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이상돈 "검찰의 MBC 수사, 갸우뚱할뿐"
"기소가능한 근거는 내란선동 혐의뿐, 그게 가능한가"
법률전문가인 이상돈 교수는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띄운 'MBC 사태'라는 글을 통해 정부 고소로 검찰이 수사중인 <PD수첩> 수사와 관련, "여러 가지 보도를 종합해 볼 때 MBC의 보도는 우선 성급하게 제작되지 않았나 한다. 광우병 문제의 유래인 쿠루병도 다루어야 했었다고 생각된다. 또한 광우병에 대해선 과장된 부분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된다"며 우선 <PD수첩>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과연 MBC의 보도가 ‘완전한 날조’라고 할 수 있나는 별개 문제"라며 "지난 4월에 사망한 미국 버지니아의 젊은 여인 이래사 빈센트의 경우는 지방신문이 그녀의 사인이 인간광우병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나중에 연방정부(CDC)가 부검을 거쳐 인간광우병이 아닌 CJD로 판정한 것이다. 인간 광우병, 즉 vCJD는 주로 젊은 층에서 발병하고, 산발성 CJD는 주로 50세 이후에서 발병하기 때문에 버지니아의 병원은 인간광우병으로 일단 진단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언론도 '인간광우병' 의혹을 제기했었음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앞서 지난 5월 22일자 시사칼럼 ‘광우병에 대한 나의 생각’을 통해 이같은 생각을 밝히고, <폭스 뉴스>에 나온 버지니아 지방신문의 기사 원문도 첨부한 바 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도 "여하튼 이 버지니아 여인은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어 정부기관의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는데도 이를 확정적으로 광우병으로 보도한 점, 그리고 다우너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도 이를 광우병 소로 단정적으로 보도한 점은 분명히 잘못"이라고 재차 <PD수첩>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이어 "현재 검찰은 MBC의 광우병 보도를 수사하고 있다고 한다. 그 소식에 대해서 나는 갸우뚱할 뿐이다. 도무지 그런 보도가 무슨 범죄를 구성하는지가 아리송하기 때문"이라며 "MBC의 보도 때문에 부당하게 직접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축산업자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뿐이다. 국내에는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집단을 상정하기가 어렵다"며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본격적으로 지적하기 시작했다.
그는 "MBC의 보도가 시위를 격화시켰다고 하지만, 그 점도 법적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며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의 동기가 다양하고, 보도에 대해 느끼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법률적 해석을 했다.
그는 이어 "그렇다면 MBC를 기소할 수 있는 근거란 내란선동 혐의 뿐인데, 그것이 가능하다고 보는 법률가는 없을 것"이라며 "결국 MBC에 대한 검찰 수사는 법적 불가능성에 도전하는 격"이라고 힐난했다.
그는 "사실 이런 사건에서 방송국에 대해 물을 수 있는 책임은 인사조치와 시청자에 대한 사과 정도"라며 "언론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법적으로 담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으로 글을 끝냈다.
이 교수의 이같은 지적은 정부여당과 보수언론이 연일 <PD수첩>을 질타하며 검찰도 본격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나온 독자적 시각이어서, 보수진영에 또하나의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돼 귀추가 주목된다.
다음은 이상돈 교수의 글 전문.
MBC 사태
광우병을 다룬 MBC의 ‘PD 수첩’이 이번 촛불 시위를 촉발시킨 ‘원흉’으로 몰매를 맞고 있다. 나는 이 프로를 보지는 못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KBS TV와 MBC TV를 거의 보지 않는다. 방송이 편파적이니 어떠니 하는 문제를 떠나서, 연속극이나 쇼 같은 것은 원래 안보고, 뉴스는 하도 보기 싫은 인간들이 많이 나와서 거의 보지 않는다. 대신 이따금 YTN을 보는 편이다.)
프로를 보지 않았어도 나는 MBC 프로가 감정에 호소하는, 과장된 측면이 많을 것임은 짐작하고 있었다. 원래 보건 환경 문제를 다룬 보도에는 과장이 많다. 노태우 정권 때 영광 원자력 발전소 부근지역에서 태어난 무뇌아 사건도 그러했다. 쓰레기 소각장에서 나오는 다이옥신이 위험하다는 보도도 그랬다.
보건 환경에 대한 방송의 보도
보건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어느 정도 과장된 보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험을 과장한 보도는 과도한 사회적 비용을 수반한다. 쓰레기 소각장 건설이 지연되었고, 완공된 소각장도 가동이 어려웠다. 영광 무뇌아 사건은 한국의 원자력 정책에 큰 피해를 주었다. 노태우 정권 때 발생한 농약 알라 사건(한 시민단체가 미국산 자몽이 맹독성 농약 알라에 오염되었다고 주장한 사건)으로 인해 자몽을 수입했던 업체와 판매상이 큰 피해를 입었고, 그 다음해 미국은 우리나라가 수출하던 배에 무역 보복을 가해서 엉뚱한 배 농장이 피해를 입었다. 비교적 최근 사건인 만두속 사건도 그로 인해 모든 만두업체가 타격을 입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신문 방송에 법적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보건 환경 문제는 수학공식처럼 O, X가 분명하지 않아서 웬만큼 과장해서 내보내도 틀린 보도라는 말은 듣지 않는다. 또 이런 보도가 경각심을 일으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무조건 나쁘다고 말 할 수도 없다.
