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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길 체육회장, "자리에 연연 않겠다"

사무총장 인선 놓고 정부와 갈등. 베이징올림픽 준비 차질 우려

사무총장 인선을 둘러싸고 정부와 대립하고 있는 김정길 대한체육회(이하 체육회)장 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이 사퇴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정길 체육회장이 22일 밤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25일 이사회를 전후로 어떤 결심을 하게 될 지 모르겠다. 사퇴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자리에는 조금도 연연할 생각이 없다"면서 "정부와 갈등을 빚어 올림픽 준비에도 방해된다면 미련없이 떠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로 되어 있다. 그러나 그가 임기를 10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그것도 2008 베이징올림픽 개막을 100여일 밖에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사퇴를 심각하게 고려하게 된 원인은 역시 구안숙 사무총장 선임을 둘러싼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와의 갈등 때문이다.

체육회는 지난 3월5일 이사회를 통해 금융전문가 출신으로 미국 영주권자인 구안숙씨를 만장일치로 신임 사무총장으로 선출했으나 주무부처인 문화부는 `실체적.절차적 문제가 있다'며 승인을 거부한바 있다.

문화부는 지난 14일 체육회에 보낸 거부 공문에서 '구안숙 내정자는 스포츠 현장은 물론 체육행정 경험이 전무해 1년도 채 남지 않은 임기 동안 베이징올림픽의 차질없는 준비 및 체육계 안팎으로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부적합하다'고 승인거부 입장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정길 회장은 "체육회 88년 역사상 정부가 이런 사유로 사무총장을 승인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면서 "사무총장 하나 제대로 임명하지 못하고 정부 눈치나 봐야 하는 자리에는 연연할 생각이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와 같은 김 회장의 강한 반발은 문화부의 구안숙 사무총장 승인 거부가 문화부의 설명대로 어떤 업무추진상의 하자나 인물의 부적합성이 아닌 이른바 '괴씸죄'때문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김회장이 "체육회가 정관에 따라 적법하게 사무총장을 선출했지만 정부는 사전에 협의하지 않았다는 `괘씸죄'만으로 이를 거부했다"고 분통을 터뜨린 데서 이러한 인식은 잘 드러나고 있다.

결국 이번 사태의 본질은 유인촌 문화부 장관 취임 이후 노무현 정권 시절 임명된 단체장들에게 가해진 사퇴압박의 연장으로, 문화부가 김정길 회장 체제하에서 결정된 체육회 사무총장 선임에 대해 거부하는 것으로 김 회장에게 사퇴하라는 우회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는 것이 체육계의 인식이다.

체육회는 오는 25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사무총장 재임명을 추진키로하는 등 정부의 거부방침에 정면대응할 방침을 정한 상황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베이징올림픽 개막을 불과 100여 일 앞준 시점에서 한국스포츠는 체육회장과 사무총장이 모두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으며, 그로 인해 2회 연속 올림픽 종합 메달순위 10위라는 목표달성에도 차질을 빚을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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