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2002년 참패후' 벤치마킹
노대통령 탈당 미지수, 탈정치 개각-대국민 사과 담화 가능성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노 대통령이 이달초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뒤 보좌진은 지난 2002년 6.13 지방선거에서 당시 집권여당이던 민주당이 참패한 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취한 일련의 대응조치를 정리한 보고서를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5.31 지방선거에서의 열린우리당 참패에 대비한 '포스트 6.13' 벤치마킹인 셈이다.
2002년 '포스트 6.13': DJ '대국민사과', '탈정치 개각'
지난 2002년 6월 지방선거 후에는 어떤 일이 있었나.
2002년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16개 광역단체장 중에서 11개를 한나라당에 내주고 5개만 차지하는 참패를 했다. 지금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덜 참패했다고 할 수 있으나, 대통령선거를 불과 반년 앞둔 민주당과 노무현 후보에겐 충격적 결과일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여권에서 'DJ 책임론'이 봇물 터졌다. '3홍 비리'로 대표되는 DJ 친인척 비리가 패배의 근원이었다는 판단에서다.
김대중 대통령은 결국 선거 패배 1주일 뒤인 6월21일 '대국민 사과' 담화를 발표해야 했다. 남은 8개월 잔여임기에는 '남북관계'와 '경제'에만 전념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 대통령은 지방선거 한달여 전인 5월6일 지방선거에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민주당을 탈당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쇄신파와 노무현 후보의 압박은 그치지 않았다. 국정쇄신용 전면개각과 아태평화재단 해체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이른바 '탈(脫)DJ 프로그램'의 가동이었다. 노무현 후보는 7월4일 총리를 비롯해 법무, 행자 등 개각대상까지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선거중립 내각'을 구성하기 위해 한나라당 추천을 받으라고도 했다. 분명한 대통령 인사권 침해였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7월11일 이한동 총리를 비롯해 법무, 국방, 문광, 정통, 보복, 해수 등 6개부처 각료를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해야 했다. 그러나 자신이 요구한 개각대상이 빠진 데 대해 노후보는 반발했고, 설상가상으로 총리로 지명한 장상씨마저 총리 인준에 실패함으로써 김대통령의 영향력은 완전무력화됐다.
2006년 '포스트 5.31': '탈정치 개각' 검토중
그로부터 4년 뒤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5.31 지방선거에서 여당은 참패했다. 4년 전보다 더한, 헌정사상 최악의 참패다.
청와대와 친노진영은 '노무현 책임론'에 강력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노대통령 지지율이 열린우리당 지지율보다 높다. 더욱 노대통령은 당에 개입하지 않은 지 오래다. 선거패배는 당을 책임진 정동영 책임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론조사 등은 "노대통령 책임이 가장 크다"고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는 단순히 열린우리당에 대한 심판을 넘어선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심판이었다는 의미다. 어떤 형태로든 노대통령의 대응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청와대 보좌진이 '포스트 6.13' 벤치마킹을 한 것도 이런 판단에서일 것이다.
벤치마킹 결과, 일부 내용은 수용하는 방향으로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담화 발표와, '탈(脫)정치 개각'이 그것이다.
특히 탈정치 개각과 관련해선, 열린우리당 당적을 보유하고 있는 각료들을 당으로 복귀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당적 보유 각료는 한명숙 국무총리를 비롯해 김진표 교육부총리, 천정배 법무장관, 유시민 보건복지장관 등이다.
이 가운데 한명숙 총리는 총리에 임명된 지 얼마 안되고, 평판도 무난하며, 교체시 국회 인준이라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당적만 내놓고 유임되는 쪽으로 검토가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나머지 각료들은 유시민 장관까지 포함해 모두 당으로 복귀시키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 장관의 경우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 마치고 싶다"는 입장이나, 탈정치화 차원에서 그의 복귀도 적극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대관건은 노대통령 탈당
남은 문제는 노대통령의 탈당 여부다.
정부여당은 지금 '공황' 상태다. 여기에 노대통령까지 탈당한다면 혼란은 극에 달할 전망이다. 우리당에서 노대통령 탈당 얘기가 쉽게 나올 수 없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노 대통령은 지난 1월11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회동때 '탈당'이란 단어를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노대통령이 지금 탈당할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노 대통령 생각을 잘 읽는 유인태 의원은 지난 26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 탈당에 대해 “그동안 참여정부가 사법개혁이니 국방개혁이니 추진해온 것들에 대해 마지막 입법을 못했다”며 “정기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그동안의 개혁정책들을 완성해야 한다”고 말해 연내탈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 동안에도 대선주자가 나타나면 김영삼 대통령도, 김대중 대통령도 탈당했다”고 덧붙여, 내년초 여권 대선후보 결정 후에나 탈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대통령은 또 지금 탈당할 경우 열린우리당내 민주당-고건과의 합당파가 당 헤게모니를 쥐면서 자신이 원치않는 방향의 정계개편과 친노세력 몰락을 우려하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앞으로 상황이 과연 열린우리당이나 노대통령 생각대로 움직여갈지는 미지수다. 대참패 후폭풍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거셀 경우 노대통령이 어떤 특단의 결심을 할 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직 재임기간이 1년반이나 남은 상황이다. 국정 책임의 무거움을 깊게 생각하며 행보 하나하나에 더없이 진중할 때다.
