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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동 위기' 3단계 해법

<기고> 지금이 미국이 협상과 대화에 나설 시점이다

대한민국과 전 세계가 월드컵 열기로 흥분해 있을 때 우리에겐 초미의 국가적 위기가 생성되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문제가 그것이다.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인 대포동 2호를 시험 발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19일부터 태평양의 괌 인근 해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이름 하여 ‘용감한 방패(Valiant Shield)라는 군사작전 훈련이다.

그리고 미국은 여기서 더 나아가 동해안에 신형 이지스 함 2척도 조만간 배치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하지 못하고 단순히 ‘시험을 위한 시위’를 하다가 결국 ‘고개 숙인 국가’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 놓고 있다.

과연 그럴까?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불행하게도 만일 북한이 그렇게 했을 경우,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받을 수 있는 치명적인 체면과 체제손상이 얼마나 클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간과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실험이 단순히 ‘쇼비즈니스’ 수준에서 그친다면, 김정일 위원장의 최대 전략이라 할 수 있는 “벼랑끝 전략”과 “위협생산 전략”은 더 이상 존속될 수 없게 된다.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를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가 미국과 일본이 강경 대응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무서워 슬그머니 미사일 발사대의 액체 연료를 다시 빼낸다면, 이는 그동안 북한의 외교정책상 가장 핵심적인 원칙이라 할 수 있는 “체면”과 “자존심”에 기반한 “주체와 자주”란 국가 통치 원리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 된다.

북한이 스스로 자신들의 체제를 유약화시키는 그런 대외정책을 국제사회에 선전하기 위해 지금 미사일 시험발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인가?

북한은 그동안 미국에 많은 대화를 요구해 왔었다. 그러나 이 대화가 미국에 의해서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제는 노선을 달리하여 대결의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바로 그 카드로 미국의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을 선택한 것이다.

1998년 대포동 1호 발사 장면. ⓒ연합뉴스


북한이 핵 연료봉을 꺼내지 않고 미사일 시험발사란 카드를 꺼내든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핵은 이미 보유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그 파장은 북한의 의도된 계산을 넘어선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9.19 공동핵선언문은 유효하다는 것이다.

셋째, 6자회담틀은 아직 깨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이 모든 문제를 북한과 단독으로 처리하겠다는 북미간 직접대화의 확신을 줄 경우에는 6자회담틀은 즉각 용토폐기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이런 태도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은 제로 포인트에 가깝다.

이런 상황 하에서 만일 북한이 미사일 발사시험을 중도 포기한다면, 그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일 것이다.

첫째, 미국의 대화제의가 최소한 자신들이 바라고 기다렸던 수준에 달했을 경우이다.
북한이 장거리 대포동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할 경우, 미국은 대북금융제재 철회 문제를 포함하여 9.19 핵합의문에 대한 보다 구체적 수준의 이행단계를 북한과 협의할 수 있고, 여기서 더 나아가 평화협정에 대한 북측의 생각을 타진하고 미국의 생각을 북측에게 전달할 용의가 있다는 수준의 답변이 바로 그것이다.

