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아파트 폭등 주역' 김진표 공천 주다!
[2003년 김진표의 행적] 민주당이 정말 서민중산층당인가
민주당이 10일 밤 발표한 1차 공천 확정자 55명 가운데에는 김진표 의원이 들어있다. 현재의 지역구인 수원 영통에 그대로 공천을 준 것. 문제는 김 의원이 노무현 정권 초대 경제부총리로 아파트값 폭등의 핵심 책임자라는 사실이다.
'김진표 공천'은 그동안 민주당이 서민-중산층 정당이라는 '당의 정체성'에 혼란을 야기한 인사들에 대한 공천 배제를 공언해 왔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말하는 '정체성'이 무엇인가에 근본적 회의를 야기하면서, '박재승 공천혁명'으로 모처럼 호전된 여론이 다시 악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김진표 의원이 지역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후보인 박찬숙 의원과 오차범위내에서 팽팽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현실에 기초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의석 한석을 잃더라도 수백만 표를 얻겠다"던 박재승 공심위원장의 지론과 정면배치된다는 점에서 향후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김 의원과 함께 아파트 폭등 주역으로 꼽히는 '정치철새' 최종찬 전 건교부장관에게 공천을 줘 비난여론이 일고 있는 시점에 김 의원에게 공천을 줬다는 사실은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차별성을 주장할 근거를 상실했다는 점에서 민주당내에서도 논란이 일 전망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면 김진표 의원은 노무현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때 어떻게 아파트값 폭등을 촉발시켰나, 돌이켜보자.
김진표의 2003년 행보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2003년 2월 초대경제부총리로 김진표 당시 국무조정실장을 발탁했다. 노 대통령은 김 부총리 발탁 이유로 "내가 아는 가장 유능한 관료 2명중 1명"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가 대선때 막후에서 노 대통령 당선을 위해 동분서주한 공을 인정한 발언이다.
문제는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발탁되면서 노 대통령 당선후 하락세로 돌아섰던 아파트값이 급등세로 반전됐다는 사실이다. 노골적인 부동산 경기부양책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의 부동산 경기부양 의지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사건은 당시 아파트값 폭등의 견인차였던 타워팰리스 등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한 노골적 ‘감싸기’였다. 재경부는 노무현 후보 당선직후인 2003년 연초까자만 해도 경제운용방안을 발표하면서 “강남 부동산 급등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해 분양권 전매 제한제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취임하자 재경부는 곧바로 "분양권 전매제한 조치 등 강력한 투기억제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을 바꾸었다. 말로는 “아파트 투기를 잡겠다”면서도 정작 아파트값 폭등의 진원지인 주상복합아파트에는 손을 대지 않겠다는 식이었다.
시장의 후각은 더없이 동물적이다. 김진표 경제팀이 시장에 던진 메시지는 곧바로 아파트값 폭등으로 나타났다.
김진표 경제팀 등장후 급등세로 반전된 아파트값은 노무현정부 출범 두달 뒤인 2003년 4월 서울시내 아파트의 평당 평균가격이 1천만원을 돌파하면서 수직상승을 거듭했다. 2000년말 6백68만원이었던 평당가격이 2년새 배 가까이 뛴 것이다.
아파트값 폭등을 주도한 곳은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인방’으로, 특히 이들의 평당가는 강남구(1천7백82만원), 서초구(1천5백76만원), 송파구(1천4백78만원) 순으로 조사돼 평당 분양가 2천만원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예고했다.
당시 더욱 주목해야 했던 대목은 아파트투기가 일부 상류층 차원을 벗어나 ‘대중적’ 차원으로 확산되는 증거가 뚜렷이 목격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4월29일 도곡동 주공 1차 아파트가 서울 강남 대치동에 모델하우스를 오픈했다. 오픈이래 마감일인 6일까지 1주일새 모여든 인파는 3만여명. 지하철 3호선 도곡역에서 도보 5분거리에 있는 등 여러 호조건 때문이기도 하나 이곳에 하루 평균 4천명씩 3만여 인파가 모여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이곳의 분양가는 26평형이 평당 1천6백만원, 33평형이 1천8백만원, 43평형이 1천8백10만원으로 다른 강남지역보다 훨씬 높았음에도 모델하우스는 북새통을 이뤄, 평당 2천만원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섰음을 보여줬다. 2002년말 평당 3천만원을 돌파한 파워팰리스의 후폭풍이 일반 신규아파트로까지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취임직후 노골적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펴면서 아파트값 폭등을 재연시킨 김진표 경제팀에 대한 비판여론이 급등한 것은 당연했다.
