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부탁인데 <조선일보>는 가지 말라"
계약해지된 이모 기자 "일부선배들, 촛불 글 내려라 압력"
이 모 기자는 이날 자신의 블러그에 올린 '중앙일보를 떠나며'란 글을 통해 자신의 계약 해지된 경위를 소상히 밝혔다.
이 모 기자에 따르면, 지난 8월20일 소속 부서인 디지털뉴스룸의 이모 에디터가 “이○○씨는 조직 논리에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기여도 많았는데, 안타깝다. 이○○씨가 했던 행동들을 조직에서 받아들이기에는 좀 그렇다. 편집국장이 막아보려고 애를 많이 썼는데도 결과가 이렇게 돼서 유감이다”라며 계약 해지를 통고했다.
또 문화부 데스크는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당황스럽다. 별 일 아니라 생각했는데 회사에서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나보다. 당장 일손이 없는데, 다음 주 기사까지라도 쓰고 가면 안 되겠냐. 그건 너무 가혹하겠지. 부탁인데 조선일보로 가지는 말아 줬으면 한다”고 '서툰 농담'을 건넸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또 자신의 지난 5월 문제의 촛불 글을 쓴 뒤 몇몇 선배들로부터 압박을 받았음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기자는 "그 분들이 촛불집회에 대한 제 블로그 글을 보고 단순히 견해차나 글쓰기 방식에 대해 질책했더라면 저는 그 분들의 비판을 어느 정도 수용했을 것"이라며 "그런데 그 분들은 ‘그 글을 보고 송필호 사장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아느냐?’는 말로 일관하면서 글을 내려라, 제목을 바꿔라 하는 주문만 했다. 이것이 양심에서 비롯된 글을 쓴 기자 3년차인 후배에게 할 말과 취할 태도란 말이냐"고 반문했다.
이 기자는 "제가 생각하는 바를 감추고 조직에 훨씬 더 순응했더라도 중앙일보와의 결별이 이렇게 아팠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하기는 한다"며 "그러나 설령 그랬다 하더라도 중앙일보와는 어느 정도 추하게 결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결론을 요즘에 와서는 내리게 됐다. 현재의 여건 그대로라면 말이다"라며 씁쓸한 심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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