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언 비자금' 의혹에 대해 검찰이 내사에 착수하고,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미국에 수조원의 괴자금이 있어 이를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파문이 급속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자금 수사가 본격화할 경우 전직대통령들의 비자금 의혹으로 확산되면서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 현지에 정체불명 자금 수조원 있다더라"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7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박철언 비자금 파문과 관련, "박철언 전 장관이 자신의 돈 176억원을 돌려달라면서 K 무용교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또 일부 보도를 보면 뭐 천억 원이니, 또 백억 원이니 하면서 전 보좌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고 하고 또 어떤 보도에 보면 전직 모은행지점장 출신 서모 씨도 지난 1993년부터 2007년까지 박 전장관의 돈을 200억 원 정도 관리해줬다고 보도가 됐다"며 "이런 보도들이 사실이라면 그 돈은 결국 권력형 비리로 부정 축재한 돈일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안 원내대표는 이어 "또 최근에 미국 뉴욕, LA 등지에 부정 축재한 것으로 보이는 출처불명의 재산이 수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소문이 파다하다"며 "해외에 유출되어서 은닉되고 있는 권력형 부정 축재 재산이 지금 소문대로 그렇게 수조원에 달한다면 그 돈도 마땅히 국가에 환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때마침 유엔반부패협약 및 부패사범해외도피재산몰수가 가능한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안도 국회를 통과해서 해외로 도피한 재산도 우리가 추적해서 몰수할 수 있는 길이 트였다"며 "한나라당은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권력형 부정 축재 재산 환수법을 만드는 것을 지금부터 검토에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강력한 환수 의지를 드러냈다.

안 원내대표 발언은 한편으로는 민정당 출신인 박철언 전의원의 비자금 문제가 한나라당으로 불똥이 튀는 것은 사전차단하려는 의도로 나온 것으로도 해석가능하나, 일각에서는 전직대통령들의 비자금을 정조준한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월간조선> 등 보수매체들은 지난 수년간 미국에 천문학적 거액의 전직 대통령 및 권력실세들의 비자금이 나돌고 있다는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온 바 있다. 따라서 강 대표 발언은 보수진영이 제기해온 전직 대통령 등의 비자금 의혹을 정조준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검찰, 박철언 비자금 내사 착수, '노태우 잔금' 의혹도

한편 대검 중수부도 '박철언 비자금' 의혹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박 전 장관이 자신의 보좌관에게 청와대 등에서 수표다발을 건네면서 "이 돈중에는 영부인(당시 김옥숙여사)의 돈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는 일부언론 보도에 주목하며, 박 전 장관이 관리한 자금중에 노태우 전대통령의 불법 비자금이 포함됐을 가능성을 내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중수부는 지난해 10월까지 모두 2109억원의 노 전 대통령 자금을 찾아내 추징했으며 아직도 519억원이 남아 있는 상태로, 문제의 '박철언 비자금'이 노 전대통령과 관련이 있을 경우 이를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박 전 장관이 문제의 6공 시절 뇌물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1993년 이전에 일어난 일이어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의 공소시효는 끝난 상태으나, 차명계좌를 이용해 자금을 관리해온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금융실명제 위반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게 검찰측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