한 예로 <문화일보>가 노무현 정부 출범 90일을 맞아 2003년 5월 경제계, 학계, 시민단체, 경제연구소 등 전문가 6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20명의 국무위원 가운데 현재의 업무평점 및 미래 업무기대치 모두에서 최하위 바로 위인 19위를 차지했고, 건설정책인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의 최종찬 장관은 그 다음인 18위를 차지해 김진표 경제팀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큰가를 웅변적으로 보여줬다. 취임 1백일을 맞아 실시된 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대동소이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김진표 경제부총리에 대한 절대신임을 나타냈고, 재경부, 건교부 등 부동산 주무부처는 연일 ‘부동산투기를 부추기는 부동산투기 대응책’을 쏟아냈다.
한 예로 재경부는 투기과열지구의 일반 아파트에 대해선 분양권 전매금지를 발표하면서, 유독 아파트값 폭등의 진원지인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해서만은 분양권 전매금지를 할 수 없다고 고집을 피웠다.
당시 타워팰리스가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강남 곳곳은 물론 강북의 강변지구 및 분당 등 신도시에도 마천루를 연상시키는 40~50층대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쭉쭉 하늘로 치솟고 있었으며, 이들 주상복합아파트에는 분양 때마다 수많은 투기세력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치루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진표 부총리는 분양권 전매 제한을 안받고 청약통장조차 필요 없는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해서만은 “그 어떤 규제도 가할 수 없다”고 저항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개발에 수천억원대 선(先)자금이 필요해 자금력이 풍성한 재벌 건설사만이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김 부총리가 유독 주상복합아파트만을 전매금지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재벌을 의식했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강한 의혹의 눈길을 던졌다. 본디 ‘재벌 친화적’이라는 김부총리의 명성을 재확인시켜주는 대목이었다.
마치 ‘다음 아파트 투기는 주상복합아파트에서 하라’고 안내해주는 식의 ‘김진표 아집’은 당연히 시중의 부동자금이 주상복합아파트로 쏠리게 해 주상복합아파트 값을 더욱 폭등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노무현 정부 출범 석달 뒤인 5월14일 일반아파트의 분양권 전매제한을 강화한 정부의 ‘5.8 조치’후 처음으로 분양하는 주상복합아파트인 삼성물산의 마포 ‘트라팰리스’ 청약 현장. 이곳에는 첫날부터 하루 평균 1만여명씩의 청약자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청약자들이 길게 장사진을 이룬 분양 현장은 누구 눈에도 분명 투기장이었다. 모델하우스 안팎에는 수많은 ‘떴다방’이 청약자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명함을 건네거나 즉석상담을 벌이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어 5월26~28일 사흘간 청약을 받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주상복합아파트 ‘스타시티’에는 8만9천84명이 청약신청을 해 경쟁률이 무려 75.8대 1에 달했고, 지난 26일 하루만 청약받은 오피스텔에도 5천1백69명이 몰려 38.9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제일 인기가 높았던 아파트 1군(39~45평형)의 경우는 2백63가구 공급에 3만3천7백7명이 몰려 1백2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런 광적인 청약 열기는 당연히 아파트값 폭등의 진원지인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해서도 즉각 분양권 전매금지를 해야 한다는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정부는 막판까지 전매금지를 안 시키려 필사적 저항을 했다.
트라팰리스 등의 투기판이 사회적 비난여론을 낳자 정부와 민주당은 5월14일 이 문제를 놓고 당정협의를 가졌으나, 재경부-건교부 등의 강력 반대로 결론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건교부는 회의후 "청약이 과열양상을 빚으면 모르겠으나 아직까지 주상복합 분양권 전매를 검토한 적이 전혀 없다"며 마치 청약이 과열상태가 아닌 것처럼 주장했고, 재경부 역시 "주상복합 아파트 계약률은 60%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는 터무니없는 궤변을 펴며 전매금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재경부와 건교부의 건설족적 태도는 당연히 여론의 거센 비판을 야기했다. “참여정부, 출범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노골적으로 재벌 편을 들기냐”, “벌써부터 떡고물이 탐난다는 게냐”는 등의 비난여론이 쇄도했다. 결국 며칠 뒤인 5월23일 김진표 부총리는 주택관계장관 회의를 갖고 “3백세대 이상의 대형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해서만 오는 8월부터 분양권 전매를 제한한다”는 이른바 '5.23 주택가격안정대책'을 발표해야 했다. 하지만 5.23 대책도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기란 종전 대책들과 마찬가지였다.
