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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대통령 아닌 정당이 정치중심 돼야"

<세미나> "여권의 개헌론은 정치실패 정당화 수단"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은 오랜 군부독재의 그늘을 걷고 우리 사회에 절차적 민주주의가 정착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10년 후 우리 사회를 강타한 외환위기는 어렵게 자리 잡은 민주주의 체제를 신자유주의라는 거대한 세계화의 장벽과 대면시켰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2006년 현재, 한국 사회는 ‘민주주의의 위기’와 ‘신자유주의의 파고’가 뒤섞인 어지러운 풍광이다.

사회과학계의 거목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또다시 참여정부와 정치권에 쓴 소리를 날렸다.

최 교수는 29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주관한 ‘6월 민주항쟁과 한국 민주주의의 현주소’토론회에서 ‘한국 민주주의와 제도적 실천으로서의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최장집 교수 "개헌론은 대통령 세력의 정치실패 정당화 수단"

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19년을 되돌아보기 위해 한국언론재단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최 교수는 민주화 세력이 참여한 정권의 실정을 ‘거꾸로 선 민주주의’라고 규정하며 시종일관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다. 특히 권력 분립과 대통령제 강화가 혼재된 개헌 움직임에 대한 최 교수 시선은 싸늘했다.

최 교수는 최근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개헌론에 대해 “대통령과 그를 지지하는 민주파들은 보수적 정당과 아무런 실체적 내용의 차이를 갖지 못했다”며 “제도개혁이나 헌정개혁으로 접근하는 방법은 그들의 정치적 실패를 정당화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최 교수는 “제도의 발전이란 그 제도를 움직이게 하고 또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정치적 조건을 발전시키는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라며 “하부기반이 뒷받침되지 않는 제도는 결과적으로 나쁜 제도가 될 수 있고 민주정치 발전에도 역효과를 가져오기 쉽다”고 지적했다. 여당이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꺼내들었던 '제도 개혁'이란 접근방식은 "87년 민주화 세력이 대거 참여한 현 정권이 올바른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데 따른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

최 교수는 “민주화 이후 최초로 정부여당이 의회의 다수를 점했지만 노무현 정부는 약속했던 개혁 법안들을 주도하지 못했다”며 “이러한 정책실행의 실패는 제도와는 무관한 허약한 정당, 허약한 리더십의 요인에 따른 결과”라고 반박했다.

또한 최 교수는 대선과 총선 선거 주기를 일치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당이 사회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현 정부에 대한 평가는 대통령 개인에 대한 평가라는 의미가 강하고 이미 지난 지방선거에서 중앙정치에 대한 중간평가의 기능을 보였다”며 “지방선거가 중간선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대선-총선 일치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최장집 고려대 정치학과 교수.ⓒ최병성


“대통령 아닌 정당이 정치의 중심 돼야”

최 교수는 "현 시점에서 요구되는 것은 제도의 섣부른 개혁이 아닌, 제도적 실천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과 같은 뚜렷한 대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핵심은 제도적 실천이 되어야하고, 이는 결국 잘 제도화된 정당정치를 통한 정당간 정책대결을 통해 합리적 대안과 비전을 제시할 때 지속적인 발전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87년 이후 굳어진 ‘민중권력의 대변자’의 위치에 서 있었던 대통령의 위상 및 역할변화 제고를 주문했다.

그는 “군부독재 이후 한국 민주화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민주적이고 개혁적인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이었는데, 이는 사실상 대통령 개인의 의지와 능력에 대한 기대 내지 의존이었다”며 “이런 현실에서 민주파들은 자신들이 어떤 사회정책을 추구하고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비전이나 실천의지는 상대적으로 약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민주화'라는 인식이 선진적 정당정치 발전의 걸림돌이 됐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국민의 선출에 따른) 하나의 통치체제로 정의되는 민주주의의 제도화에 있어 핵심 요소는 민주적 책임성의 원리이고 그것은 일차적으로 자신의 정당에 대한 책임, 선거에서 그를 대통령이 되도록 지지한 사회집단에 대한 책임성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작금의 대통령 권력구조를 둘러싼 제도개혁 논의는 민주적 책임성을 담보하지 않는 한 단순한 대통령의 권한 확대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당들이 출현해 서로 경쟁을 하고 국민으로 하여금 스스로 선택하게끔 하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실현만이 민주화 이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정치’를 되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신화'에서 벗어나 '민주 정당정치'를 발전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병성 기자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0 0
    하하호호

    https://youtu.be/xMrz078PGX0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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