둘째,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를 했을 경우 최소한 미일 연합군이 공동으로 강경 대처해 나갈 것이며,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일본영해와 미국영해에 떨어졌을 경우 미일은 이를 사실상 두 나라에 대한 “미사일 공격”으로 간주하고 미일 역시 그에 준하는 미사일 공격을 북한에게 가할 것이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보냈을 경우이다. 즉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이 대북 선제공격의 카드를 북한에 통보한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미일의 대북 강경대응에 북한이 무릎을 꿇는다면, 이는 핵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한 북한의 체제 유지 전략은 이제 더 이상 유용한 카드가 아니란 점을 북측 스스로 자인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또 다른 측면도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앞으로 미일을 상대로 한 북한의 어떤 벼랑끝 전략도 그 ‘위협성과 공갈성’의 약효가 지속될 수 없다. 이는 결국 김정일 위원장의 체면과 자존심을 땅에 떨어뜨려 의도하지 않은 체제약화를 결과하게 될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이런 측면을 계산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더욱 강경한 대응수순을 밟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일 북한이 미일의 강경대응에 놀라 미사일 발사시험을 포기하게 된다면, 이로 인해 북한이 입게 될 가장 큰 타격은 워싱턴과 도쿄의 네오콘들에게 강한 자신감을 심어주게 된다는 점이다. 북한에 관한 한 역시 강도 높은 정책만이 그 정책의 효율성과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네오콘들에 대한 신뢰만 높아지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 매파들은 이번 계기를 통해 부시와 고이즈미에게 더욱 강도 높은 대북정책을 집행토록 압박을 가하게 될 것이고, 이를 기회로 향후 미일의 대북정책은 완전히 매파들이 주도하는 대북 체제위협 혹은 체제붕괴정책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과연 북한이 스스로 미국과 일본의 압도적 힘의 우위의 정책에 무릎을 꿇을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좀더 시간을 갖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이 왜 미사일 발사실험을 준비하고 있는가 하는 그 배경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북한이 지금 미사일 시험발사대를 세우게 된 것은 무엇보다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을 철회시키기 위한 목적에서다. 그렇게 때문에 북한은 미국이 대북 압박정책을 추구하면 할수록 그 압박정책의 역효과가 커져야 북한의 미사일 카드는 유용성을 갖게 된다. 즉, 북한은 워싱턴의 네오콘이 의도했던 그런 결과를 스스로 만들어 주기보다는 오히려 네오콘식의 대북정책이 펼쳐지면 질수록 이는 미국에게 불리한 결과만 초래하며, 미국의 대북 정책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실패한 결과만을 낳게 될 것이라는 것을 미국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이다. 그런데 북한이 미국의 강경파들에게 무릎을 꿇어 자신들의 자존심을 버리게 된다면, 이는 앞으로 북한이 어떤 벼랑끝 전략을 펼친다 하더라도 그 정책에 신뢰를 보낼 나라는 더 이상 없게 될 것이다. 이런 결과를 북한 스스로 용인하고 초래할 가능성이 있을까?

여기서 한 가지 참고해야 할 사항은 조평통 서기국장 안경호의 발언이다.

그는 지난번 광주에서 열리는 민족통일대축전에 참여했다. 그러나 그가 광주에 오기 전에 했던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한반도는 다시 화염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라는 발언 때문에 광주행사는 축제성을 많이 상실하게 되었고 그 결과 축전을 주관했던 남측인사들은 그에게 사과발언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그는 이런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했고 대신 “한나당이 마땅히 먹어야 할 약을 한 방 먹인 것이다”라는 발언을 하고 떠났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내년에 있을 대통령 선거구도는 불행하게도 한나라당을 중심으로한 미국측 사이드와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한 북측 사이드로 이원화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내년 대선은 동맹과 동족사이에서 친미성향의 정당과 반미성향의 정당간의 대결이 사상유례없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남한 정치는 열린우리당의 지지가 거의 바닥을 헤매고 있다. 바로 이런 시점에 우리가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은 다름 아닌 이 문제가 한반도의 여론지형을 삽시간에 바꿔놓을 수 있는 카드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만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험에 강경 대응한다고 치자. 그렇게 될 경우, 지금의 남한의 국내정치 분위기와 여론 환경은 하루아침에 역전되어 초긴장 상태로 돌입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여론은 순식간에 미국의 대북 강경대응 전략 그 자체가 한반도에 일종의 전운과 전쟁의 불길한 예감을 몰고 올 것이란 쪽으로 전향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남한사회에서의 반미감점은 또 한번 하늘을 찌르게 될 것이다. 이 법칙은 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은 지금까지 남한에서 자체 정치적 경쟁으로 형성된 여론을 찰나적 물거품으로 만들게 될 것이고 새로운 여론을 토대로 내년 대선 게임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5.31 결과에 취해있는 한나라당의 승리가 보장될 수 있을까?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시험에 일정한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강행할 의지를 버리지 못한다면 남한에서의 이런 정치적 자산 또한 매우 크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측의 입장에서는 만일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이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두 번이나 치른 부시정부가 한나라당과 손을 잡고 대북 강경정책을 펼치게 될 것이고, 그럴 경우 북한은 어쩌면 체제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최대의 위기의식을 맞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지금 필자의 관심을 더 끌고 있는 것은 바로 청와대에서 흘러나온 “이런 상황으로 가게 되면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란 발언이다. 이 말을 듣는 북측의 입장에서는 혹시 이런 해석을 하지는 않을까? 우리(북측) 보고 발사하는 것이 낫다는 신호 아닌가?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6일 계룡대에서 개최된 전국주요지휘관들과의 대화에서 “나는 어떻든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있을 수 있다는 쪽에 서있다. 우리는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전쟁가능성을 제기해야 하며, 만일 불행한 사태가 있을 때에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 고 했다.

