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총선을 코 앞에 둔 시점에 잇따라 터져나온 성폭행-성희롱 사건에 초비상이 걸렸다.

계속되는 초등학생 유괴납치 살인 사건으로 가뜩이나 성범죄에 대한 국민 분노가 극에 달해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에서 연일 터져나오고 있는 성폭행, 성희롱 사건이 총선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위기감에서다.

한나라당 간부 여직원 '성폭행'에 정몽준 '성희롱' 파문까지

경찰은 지난 1일 한나라당 국책자문위원회 정책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모씨를 지난달 26일 사무실에서 여직원을 흉기로 위협해 구타한 뒤 성폭행한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크게 당황해하며 문제의 박모씨는 '공식적인 직함이 없는 사람'이라며 당과 무관함을 강조했다.

그로부터 하루뒤인 2일에는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MBC 여기자 성희롱' 파문이 터졌다. 정 최고위원은 이에 3일 오전 문제의 김모 기자의 어깨를 툭 치려던 것이 본의 아니게 뺨에 닿았을뿐이라고 해명했으나, MBC는 문제의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 거짓 해명임이 드러났다며 정몽준 후보와 한나라당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파문이 급속 확산되자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3일 브리핑을 통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정몽준 후보의 '여기자 성희롱 파문과 관련, "한나라당은 성희롱에 대해 단호한 입장"이라며 "이번 일에 대해 자세한 경위를 파악 중"이라며 긴급진화에 나섰다. 조 대변인은 이어 "김 기자가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니 심히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며 해당 기자에게 사과를 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전국 100여곳에서 접전이 벌어지고 있어 과반수 의석 확보를 장담할 수 없는 판에 국민정서에 가장 예민한 성관련 사건들이 잇따라 터지니 넋이 나갈 지경"이라며 "총선에 치명적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불안감을 숨기지 못했다.

야당들 "한나라당, 성폭행당 면모 유감없이 발휘"

그러나 야당들이 잇따라 터져나오는 '한나라당발 성폭행-성추행'을 가만 놔둘 리 만무다.

김현 민주당 부대변인은 3일 논평을 통해 우선 박모씨 성폭행 사건과 관련, "한나라당은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정책실장이라는 직책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직함이 없는 사람이라며 거짓 해명을 했다"며 한나라당 주장이 거짓해명임을 지적한 뒤, "한나라당은 그동안 최연희 전 사무총장의 여기자 추행사건, 강재섭 대표의 성희롱 논란 발언,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시절 마사지걸 발언 등 성비하, 성희롱, 성폭행당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해온 데 이어 이번에는 거짓말까지 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이어 정몽준 의원의 성희롱 파문에 대해서도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발뺌할 생각 말고, 한나라당 동작을 정몽준 후보의 성희롱사건과 당직자의 성폭행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부터 하라"며 "어린이와 식탁 안전대책을 만든다며 ‘총선용 쇼’나 하지 말고, 정몽준 후보를 규정대로 제명하라"며 정몽준 의원 제명을 압박하고 나섰다.

진보신당과 자유선진당 등도 한나라당을 맹비난하며 MBC에 문제 동영상의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