세상에 나 같은 사람만 있다면 웬만큼 과장 보도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믿을 만큼만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통사람에게 보도, 특히 방송은 큰 영향을 미친다. 신문과 달리 인간의 시청각에 동시 호소하는 방송의 영향력은 대단히 크다. 그래서 미국의 방송사는 보건 환경상의 위험을 보도할 때에는 그 보도가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충분히 분석해야 한다는, ‘위해성 보도 준칙(Risk Communication Guideline)’을 두고 있다.
미국에서도 그런 난리가 여러 차례 일어났었다, 오래 전에 어느 학자가 크랜베리 주스가 암을 일으킨다고 밝혀냈다고 보도하자 난리가 일어났었다. 나중에 그것은 위험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임이 밝혀졌다. 1989년 2월에 CBS 방송이 사과에서 알라 농약 성분이 검출되었다고 보도하자 미국 전역에서 큰 소동이 벌어졌다. 사과주스를 내다 버리고, 학교 급식에서 사과를 빼는 등 난리가 생겼다. 결국 정부 기관과 책임있는 학자들이 그 위험은 너무 사소해서 위험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해서 진정됐다. 하지만 그로 인해 사과농장과 주스 등 사과관련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거의 4억 달러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피해를 본 사과농장주들이 CBS 방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하고 말았다.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의 식품비방금지법과 오프라 윈프리
알라 사과 사건을 계기로 농장주들은 식품을 확실한 근거없이 비난하는 것을 처벌하는 입법을 추진했다. 그래서 현재 미국의 13개 주에 ‘식품비방금지법’(Food Disparagement Law)이 있다. 식품을 비방한 경우에는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경감시켜서 알라 사과 같은 사건의 재발을 억제하고자 한 것이다.
이 ‘식품비방법금지법’이 발동된 가장 유명한 사건이 광우병과 관련이 있다. 1996년에 오프라 윈프리는 자기의 쇼에 농장을 하다가 채식주의자로 전환한 하워드 리먼과 축산업계 대표를 초청했다. 그 때 리먼은 미국에서도 소에게 육골분 사료를 먹이고 있기 때문에 광우병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윈프리는 자기는 앞으로 햄버거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것은 보통 사건이 아니었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인 오프라 윈프리가 방송 중에 광우병을 걱정해서 햄버거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니 말이다.
소를 사육하는 텍사스 농장주들이 윈프리와 리먼을 텍사스의 식품비방금지법에 근거해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1998년에 기각되었지만 윈프리는 이 소송 때문에 많은 고초를 겪었고, 그 후로는 식품 문제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 한편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햄버거 업계는 고기 원료를 고급화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광우병이 발생할 것이라는 리먼의 예측은 영국과 캐나다에선 들어맞았으나 미국에선 그다지 적중하지 않았다.
MBC를 둘러싼 논쟁
여러 가지 보도를 종합해 볼 때 MBC의 보도는 우선 성급하게 제작되지 않았나 한다. 광우병 문제의 유래인 쿠루병도 다루어야 했었다고 생각된다. 또한 광우병에 대해선 과장된 부분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과연 MBC의 보도가 ‘완전한 날조’라고 할 수 있나는 별개 문제다. 지난 4월에 사망한 미국 버지니아의 젊은 여인 이래사 빈센트의 경우는 지방신문이 그녀의 사인이 인간광우병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나중에 연방정부(CDC)가 부검을 거쳐 인간광우병이 아닌 CJD로 판정한 것이다. 인간 광우병, 즉 vCJD는 주로 젊은 층에서 발병하고, 산발성 CJD는 주로 50세 이후에서 발병하기 때문에 버지니아의 병원은 인간광우병으로 일단 진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선 5월 22일자 시사칼럼 48번 ‘광우병에 대한 나의 생각’에 지적되어 있고, 폭스 뉴스에 나온 버지니아 지방신문의 기사 원문이 첨부되어 있다.)
여하튼 이 버지니아 여인은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어 정부기관의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는데도 이를 확정적으로 광우병으로 보도한 점, 그리고 다우너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도 이를 광우병 소로 단정적으로 보도한 점은 분명히 잘못이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촛불시위를 확산시키기 위함이었고, 프로 제작 자체가 그런 의도를 갖고 있었나 하는 점이다. MBC의 보도가 촛불시위를 촉발시켰다고 보는 입장에선 그 같은 보도는 만원 영화관에서 거짓말로 불이 났다고 외치는 것과 같다고 주장할 것이다. 시위를 확산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허위보도를 했다면 그것은 물론 중대한 문제다.
현재 검찰은 MBC의 광우병 보도를 수사하고 있다고 한다. 그 소식에 대해서 나는 갸우뚱할 뿐이다. 도무지 그런 보도가 무슨 범죄를 구성하는지가 아리송하기 때문이다. MBC의 보도 때문에 부당하게 직접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축산업자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뿐이다. 국내에는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집단을 상정하기가 어렵다.
MBC의 보도가 시위를 격화시켰다고 하지만, 그 점도 법적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의 동기가 다양하고, 보도에 대해 느끼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MBC를 기소할 수 있는 근거란 내란선동 혐의 뿐인데, 그것이 가능하다고 보는 법률가는 없을 것이다. 결국 MBC에 대한 검찰 수사는 법적 불가능성에 도전하는 격이다. 사실 이런 사건에서 방송국에 대해 물을 수 있는 책임은 인사조치와 시청자에 대한 사과 정도다. 언론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법적으로 담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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