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에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고 무겁게 받아들인다. 선거를 지휘한 책임자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크고 작든 간에 책임질 생각이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우리당 후보들, 아까운 인물들 모시고 초대했는데 당의장으로서 너무나 미안하고 죄송스럽다. 향후 대책은 공식적인 회의를 통해 의논한 뒤 밝히겠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당의장이 5. 31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질 뜻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오후 5시 경 영등포 당사에 나와 선거기간동안 수고한 당직자들을 격려한 뒤 김혁규, 조배숙 최고위원 등과 함께 1층 선거상황실에서 투표 결과를 지켜본 정 의장은 각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야당의 압승이 예상되자 침통한 표정으로 TV 방송을 지켜보다 오후 6시 30분 경 자리를 뜨며 이같이 말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도 “국민들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며 서둘러 당을 떠났다.

정 의장과 함께 개표 방송을 지켜보던 김근태 최고위원은 “이렇게 참담하고 부끄러운 적이 없었다"고 말한 뒤 지도부 책임론을 묻는 질문에 대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열린우리당 영등포 당사 신관 1층에 마련된 선거상황실에는 소리가 없었다. 오후 5시30분 당사에 나와 당직자들을 격려한 뒤 당직자들과 함께 선거결과를 지켜보고 있는 정동영 당의장은 물론이고 김근태, 김두관, 조배숙 최고위원, 김한길 대표, 염동연 사무총장, 이광재 선거대책위원장 등도 한 시간 넘도록 말을 하지 않았다.

각 방송사 출구 조사 결과가 야당의 압승으로 굳게 다문 입들은 더욱 굳어졌다. 이광재 선거대책위원장은 TV화면을 보는 것조차 부담스러운지 한동안 눈을 감고 있었다. 그로 인해 현장 리포트를 하기 위해 현장에 부스를 마련한 각 방송사 기자들 또한 소리를 낮춰 리포트를 하기도 했다.

무겁게 깔린 침묵을 깬 사람은 김근태 최고위원. 당 지도부와 함께 TV를 지켜보던 김 최고위원이 6시 20분 경 자리를 털고 일어나자 김혁규, 조배숙 최고위원이 뒤를 이으면서 이광재, 신기남 의원 등이 침통한 표정으로 당사를 떠났고 실무 당직자들만이 썰렁한 선거상황실을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