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경남 김해 출신의 김성호 전 법무장관을 초대 국가정보원장에 내정, 청와대 민정수석-검찰총장-경찰청장-법무장관 등 사정라인 '빅 5'가 모두 영남 출신으로 채워지게 되자, 통합민주당이 강력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사정라인을 모두 영남 출신으로 앉힌 것은 이 대통령이 부실 개각으로 상실한 국정장악력을 대대적 사정을 통해 회복하려는 게 아니냐는 강한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유종필 "지금까지 이런 경우는 없었다"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설과 관련, "청와대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경찰총장에 이어서 국정원장까지 영남출신으로 임명이 된다면 사정라인을 완벽하게 영남 출신으로 구성된다"며 "대통령도 영남출신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사정기관의 장들을 소집하면 완벽한 영남향우회가 될 것"이라고질타했다.

유 대변인은 "지금까지 이런 경우는 없었다"며 "어쩌면 이렇게 출범 초부터 노골적으로 영남정권임을 내외에 과시하는지 참 이해하기 힘들다"며 배경에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청와대 앞 효자동 파출소 소장은 영남출신이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효자동, 삼청동 그 주변의 파출소장도 영남출신으로 아예 완벽하게, 청와대 주변은 영남사람들로 모두다 채워야할지 모르겠다"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그는 "더욱이 분통을 터트릴 수밖에 없는 것이 국정원장은 다른 지역에서 찾아보려고 했는데 마땅한 인물이 없어 할 수 없이 김성호 전 법무장관을 임명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와 있다"며 "영남 출신 이외에는 이렇게도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것인지, 도대체 그 외의 지역 출신들은 이런 기관장을 맡을 기본 자격도 없다는 것인지, 이 정권은 엄청난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정권이라고 밖에 볼 수가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조지오웰의 소설 <동물 농장>에 나오는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들은 더욱 평등하다'는 문구를 인용한 뒤, "모든 국민은 평등한데 영남 국민은 더욱 평등하다는 조지오웰식의 표현이다. 영남 국민은 ‘특별 국민’이라는 의미가 된다"고 질타했다.

최인기 정책위의장도 오전에 열린 원내대표단회의에서 “김성호 전 장관은 소신 있는 참여정부의 장관을 한 분으로 알려졌지만 이렇게 될 경우 사정라인 5개 기관장 모두가 특정 지역에 집중된다”며 "고위공직자들의 비리부정을 파헤쳐 처벌을 해야 할 기본라인에 특정 지역출신이 집중되어 있으면 그 기관의 간부진도 특정 지역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사정정국 도래하는 것 아니냐"

민주당 지적대로 김성호 전 장관이 국정원장이 될 경우 사정라인은 모두 영남 출신이 싹쓸이하게 된다.

임채진 검찰총장의 경우 경남 남해, 어청수 신임 경찰청장은 경남 진주,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은 경남 고성, 김경한 법무장관 후보는 경북 안동,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는 경남 진해이기 때문이다.

사정라인이 이처럼 영남 일색으로 꾸려진 것은 거의 전례를 찾기 힘든 일로, 정가에서는 그 배경에 강한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마당에 이처럼 타지역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높은 영남 일색의 인선을 강행하는 데는 어떤 이유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조각 실패 등으로 취임때 지지율이 50%대까지 급락하는 등 위기상황에 직면하자, 집권후 사정을 통해 과거정권의 비리를 파헤쳐 국민 관심을 돌리려는 게 아니냐"고 강한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또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국정원 등 요소요소에 박혀있는 호남인맥을 뽑으려는 게 아닌가 싶다"며 "1급이상을 대대적 물갈이하겠다는 이 대통령 의중과도 무관한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