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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한평석 '단일화', 태풍일까 미풍일까

[화제 선거구] 손범규 "미풍에 불과", 투표율이 관건

손범규 한나라당 후보의 독주가 이어지던 경기 고양 덕양갑의 선거 판세가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와 한평석 통합민주당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현실화되면서 수도권의 새로운 격전지로 조명받고 있다.

손 후보가 30%대 초반에서 지지율 답보현상을 보이는 반면, 심 후보는 높은 인지도와 인물론을 바탕으로 초반 한 자릿수 지지율을 20%대까지 끌어올렸고 여기에 구 민주당 조직을 기반으로 꾸준히 10%대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한 후보가 가세함으로써 덕양갑은 단일화 성사 여부에 따라 초경합지역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반한나라당 단일화, 한나라당 독주 제동 걸까

3일 '반한나라당' 후보 단일화로 연일 언론의 관심을 끌고 있는 고양 덕양갑 선거구를 찾았다. 2일 심 후보가 부친상을 당해 후보들이 음악 사용을 자제하는 '조용한' 유세 일정을 잡아 현장은 차분했지만 주민들 대부분은 후보 단일화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화정역 롯데마트 앞에서 만난 주부 김혜영(34)씨는 "언론을 통해 두 후보가 단일화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겉으로는 대운하 반대라지만 심 후보는 교육공약이 와닿고 한 후보는 지역공약이 괜찮아 합쳐도 나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주부 문모(35)씨도 "심상정 의원은 인물이나 정책에서는 호감이 가지만 사실 당은 생소하다. 솔직히 최근까지도 민주노동당인 줄 알았다"며 "어차피 한나라당과 대결이라면 인물도 살리고 정책도 살리는 방향으로 해야 하지 않겠냐"고 거들었다.

선거 초반 한나라당 우세지역으로 분류됐던 경기 고양 덕양갑 선거구가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의 지지율 약진과 반한나라당 후보단일화 바람을 타고 접전지역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 덕양구 화정역 앞 손범규 한나라당 후보와 심상정 민주노동당 후보의 선거사무실.ⓒ최병성 기자

엇갈리는 단일화 여론

화정동 별빛마을 9단지에서 만난 상인 박모(45)씨는 "어쨌든 매번 조용했던 선거구가 뉴스에도 비중있게 나오는 등 관심을 받는 게 나쁠 것은 없다"며 "단일화 여부를 흥미롭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단일화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민노당 창당 이후 모든 선거에서 빠짐없이 진보 후보를 지지했다는 은행원 김모(37)씨는 "선거라는 게 당선이 가장 중요한 게 당연하겠지만 진보정당이 선거 전에 후보를 단일화하는 것은 유례도 없고 옳은 방식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오히려 지금까지 지켜왔던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신과는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지지층을 분열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안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보수층이 압도적인 원당재래시장에서 만난 한나라당 지지자 김모(72)씨는 "둘이 힘을 합친다고 지지율까지 합쳐지겠나"라고 반문한 뒤 "게다가 심상정이나 한평석이나 자기들이 되겠다고 싸울텐데 그러면 한나라당이 확실히 당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특성상 인물이나 정당보다는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제시하는 쪽이 당선될 거라는 의견도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2학년 두 딸을 두고 있다는 주부 김성은(42)씨는 "어차피 이 지역은 아이들이 많아 교육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고 대부분 서울로 출퇴근하기 때문에 교통 지옥을 해소해야 한다"며 "지역현안도 파악하지 못하고 엉뚱한 공약을 내놓는 사람들을 찍을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 후보 진영은 선거를 불과 일주일 앞에 두고 터져나온 단일화 변수가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손익계산으로 분주했다.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쪽은 줄곧 선두를 달려 온 손범규 한나라당 후보측이다.

손범규측 "단일화 효과 미풍, 투표율 낮아질 것"

손 후보측은 일단 단일화에 대해 '일종의 헤프닝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성사 가능성을 낮게 봤다. 설령 단일화가 성사된다 할지라도 양측 모두 조직적인 기반이 취약해 표결집 효과가 판세를 바꿀만하지 않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총선 상황을 총괄하고 있는 조선미 경기도 의원은 "두 후보의 단일화가 막판 변수가 될 것이라는 예상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자체 여론조사 결과 우리측은 당선 가능한 안정적인 지지기반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단일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단일화가 이뤄진다해도 진보 지지층과 통합민주당 지지층이 서로를 지지할지도 불투명하다"며 "오히려 두 진영의 원칙없는 단일화가 지지층의 투표율을 낮추는 역효과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선거 구도가 중앙정치에서 맹활약해 온 심상정 후보의 인물론으로 휩쓸려가는 상황에 대해서는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덕양갑의 역대선거를 돌이켜봐도 여기는 중앙정치에 상당히 민감하고 표심도 그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강하다"며 "심 후보의 인물론에 맞서 지역정치인으로 현안을 꿰뚫는 정책선거를 주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정-한평석 "보수진영 표분열, 단일화하면 필승"

단일화 당사자인 심 후보와 한 후보의 관심사는 당연히 자신들을 중심으로 한 단일화 성사 여부다. 이미 선관위가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에 대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터라 양측은 매끄러운 단일화를 이뤄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양 후보측은 2일 첫 룰미팅에서 단일화에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한 이후 문항과 방식을 놓고 이견을 보였지만 3일 대부분의 쟁점을 해소하고 합의 직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사 방식은 후보단일화에 대한 설문 위주로 적극적 투표층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다는 데 양측간 의견이 근접한 상태다.

