파견직 선호...회사 측 필요에 따라 수시 해고

차량용 네비게이션과 위성라디오 등을 주로 생산하는 기륭전자는 지난 2003년 당기순이익 81억원에 이어 2004년에는 2백20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등 우량 제조업체로 통한다. 전체 근로자 5백명중 현장 생산직 노동자는 3백여명 가량이다.

문제는 이들 생산직 노동자 중 정규직은 10여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비정규직으로 분류되는 계약직은 30-40명선이고 나머지 2백50여명 가량은 파견직이다. K씨는 이 회사의 전형적인 파견직 근로자다.

비정규직은 최저임금 한계선에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상반기부터 이 회사는 일부 파견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문자를 통해 해고를 통보하기 시작했다. 기륭전자에 인력을 공급하고 있는 파견업체 <휴먼닷컴>은 기륭에 파견된 생산직 노동자들에 대해 사전통보 없이 해직 통고를 문자 메시지로 알렸다.

해직통보를 받은 노동자가 항의하면, 휴먼닷컴 측은 “자세한 해직 사유는 잘 모르고 해직 통보는 기륭 쪽 담당자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노조와 해고자들은 해고 사유가 “잡담을 했다, 조장 말에 순응 안했다, 너무 뻣뻣하다”는 것이었다고 증언했다.

기륭전자는 동일한 직무에 정규직, 계약직, 파견직이 뒤섞여 근무토록 했다가 노동부로터 불법 파견 사업장으로 판정받았다. 노동부 조사 결과 이 회사는 정규직이나 계약직 등 직접 고용 방식보다는 해고가 쉽고 임금이 저렴한 파견직을 사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저지른 사업주는 입건...농성한 노동자는 구속

한편 지난해 7월 기륭전자 최초의 노동조합이 금속노조 남부지회 산하 기륭전자 분회(분회장 김소연)로 만들어져 ▲사측의 일방적인 해직 금지 ▲노동환경 개선 ▲해직 노동자 원직 복직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사측은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요구하는 해직 노동자 원직 복직을 거부하고 오히려 4개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한 각 공정라인 완전도급(하청) 전환을 골자로 하는 시정계획서를 노동부에 제출했다.

한마디로 다시 복직하고 싶은 노동자는 도급(하청)을 준 협력업체를 통해 파견직으로 복직하라는 논리였다. 이후에도 사측의 파견직 노동자에 대한 일방적인 해직 통보는 계속됐다. 급기야 기륭전자 노조는 노조 결성 한달만인 8월 24일, 공장 1층을 점거하며 무기한 철야 농성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사측은 “일부 분규를 하고 있는 자들은 기륭전자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파견업체에서 파견된 직원들이기에) 합법적인 파업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공장을 점거한 일부 조합원들에 대해 출근 금지를 골자로 한 직장폐쇄를 선언했다. 또 “그동안 노조가 거짓 주장을 하면서 회사를 임금착취 등을 들어 부도덕한 기업으로 몰아부쳐 왔다”고 반박했다.

이후 철야농성 55일만인 2005년 10월 17일, 업무방해 혐의로 노조원들은 공권력에 의해 강제 진압됐다. 사전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있던 김소연 분회장을 비롯한 간부급 조합원들은 구속 처리됐다.

반면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사업장으로 판정된 기륭전자 대표이사는 불구속 입건 처리되는 데 그쳤다. 노동부는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 검찰송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법에는 불법파견 사업주의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매겨진다”는 노동부 관계자의 설명처럼 법 규정에 따라 검찰송치 조치가 이루어진다 해도 솜망방이 처벌에 그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내 딸, 내 동생에게 비정규직을 대물림 해 줄 순 없다”

현재 기륭전자 조합원들은 6개월 넘게 기륭전자 정문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중이며 ▲사측의 성실교섭 ▲해고 근로자 원직 복귀 ▲사측의 직접고용 ▲손배, 가압류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 조합원은 “기륭전자가 원했던 것은 기계처럼 말 잘 듣는 사람이었다. 짐승도 쉽게 버리기 힘든 것이 인정인데 민주국가라는 대한민국에서 단물 쓴물 쏙쏙 다 빨아먹고 이렇게 사람을 버리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사측을 비난했다.

지난 99년 이 회사에 입사해 정규직으로는 드물게 노조에 가입한 정모씨(29)는 “함께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억울해서 회사와 싸우는 점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내 딸, 내 동생들이 훗날 사회에 나와 또 다시 자신과 같은 비정규직의 굴레에 놓일까봐, 그 굴레를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운다'고 말한다”며 “나도 그 말에 공감했고 그래서 노조에 가입했고 노조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로공단 96.6%가 비정규직...정부가 단속, 제재 나서야

이같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통스러운 상황은 기륭전자에 국한돼 있는 문제는 아니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이 2005년 노동부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05년 8월말부터 3주간 채용공고를 낸 구로공단 내 96개 업체 중 정규직을 뽑는 업체는 27개 업체에 그쳤다. 인원도 전체 채용인원 1천2백79명 중 3.4%인 43명에 불과했다.

반면 전체 채용인원의 96.6%에 해당하는 1천2백36명은 비정규직으로 채용됐다. 특히 계약직은 3백6명으로 전체의 23.9%를 차지했고, 파견직의 경우 전체의 72.7%인 9백30명에 달했다. 또 구로공단 내 비정규직 노동자의 한 달 평균 임금은 ▲남성 노동자의 경우 80여만원 ▲여성 노동자의 경우 70여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단병호 의원은 "사측이 무조건 '완전도급화를 했으니 복직하고 싶으면 파견직으로 들어오라'고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사측이 협상장에 나와 해결안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보일 것을 요구했다.

최정우 전국금속노동조합 서울지부 남부지역지회장은 "사측의 태도도 문제지만 불법파견이나 부당해고 등 매번 이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단속이나 제재에 나서지 않는 노동위원회의 소극성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정부 역시 적극적이고 해결지향적인 노동정책을 펼 것을 강조했다.
김동현 기자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7 3
    정의의사도

    아직도 저런 회사가 있다니
    기륭전자는 망할겁니다.
    왜냐구요? 나쁜 놈들이 운영하는 회사니까요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