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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경륜, 日 금품로비로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日 경륜협회, 국제사이클연맹 간부들에게 여행경비 등 제공

영국의 <BBC>가 27일(현지시간) "1990년대에 일본 경륜 관계자들이 올림픽 종목에 경륜을 포함시키려고 UCI에 150만파운드(우리돈 약 30억원)를 쓴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 파문이 일고 있다.

<BBC>가 입수해 공개한 1997년 3월부터 11월까지의 UCI '홍보 프로젝트 지출 내역'에 따르면, 문건은 일본의 금품 제공에 대해 "UCI가 경륜의 올림픽 운동에 앞장선 각별한 관계를 고려해 일본경륜협회가 물질적인 도움을 표시한 것"이라며 하인 베르부르겐 UCI 총재 등 간부들의 여행경비를 부담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 시기는 시점상으로 경륜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공식적으로 승인을 받은 직후다.

일본경륜협회가 UCI에 제공했다는 150만 파운드는 UCI 1년 예산의 20%에 해당하는 거액.

경륜은 사이클 트랙 종목 중 유일하게 순위를 다투는 종목으로, 오토바이를 탄 페이서 뒤에 여러 선수들이 트랙을 돌며 자리 다툼을 벌이다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속도 경쟁을 벌여 순위를 매기는 경기로 일본에서 시작됐으며, 1996년 12월 IOC로부터 공식적으로 승인을 받았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편입됐다.

경륜은 일본경륜협회의 끈질긴 로비로 지난 1980년대 초 세계트랙선수권에 정식 종목으로 포함됐지만 1992년에 다시 제외될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4년 뒤 분위기가 급반전되며 올림픽 정식종목 입성까지 이루게 된다.

당시 UCI 집행위의 한 멤버인 덴마크 출신 헨릭 엘름그린은 <BBC>와 인터뷰에서 "일본인들이 세계 선수권 대회들을 후원하고 있고, 공짜로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누구나 인식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어느 정도까지는 경륜의 올림픽 종목 채택은 돈으로 샀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BBC> 보도에 대해 UCI와 일본경륜협회는 "법에 저촉되는 일은 없었다"며 관련 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IOC에서 이 문제를 정식으로 조사하고 나서 불법적인 사실이 드러날 경우 그동안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있던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을 둘러싼 금품로비의 실상이 드러나게 될 것으로 보여 IOC의 대응이 주목된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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