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9일 "다소 출발이 매끄럽지 못한 점이 있었다"며 "우리 자체에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우회적으로 각료 인사파문에 대해 사과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첫 확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우리가 며칠 동안 정상 업무를 볼 수 없었다"며 "자료를 활용하지 못한 점도 있고, 일말의 책임이 우리에게 있고, 현실에 정치적 상황들도 우리가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관점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현실을 탓할 게 아니라 극복하려는 노력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서 국민에게 일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일할 때는 항상 창의적으로 일하는가, 형식적이지 않은가를 염두에 둬야 한다"며 "실용은 격식에 묻혀서 형식적인 일에 많은 시간을 쓰고, 비생산적인 관점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새 정부가 갑자기 하는 게 아니고, 역사적, 세계적으로 전 세계 국가들이 실용주의로 나가고 있다"며 "세계 모든 나라가 경쟁을 하고,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새 정부는 이념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는데 이 정권이 출발함에 있어 모든 게 순조롭게 될 수는 없다는 예측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는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며 "실용, 변화, 창의적으로 일하는 정부의 관점에서 시작하고 이런 점에서 여러분이 확실히 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일하는 과정에서 실천 가능한 액션플랜을 세워 달라"며 "추상적 업무계획은 소용이 없다. 또 대통령이 추구하는 게 무엇인가 비서관들이 확실히 꿰뚫어야 한다. 생각이 같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일을 해 나가는데 분야별로 비서관 중심으로 일을 할 것"이라며 "비서관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하겠다. 모든 근무자들이 자기 일에 똑같이 의사소통이 돼야 한다. 직접 전화하겠다는 것을 유념해 달라. 분야별로 비서관의 책임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향후 예상되는 청탁 로비에 대해서도 "과거 정권에서 청와대 수석비서, 비서관, 행정직들이 사고가 생겼다"며 "이해, 인사, 청탁 관련에 참여하고 전화부탁도 할 수 있는데, 일 잘하는 것과 개인 청탁의 한계가 어디인지까지 모르겠지만 일 잘하려는 것과 개인 부탁은 명확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부탁 드린다"며 "부서 간 협력을 잘 해야 한다. 혼자 독불장군 식으로 하면 성과를 못 낸다. 왜 간섭하냐는 관료주의적 발상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와 오래 일해왔던 사람들이 여럿 있는데 이들의 눈치를 보는 일이 전혀 없어야 한다"며 "부처에 처음 나왔거나 인연이 없는 사람들이 인연 있었던 사람들 때문에 눈치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 나는 일 중심으로 생각하지, 사람 중심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 이후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이 "이제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비공개가 더 공개던데..."라고 보안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