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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號' 출범 초읽기, '脫노무현'이 관건

정동영계 반발에도 확실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승부수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조배숙-김혁규 최고위원의 사퇴표명으로 4일 오후 결국 붕괴됐다. 이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이 불가피하나 김근태 최고위원의 비상대책위 위원장 취임에 정동영계가 반발하고 있어 내홍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당내 다수 의견은 김근태 비대위원장을 지지하고 있어 '김근태 체제' 발족은 초읽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정동영계의 브레이크

김혁규-조배숙 최고위원은 4일 오후 "지금 당 체제를 전면 정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면 쇄신기회를 영영 잃어버린다"며 "나와 조배숙 최고위원은 사퇴키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또 "지금은 원점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며, "김근태 최고위원이 의장직을 승계하는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신망있고 중립적인 인사로 비대위를 꾸려야 한다"며 김근태 최고위원의 의장직 승계를 반대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금 민심은 승계로는 안 된다. 시장을 다니고 사람들을 만나고 하면 승계로 해결될 일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김-조 최고위원의 입장은 전날 원로회의에서 임채정 문희상 유재건 이부영 이해찬 등 전임 지도부를 지낸 당내 원로들이 김근태 최고위원의 의장직 승계로 입장을 정리한 것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그동안 정동영계 반발의 빌미를 제공해온 김두관 최고위원은 이날 정동영 의장에게 우회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히는 등 수습에 나섰으나 별무소득이었다.

이날 오후 지도부가 공식 해산됨에 따라 열린우리당은 당장 비상대책위를 구성해야 하나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계는 비상대책위 위원장직도 김근태 최고위원이 맡아선 안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당내 최대계보를 이끌고 있는 정동영 당의장은 5.31 참패직후 당의장 직을 내놓으면서 김근태 최고위원의 당의장 승계를 권했으나, 정동영계인 김혁규-조배숙 최고위원이 이에 제동을 걸고 나섬에 따라 정동영계가 분열되거나 또는 고의로 이중플레이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적 관측을 낳고 있다.

김근태 "독배라도 피할 수 없어"

정동영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김근태 최고위원은 당권 장악을 위한 본격적 행보에 나선 모양새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4일 "당의 혼란을 방치하기보다는 당이 새로운 길로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 책임지는 일이며, 설사 독배를 마시는 일이 있더라도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최고위원측은 "비대위 의장을 맡으라는 당론이 정해지면 따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또 1백여명의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당위기 수습을 위한 대동단결을 호소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김 최고위원을 수장으로 하는 재야파 대다수는 물론, 당내 중진-원로그룹, 친노진영 일각조차도 김 최고위원을 비대위원장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5일 당 중진회의와 7일 국회의원-중앙위원 연석회의에서 김 최고위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최고위원과 고 건 전 총리가 지난 2월8일 인천 파라다이스호텔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의 재회동이 향후 정계개편의 주요 고비가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김근태의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5.31지방선거 직후만 해도 입장표명을 자제하던 김 최고위원이 적극적 대응입장을 정한 데에는 비대위 의장직이 자신의 표현대로 '독배'가 될 가능성도 농후하나, 반대로 '하이리스트 하이리턴(High Risk-High Return)'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근태 최고위원의 비대위원장 수락은 그의 정치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사실상 그의 앞에는 여러가지 정치적 난제가 즐비하다.

우선 중요한 것은 공황 상태에 빠진 당 분위기의 수습이다. 문제는 애매한 대동단결이나 화합 갖고선 공황적 심리상태 탈피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열린우리당에서 '노무현당'의 이미지를 벗겨내는 일이다. 이 과정은 고도의 정치적 테크닉과, 때도는 정치적 특단을 필요로 한다. 노대통령과의 거리를 분명히 하면서도, 노대통령 탈당 같은 극한적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의미다.

노대통령이 탈당하고 친노그룹이 그 뒤를 따를 경우 자칫 제1당 자리를 한나라당에 내주면서 사실상 제2야당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당'의 이미지를 탈피하지 않고선 열린우리당의 재건이나 차기대권 도전, 정권 재창출은 실현불가능한 게 객관적 현실이다. 과연 김근태 최고위원이 이 어려운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두번째 큰 과제는 신당 창당을 선언한 고건 전총리와의 연대 여부다. 고 전총리는 열린우리당내에선 누구보다 김 최고위원과의 대화를 선호하고 있다. 이미 희망연대 발족 입장을 밝히면서 김 최고위원에게 공개리에 '대화 제의'를 한 상태다. 따라서 김 최고위원으로선 어떤 형태로든 고 전총리와의 협상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때 고 전총리 바람대로 그를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을 할지, 아니면 열린우리당이 고 전총리를 영입하는 형태로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지이다. 당연히 열린우리당 주류는 후자이나, 이럴 경우 고 전총리와의 연대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또한 김 최고위원의 정치력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김 최고위원은 5.31 참패후 "역사적 중죄"를 범한 것 같다는 위기감을 토로했다. 참패가 단지 열린우리당 침패로 그치지 않고, 민주개혁세력 전체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의 토로다. 과연 이런 위기감을 갖고 있는 김 최고위원이 파산직전의 열린우리당호(號)를 구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심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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