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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민의 뜻에 무조건 따라야 합니다"

[전문] 盧대통령의 '국민 심판론' 일축에 더욱 주목받아

노무현 대통령 초대 비서실장 출신인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원의 지난 1일 통렬한 '자성의 글'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노대통령이 2일 문 의원의 조언과는 정반대로 '국민 심판론'을 일축하는 오만한 태도를 보이면서, 정부여권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대혼란 국면으로 빨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노대통령 발언을 접하고 경악하는 분위기다. 민심에 거역하면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절망의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노대통령과의 결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열린우리당 홈페이지에도 이런 저항 기류가 읽힌다. 열린우리당 홈피는 지난 1일의 문희상 의원 글을 2일 쓰여진 다른 의원들의 글을 제치고 위에 배치했다. 문 의원 글에는 이에 공감하는 많은 댓글이 달리고 있다.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향후 관계를 감지케 하는 문 의원 글의 전문을 싣는다.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원. ⓒ연합뉴스


5·31 지방선거를 끝내고...

2006년 5월 31일 지방선거가 끝났습니다. 악몽 같던 어제의 선거결과가 오늘 아침 신문에 또 한번 대서특필되어 이어집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 악몽이 과연 끝날 수 있을까’ 하는 참담한 심정이 듭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은 한국 정치사상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집권여당 최악의 실패를 가져왔습니다. 지금까지만 없었던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이런 기록은 없을 것 같은 최악의 결과였습니다. 오늘 새벽에는 잠을 이룰 수 없었고, 오늘 아침에는 고개를 들고 집 밖에 나올 수 없었습니다.

민심이 곧 천심이라고 했습니다. 따갑고 아플 줄 만 알았지, 이렇게 무섭고 두려울 줄은 몰랐습니다. 이번 선거결과는 국민에 의한 ‘정부여당 심판’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정부여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탄핵’이었습니다. 우리들을 신뢰할 수 없다는 국민들의 준엄한 선택...

신뢰의 위기가 드디어 국민들을 폭발시켰습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이번 선거를 전후해서 반짝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국민들 사이에 정부여당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아 왔고, 지방선거를 계기로 폭우에 불어난 물처럼 온 계곡을 휩쓸어 버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신불립... 이렇게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좋은 정책이든 훌륭한 인물이든 그 어떤 것도 국민들에게 믿게 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 이렇게 할 정도로 잘못했나... 억울하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수구언론 때문에... 수구세력 때문에...’라며 남탓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그렇게 하지 않길 바랍니다. 남탓을 하기에는 너무나 큰 참패였고, 신뢰를 전부 잃었기 때문입니다.

불신으로 가득 찬 민심의 큰 해일 앞에서 열린우리당은 집권여당으로서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없습니다. 변명한다는 것 자체가 오만이고 독선입니다. 그것은 교만의 죄가 됩니다. ‘억울하다, 정말 잘못했나’ 하는 그 생각 자체로 죄가 됩니다. 모든 것은 우리의 잘못입니다.

정치의 가늠자는 바로 국민입니다. 지금은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우리 모두에게 매우 엄중한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뜻에 무조건 따라야만 하는 순간입니다. 설령 그것이 ‘당을 없애라’는 명령이라면,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렇게라도 해야만 합니다. 국민의 뜻에 따른다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요체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리당이 얻은 지지는 겨우겨우 30%입니다. 30%의 의미를 한번쯤 새겨봐야 하겠습니다. 새로운 정권이 창출될 때마다 새정부는 개혁을 희망하고, 추진합니다. 이러한 개혁에 동조하는 지지층이 30%, 안된다고 막아서는 기득권층이 30%입니다. 나머지 40%는 정부와 집권여당이 정책을 내놓고, 민심을 추슬러 지지를 이끌어내야 하는 것입니다. 정부와 집권여당이 개혁을 이끌어가는 동력의 핵심은 40%에 달하는 중간층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입니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의 가장 큰 핵심은,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민심을 완전히 잃어 개혁의 추진동력 40%를 한나라당에 완전히 빼앗겼다는 것입니다. 70 : 30 의 결과가 그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우리 개혁은 전반에 걸쳐 실패한 것입니다. 원인이 무엇이든, 독선이든, 무능이든 차치하고, 참담한 실패만은 분명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개혁은 국민과 함께 가야 한다는 것. 함께 가지 않으면 결국 실패한다는 것”

이제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가 남았습니다. 국민이 던져 버린 집권여당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가 남았습니다. 국민이 버렸기 때문에 해법도 국민으로부터 찾아야 합니다.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정치는 현실이기 때문에, 언제나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을 선택해야 하고, 최악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차악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그것이 정치입니다.

신뢰를 회복하는 첫 번째는 ‘내 탓이오’ 하는 통렬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합니다. ‘수구세력 때문에, 언론 때문에...’ 이러한 남탓하기는 절대로 없어야 합니다. 모든 것은 우리 스스로의 허물입니다. 열린우리당이 선택하는 가장 최악의 수는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반성없이 임하거나, 남의 탓을 하는 것입니다. 제일 어리석은 일 입니다.

두 번째는 우리들 스스로 희망을 갖고, 자중자애하고 단결해야만 합니다. 여기서의 최악은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리고, 지도부에 책임을 돌리고,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는 내부다툼으로 인한 자중지란으로 자멸하거나, 대립하여 지리멸렬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보다 더 냉혹하게 열린우리당을 그냥 두지 않을 것입니다. 다같이 ‘화이부동’의 의미를 새기고, 하나로 합쳐야만 합니다.

세 번째는 백지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자세로 한발 한발 국민에게 희망을 줄 비전을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열린우리당 스스로 희망을 갖고, 아직 남아있는 30%의 지지층으로부터 시작해 한 걸음씩 다가가는 겁니다.

한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통렬한 반성은 하되, 패배주의나 자학에 빠져서는 안됩니다. 왜냐하면, 이번 선거결과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은 원내 제1당이며, 여당이라는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에겐 아직 남아있는 자산이 있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국민들이 인정해주는 ‘탈권위주의’, ‘돈안드는 정치, 정치개혁’ 등은 열린우리당의 귀중한 자산입니다.

그러기에 어려운 상황이지만, 더욱 더 국민을 생각해야 하며, 국민 앞에 한없이 겸허해져야만 합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30%라는 눈물겨운 우리당의 지지자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야 다시 일어설 수 있고 그것이 국민에게 보답하는 길이라 믿습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새로운 각오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언론에서는 각종 시나리오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내부분열과 갈등, 책임공방에 대한 내용들입니다. 그런 최악의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흐르는 물은 선두다툼이나 세력다툼을 하지 않는 법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목적지를 향해 유유히 흘러 결국 다 같이 바다가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가려는 목적지,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결국 같지 않습니까?

2006년 6월 1일 열린우리당 당원 문희상
정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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