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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신문법 합헌조항' 개정 파문

보수 메이저신문들 오랜 숙원, '신문-방송 겸업' '경영내역 비공개'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린 신문-방송 겸업 금지, 경영내역 공개 등에 대해 한나라당이 헌재 결정을 묵살하고 신문법 개정 작업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들 조항은 보수 메이저신문사들의 오랜 '민원 사항'이어서, 한나라당이 이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해 헌재 결정까지 묵살하면서 신문법 개정에 나서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한나라당, 헌재 합헌 결정도 무시한 개정 추진키로

한나라당 정병국 홍보위원장은 4일 오전 국회에서 가진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헌재의 위헌 판결 후 한나라당은 위헌 판결과 헌법 불합치 판결이 난 조항은 물론, 합헌 판결 난 것 중 문제가 되고 있는 조항도 언론자유의 신장이라는 기본원칙과 신문산업 활성화 원칙, 시장논리에 맞는지의 3대 원칙을 갖고 접근해서 합헌 판결이 났어도 심대하게 언론자유를 위축하거나 신문산업의 활성화를 위축시키는 부분은 과감히 개정을 한 대체입법 수준의 법안을 만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이어 "이미 실무진과 함께 대체입법 제정과정에 들어갔다"고 말해 이미 기존의 법을 폐지하고 새로운 법 제정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음을 밝혔다.

한나라당이 문제삼고 있는 합헌 판결 조항은 신문, 방송의 겸업을 금지한 신문법 15조와 경영내역을 의무적으로 공개토록 한 신문법 16조다.

법무장관 출신의 김기춘 여의도연구소장은 이날 "신문법은 시장지배사업자 규정뿐 아니라 많은 조문들이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악법의 전형"이라며 "특히 신문과 방송의 겸업 금지 법안은 오늘날 미디어의 상황을 볼 때 언론자유 침해이기 때문에 전부 철폐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이어 "많은 조문들이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만큼 위헌 조항 등을 땜질해 악법을 유지할 것이 아니라 이 법을 철폐하고 신문의 자유를 고양시키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재의 합헌 판정에도 불구하고 신문-방송 겸업 금지 등 핵심 신문법에 대한 재개정 입장을 밝혀 파문을 불러일으킨 김기춘 여의도연구소장. ⓒ연합뉴스


한나라당은 오래 전부터 신문-방송 겸업 금지 및 신문사 경영내역 공개 등에 반대한다는 당론을 확정한 상태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문광위 소속 위원들을 중심으로 대체 입법안을 제정,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보수 메이저신문사들의 오랜 숙원사항

한나라당의 이같은 방침과 달리, 열린우리당은 기존 신문법의 취지를 살리면서 위헌 조항만 손질한 보완 입법안을 만들겠다는 입장이어서 여야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헌재의 판결이 나온 직후 "판결 내용에 대해 몇 가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헌재의 오늘 판결을 존중하며 이후 신속히 국회에서의 법안 개정작업을 진행함으로써 애초 입법 취지가 달성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헌재가 합헌 판정을 내린 신문-방송 겸업 금지 조항에 대해 한나라당이 딴지를 걸고 나선 배경에는 신문-방송 겸업 해지를 통해 방송계 진출을 희망하는 보수 메이저신문사들의 이해를 반영한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던지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 언론의 급성장 등 급변하는 언론환경 때문에 유가부수가 격감하면서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보수 메이저 신문들은 방송사업 진출이 유일한 활로라고 판단, 오래 전부터 신문-방송 겸업 금지 조항 폐지를 위해 다각적 활동을 펴왔다.

이들은 또한 유가부수 등 경영내역 공개에 대해서도 발행부수보다 크게 적은 실제 유가부수가 공개될 경우 광고단가 하락 등으로 경영난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우려해왔다.

한나라당은 노무현대통령 탄핵, 행정도시 이전, 언론관계법 등 여권과 치열한 대립각을 세운 사안들에 대해 여지없이 헌재에 위헌 여부를 물어왔다. 그런 한나라당이 신문법에 관한 한 헌재의 합헌 결정을 묵살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헌재 역시 '감탄고토'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낳기에 충분한 대목이어서, 앞으로 치열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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