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노점상은 범죄자가 아니다”
<현장> 잇단 단속, 분신에 노점상들 분노 폭발
전국노점상연합회(전노련)는 21일 오후 1시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 광명시청 앞에서 1천여명의 회원들이 모여든 가운데 올해 첫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1천여 노점상, 광명시청 앞서 폭력단속 중단집회
이들은 ‘생계형 노점은 죄인이 아니다’. ‘용역도 서러운데 노점단속 웬말이냐’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청 앞부터 시청 사거리까지 1차선 도로 100m를 점거하고 5시간 가까이 집회를 진행하며 경찰 22개 중대 2천여명과 대치했다.
광명시청은 20일부터 집회에 대비해 시청 주차를 제한하고 이날 오전 전경 버스 30여대로 시청으로 통하는 모든 길을 봉쇄했다.
이날 전노련이 집회 장소를 광명시청 앞으로 정한 이유는 지난 12일 시가 용역직원 2백60명과 단속반 60명을 동원해 광명사거리 노점을 일제히 철거했기 때문이다.
당시 시는 관광버스 6대에 나눠 타고 온 용역직원들을 오후 2시 기습적으로 투입해 노점상들의 마차 7대를 견인해가고 좌판 대부분을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단속에 저항하던 노점상 10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해 응급 후송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용역직원들에 의해 어깨와 허리를 다친 한 노점상은 “그날 용역직원들은 노점상들 뿐만 아니라 야채를 사기 위해 그 자리에 있었던 70대 할머니조차 입을 막고 팔을 꺽어 바닥에 내팽겨쳤다”며 철거 상황을 전했다.
그는 “노점상들이 무슨 인간쓰레기라도 되듯 혈세 3억원을 넘게 들여 작년 일산에서 붕어빵 노점상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그 용역업체를 불러들였다”며 “우리가 범죄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동대문, 광명, 성남...노점상 단속 갈등 봇물
생계수단인 마차와 좌판, 물품을 압수당한 광명지역 노점상들은 이날 이후 10일째 시청 앞에서 생업을 뒤로 하고 항의집회를 열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 광명시가 노점상에 대한 일제단속을 강행하고 2시간 뒤인 오후 4시 성남 분당에서는 떡볶이 노점상 전영걸(48)씨가 구청의 표적단속에 항의하며 분신을 시도, 3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갔다.
집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20일 밤 9시에는 동대문풍물시장 상인회 소속 노점상 3명이 서울시의 풍물시장 이전계획 백지화를 요구하며 조명탑에 올라가 펼침막 4개를 걸어놓고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당시 청계천 개발로 인해 동대문운동장에 조성된 풍물시장으로 이주한 상인들. 이들은 서울시가 추진 중인 옛 숭인여중 부지로의 이전이 상인들과의 합의 없이 추진되고 있다며 항의하고 있다.
21일 광명시청 앞에 모인 노점상들은 이처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집중되고 있는 노점상 강제철거에 대해 “아무런 대안도 없이 생계대책을 포기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성토했다.
“이명박 정부가 말한 공권력이 용역깡패 고용이냐”
배행구 전노련 수석부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와 광명시청은 노점상의 생존권 요구를 ‘떼법’이라며 강력한 공권력을 발동하겠다고 나섰다”며 “50명 노점상에 3백여명의 용역을 불러 때려부수는 것이 공권력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철 전노련 조직위원장은 “강동구 로데오 거리, 영등포 신세계 백화점 앞처럼 노점상들이 도시 미관에 맞게 마차를 통일하고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며 “강제단속이나 강제이주로는 절대 생계형 노점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비례후보로 출마한 유의선 전노련 정책위원장은 “이제 국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해 노점상들이 더 이상 불법이 아닌 지역사회와 경제의 부분으로 포함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대사에 나선 김형탁 진보신당 경기도당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반년간 투쟁해 온 비정규직 농성장을 철거하고 먹고 살자고 나온 노점상들의 좌판을 깨부수고 백골단 부활을 말하고 있다”며 “이는 생존권 투쟁에 내몰린 도시 빈민, 서민들에 대한 선전포고와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집회는 전노련 의장단과 광명시청 관계자간 면담을 마치고 광명시청부터 시청~광명사거리~시청으로 이어지는 가두행진을 끝으로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면담에서 단속 중단에 대한 확답을 받지 못해 5시간 가까이 이어지다 오후 5시40분께 마무리됐다.
전노련은 광명시청 측에서 지난 12일에 벌어진 폭력단속에 대해 공개사과하고 물품파손 및 치료비 보상, 생계대책 마련에 대한 대화에 나서기 전까지 항의집회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지난 12일 노점 단속 과정에서 분신하고 강남 베스티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전영걸씨는 분당구청 측에서 치료비 부담과 단속 유보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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