이 발언의 진의가 어디에 있든지, 무슨 의미로 한 것인지는 시간을 두고 관찰해야 할 것이다.

어떤 경우든 한반도의 평화문제를 정치적 게임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그리고 미국의 입장에서는 좀더 적극적인 대화 공세에 나서야 한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시험을 강행해서는 안 되고 미일은 이를 마치 한반도의 유사시 개입할 수 있는 합동군사훈련의 연습기회로 활용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우리 정부는 중국과 협력하여 6자회담 미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과 북측의 김계관 부외상간의 만남을 적극 주선하는 중재역할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 대결국면으로 치솟고 있는 한반도의 위기상황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그러려면 다음 3단계 문제해법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1단계로,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경우 미국의 대북금융제재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미국으로부터 얻어내어 먼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한 유인요소로 이를 활용하고,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성사시켜야 한다. 그렇게 하여 북한이 6자회담장으로 복귀하게 되면, 이는 사실상 정부의 중재역할로 6자회담 틀의 폐기화를 막게 된 결과를 얻게 된다.

2단계로, 북한이 6자회담장에 복귀하면 우선적으로 북한의 달러 위조지폐 재발 방지 약속과 위폐제조 기계의 완전해체 문제를 논하고 북한 정부당국으로 하여금 위조지폐 책임자를 문책토록 한 다음, 이 결과에 따라 미국의 마카오 방코델타 아시아 은행에 예치되어 있는 북한의 불법자금 2천4백만 달러를 북한에 되돌려 줌과 동시에 대북경제제재를 해제시켜야 한다.

마지막 3단계로, 6자회담장에서 9.19 공동선언에 대한 구체적 이행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는 논의를 전개시켜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험문제는 이제 또 하나의 다른 협상 아젠더가 되었기 때문에 이를 철회시키려면 미국은 북측의 입장에 귀를 기울이거나 아니면 완전 무시하거나 선택의 고민을 해야 된다. 만일 미국이 지금처럼 초강수로 계속 대응해 나갈 경우, 장기적인 측면에서 이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며, 내년에 있게 될 대선에도 치명적인 결점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북한은 지금 그것을 더욱 의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 미국이 협상과 대화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필자 소개

장성민 대표

김대중 정부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맡았던 장성민씨는 현재 평화방송 시사프로그램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를 진행하는 동시에,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한반도문제 전문가이다.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대표

댓글이 4 개 있습니다.

  • 8 7
    돌베개

    이런사람 대한민국에 두 명만 더 있어도
    이 사람 얼마전에 월간조선에 나왔더군.
    노무현을 김영삼과 전두환에 비교한 글 썼는데
    참 잘 썼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실은 알고 보니 국내정치 국제정치를 모두 통달하고 있는 사람이더군.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더니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이란 걸 알았어요.
    이런 비상한 위기시에 또 이런 글을 내 놓다니..참 ...먼 후일에 나라의 동량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습니다.
    우리 나라에 이런 사람 두 명만 더 있어도
    나라가 이렇게 가지는 않았을텐데..

  • 9 8
    미아리

    쫍집게군,지난번에 미사일 쏠거라고 제일 먼저 맞추더니..
    장성민의 한반도 워치에서 북한이 미사일가지고 장난칠거라고 썼을때 설마 그럴까
    생각했었는데 정말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대단하다. 건투하시오.

  • 10 12
    김천수

    분석력 뛰어나다
    이분의 기사를 접할 때마다 국제정세에 대해 민감하고 사소한 부분까지도
    어찌 그리 잘 아는지 놀란다.
    그리고 설명력이 탁월해 독자로 하여금 궁금증이 없게끔 해준다.
    부연 설명들이 그런 것일게다.
    그리고 북한 김정일이가 읽은다면 그의 속내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는
    필자를 두고 눈엣가시처럼 생각할게 틀림없다.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흥미롭다.
    그리고 여야간 미측, 북측 으로 갈리워 대선쟁점화 될거라는
    부분도 콕 집어내니 그럴 듯하다.

  • 11 10
    대포동

    아쉽다.
    내용이 뭔지는 알겠는데 같은 말이 대 여섯번 반복됐다.북한의 벼랑끝 전술이 안먹히게 된다는 얘기가 너무 반복됐는데 마치 필자의 생각을 주입시키려 한것 같아 객관성이 떨어지는 감이다.그리고 미국 보고 대화에 나서라는것은 좋은데 미국에 주는 명분을 필자는 제시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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