심 후보측은 후보단일화에 대해 '인물'에 '조직'까지 갖추는 계기가 돼 선거 막판 최대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김성희 공보팀장은 "전통적으로 열린우리당 지지층이 두텁고 구 민주당 지지층도 만만치 않은 지역"이라며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선거 판세는 곧바로 요동치면서 초접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팀장은 "특히 지난 선거들을 봐도 이 지역은 야권이 여론조사에 비해 실제 득표율의 수치가 높게 나타난 지역"이라며 "심 후보의 인물론과 단일화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심 후보로의 단일화를 강조했다.

한 후보측도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선거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후보측 관계자는 "손범규 한나라당 후보가 1위를 하고 있지만 이국헌 자유선진당 후보도 10%대의 만만치 않은 득표력을 보이고 있어 사실상 보수 지지층이 분열된 상태"라며 "양 후보가 단일화를 이룬다면 반한나라당 표 결집으로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덕양갑의 후보단일화 논의가 심상정-손범규 양강 체제로 언론에 비춰지는 것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절대 (손범규-심상정)양강구도나 한 후보가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했다는 시각에 동의할 수 없다"며 "한 후보로의 단일화 가능성이 없었다면 처음부터 제안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언론기관의 여론조사가 아닌 응답률이 높은 적극적 투표층에서는 우리가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젊은 중산층이 인접한 수도권의 대표적 베드타운답게 고양덕양갑은 교육-교통정책이 유권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심상정 후보측 제공

경기도 평균 밑도는 투표율이 최종변수될 듯

현재까지 각종 여론조사의 산술적 통계를 보면 두 후보의 단일화는 곧바로 한나라당과의 오차범위내 접전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되면 남는 변수는 투표율이다. 유권자 70%가 몰려있는 화정1,2동의 표심을 움직일 정책공약도 또 다른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덕양갑의 지난 17대 총선 투표율은 58.3%로 경기도 평균 투표율(59.7%)에 못 미쳤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18대 총선 투표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것을 감안하면 이 지역의 투표율은 50%대 중반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각 후보 진영은 보고 있다.

투표율이 낮아지면 결국 조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손범규 한나라당 후보에게 유리하다. 한나라당은 15대 이후 당선권에서 멀어졌지만 단 한 차례도 30% 밑으로 득표율이 떨어지지 않았다. 30% 이상의 득표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지역조직이 취약한 심상정 후보나 구 민주당 조직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한평석 후보에게 낮은 투표율은 치명적이다. 때문에 양 후보측은 남은 선거 기간 동안 투표율 제고에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심 후보측은 "서울시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을 평일 선거일에 얼마나 더 끌어들이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고심하고 있다"며 "특히 여론주도층인 30~40대 주부들을 공략하기 위해 여성, 생태, 교육, 문화정책으로 어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측도 "적극적 투표층의 투표율이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며 "단일화가 유권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면 투표율이 예년보다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보들, 수도권 대표적 베드타운 '교육-교통-개발' 정책으로 공략

그린벨트를 비롯해 수도권 규제정책이 대부분 적용돼 인접한 일산구보다 상대적으로 개발이 더디고 학급 과밀화로 인재들이 외지로 속속 빠져나가는 중산층 '베드타운'의 지역특성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정책공약도 선거 종반까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5년 화정개발지구가 들어선 이래 아파트 밀집지역이자 30~40대 젊은 중산층이 모여있는 화정1,2동에서 이기지 못한 후보가 당선된 사례는 없었다. 원당을 비롯해 구도심 지역에서 몰표를 받아도 당선은 화정1, 2동의 승자가 가져갔다.

모든 후보들의 공약이 화정동을 겨냥한 교육, 교통, 개발정책에 집중되는 이유다. 선명한 정책 차별화가 눈에 띄는 후보는 단연 심상정 후보다. 심 후보는 강남 최고의 학원강사에서 최근 사회활동가로 변신한 스타강사 이범씨를 앞세워 인문계고교의 자율혀 고교 전환, 핀란드형 토론 수업, 학급당 인원 20인 이하 맞춤형 교육 정책을 내놨다.

한평석 후보는 15년 지역거주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대곡역~원당~신원동~관산동~내유동~고양동~삼송역을 연계하는 교통 정책을 내놨다. 반면 손범규 후보는 한나라당의 텃밭인 원당 표심을 잡기 위한 원당뉴타운 조기 가시화를 비롯해 교육분야에서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특목고 유치 공약, 원어민 영어수업 확대 등 한나라당 색깔을 분명히했다.

지난 2차례 총선에서 유시민 열린우리당에게 기회를 줬던 고양 덕양갑은 진보정치의 수도권 거점화를 노리는 심상정 후보와 반한나라당 기치를 내건 한평석 후보의 후보단일화 여부에 따라 여권 프리미엄을 강조하는 손범규 한나라당 후보간에 선거 막판까지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치열한 접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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