5.31 지방선거에서의 열린우리당 참패에 대비한 '포스트 6.13' 벤치마킹인 셈이다.
2002년 '포스트 6.13': DJ '대국민사과', '탈정치 개각'
지난 2002년 6월 지방선거 후에는 어떤 일이 있었나.
2002년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16개 광역단체장 중에서 11개를 한나라당에 내주고 5개만 차지하는 참패를 했다. 지금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덜 참패했다고 할 수 있으나, 대통령선거를 불과 반년 앞둔 민주당과 노무현 후보에겐 충격적 결과일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여권에서 'DJ 책임론'이 봇물 터졌다. '3홍 비리'로 대표되는 DJ 친인척 비리가 패배의 근원이었다는 판단에서다.
김대중 대통령은 결국 선거 패배 1주일 뒤인 6월21일 '대국민 사과' 담화를 발표해야 했다. 남은 8개월 잔여임기에는 '남북관계'와 '경제'에만 전념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 대통령은 지방선거 한달여 전인 5월6일 지방선거에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민주당을 탈당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쇄신파와 노무현 후보의 압박은 그치지 않았다. 국정쇄신용 전면개각과 아태평화재단 해체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이른바 '탈(脫)DJ 프로그램'의 가동이었다. 노무현 후보는 7월4일 총리를 비롯해 법무, 행자 등 개각대상까지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선거중립 내각'을 구성하기 위해 한나라당 추천을 받으라고도 했다. 분명한 대통령 인사권 침해였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7월11일 이한동 총리를 비롯해 법무, 국방, 문광, 정통, 보복, 해수 등 6개부처 각료를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해야 했다. 그러나 자신이 요구한 개각대상이 빠진 데 대해 노후보는 반발했고, 설상가상으로 총리로 지명한 장상씨마저 총리 인준에 실패함으로써 김대통령의 영향력은 완전무력화됐다.
2006년 '포스트 5.31': '탈정치 개각' 검토중
그로부터 4년 뒤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5.31 지방선거에서 여당은 참패했다. 4년 전보다 더한, 헌정사상 최악의 참패다.
청와대와 친노진영은 '노무현 책임론'에 강력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노대통령 지지율이 열린우리당 지지율보다 높다. 더욱 노대통령은 당에 개입하지 않은 지 오래다. 선거패배는 당을 책임진 정동영 책임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론조사 등은 "노대통령 책임이 가장 크다"고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는 단순히 열린우리당에 대한 심판을 넘어선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심판이었다는 의미다. 어떤 형태로든 노대통령의 대응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청와대 보좌진이 '포스트 6.13' 벤치마킹을 한 것도 이런 판단에서일 것이다.
벤치마킹 결과, 일부 내용은 수용하는 방향으로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담화 발표와, '탈(脫)정치 개각'이 그것이다.
특히 탈정치 개각과 관련해선, 열린우리당 당적을 보유하고 있는 각료들을 당으로 복귀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당적 보유 각료는 한명숙 국무총리를 비롯해 김진표 교육부총리, 천정배 법무장관, 유시민 보건복지장관 등이다.
이 가운데 한명숙 총리는 총리에 임명된 지 얼마 안되고, 평판도 무난하며, 교체시 국회 인준이라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당적만 내놓고 유임되는 쪽으로 검토가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나머지 각료들은 유시민 장관까지 포함해 모두 당으로 복귀시키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 장관의 경우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 마치고 싶다"는 입장이나, 탈정치화 차원에서 그의 복귀도 적극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대관건은 노대통령 탈당
남은 문제는 노대통령의 탈당 여부다.
정부여당은 지금 '공황' 상태다. 여기에 노대통령까지 탈당한다면 혼란은 극에 달할 전망이다. 우리당에서 노대통령 탈당 얘기가 쉽게 나올 수 없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노 대통령은 지난 1월11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회동때 '탈당'이란 단어를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노대통령이 지금 탈당할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노 대통령 생각을 잘 읽는 유인태 의원은 지난 26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 탈당에 대해 “그동안 참여정부가 사법개혁이니 국방개혁이니 추진해온 것들에 대해 마지막 입법을 못했다”며 “정기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그동안의 개혁정책들을 완성해야 한다”고 말해 연내탈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 동안에도 대선주자가 나타나면 김영삼 대통령도, 김대중 대통령도 탈당했다”고 덧붙여, 내년초 여권 대선후보 결정 후에나 탈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대통령은 또 지금 탈당할 경우 열린우리당내 민주당-고건과의 합당파가 당 헤게모니를 쥐면서 자신이 원치않는 방향의 정계개편과 친노세력 몰락을 우려하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앞으로 상황이 과연 열린우리당이나 노대통령 생각대로 움직여갈지는 미지수다. 대참패 후폭풍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거셀 경우 노대통령이 어떤 특단의 결심을 할 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직 재임기간이 1년반이나 남은 상황이다. 국정 책임의 무거움을 깊게 생각하며 행보 하나하나에 더없이 진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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