가장 큰 허점은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를 계속 허용키로 한 것이었다.
김진표 부총리는 "재건축 아파트는 조합 아파트와 다르다"며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를 금지할 경우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건축 아파트 분양권 전매를 계속 허용키로 한 것은 ‘앞으로는 재건축 아파트를 놓고 아파트 투기를 하라’는 정부 안내문에 다름 아니었다. 그후 시중 부동자금은 송파구, 서초구 등의 강남 재건축 아파트로 쏠리면서 이번에는 재건축 아파트가 폭등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단군이래의 최대 아파트값 폭등으로 민심이 흉흉해지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매우 강력한 한 가지 요구가 터져 나왔다.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것이었다.
아파트값 폭등의 핵심원인중 하나는 건설업체들의 턱없는 분양가 인상이었다. 당시 건설업계에서는 "수백가구의 아파트만 신축해도 3백억~5백억원은 거뜬히 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고, 모 건설업자가 몇 개의 시행사를 운영하면서 몇 년 새 수천억원을 거뜬히 벌었다는 얘기가 업계에 신화처럼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분양가 폭등을 통해 건설업계가 막대한 폭리를 챙겼음에도 불구하고, 어찌된 일인지 이들이 내는 세금은 종전과 거의 다름없었다. 당연히 대규모 탈세 의혹이 제기됐고, 그 검은돈이 정치권-관계 등의 건설족에게 흘러들어간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확대시켰다. 겁 없이 치솟는 분양가에 분노한 다수 국민이 “분양원가를 공개하라”고 나선 것은 ‘생존권 차원’의 당연한 요구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예외없이 국민의 80%이상이 분양원가 공개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80%’라는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중차대하다.
2003년 10월29일, 마침내 정부는 세간의 큰 관심을 모았던 '주택시장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른바 ‘10.29 대책’이다.
10.29 대책의 골자는 “세금으로 아파트투기를 잡겠다”는 것으로, 특히 1가구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외형상으론 10.29 대책은 참여정부 출범 이래 10여 차례나 발표됐던 대책보다는 강도 높은 대책처럼 비쳤다. 하지만 한 꺼풀 들여다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우선 국민 다수가 가장 확실한 아파트투기 대책이라고 생각하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가 빠졌다. 또한 ‘1가구 2주택 보유자’를 사실상 보호했다. 양도세율을 높였다고는 하나, 투기차익 가운데 절반을 세금으로 내더라도 나머지만 갖고서도 수천만, 수억원을 벌 수 있는 아파트투기를 그만 둘 리가 만무했다. 실제로 양도세 중과 정책은 그후 시장에서 집 주인이 양도세를 집 사는 사람에게 떠넘기는 방식으로 변질돼, 아파트값 폭등을 한층 부채질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10.29 대책 발표후 다수 국민은 ‘분양원가 공개’, ‘보유세 중과세’ 등의 요구가 묵살된 데 대해 정부를 강력 성토했다.
그러자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10.29 대책 다음날인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젊은 네티즌을 중심으로 좀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는 것 같은데, 정부 입장에서는 더 강력한 것은 사회주의적인 것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본다"는 ‘사회주의 발언’으로 맞서, “그러면 원가공개를 요구하는 전체 90% 가까운 국민이 모두 빨갱이란 말이냐”는 네티즌의 거센 반발을 자초하기도 했다.
아파트값 폭등에 대한 비난여론이 일자 노 대통령은 2004년초 그를 경제부총리에서 물러나게 하면서 총선에 출마하게 했고, 그는 '탄핵 역풍'을 타고 가볍게 금뱃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그후 노 대통령은 그를 교육부총리에 기용하는 등 물러날 때까지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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