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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 '철거 하소연' 고교생에 위로 편지

"세상 녹록치 않다는 사실 알고 독하게 공부하길"

"오세훈 서울시장님, 저희 가족의 생계터전인 어머니의 가게(삼선상가)가 아무런 대책도 없어 철거돼 길거리로 쫓겨나게 되는 것을 이렇게 보고만 계실 참이십니까?"(서울 성북구 고3 김모 군)

"김군 가족이 느끼고 있을 절박함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지만 제가 아무리 시장이라고 해도 도와드릴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세상은 결코 녹록치 않은 곳이라는 사실을 마음 깊이 간직하고 독하게 공부해서 치열하게 파도를 헤쳐 나갔으면 합니다"(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성북천 복원사업으로 철거대상에 오른 서울 시내 한 건물에서 자신의 어머니가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고교생으로부터 "생계대책을 세워달라"는 호소의 편지를 받고 사업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학생을 위로하는 편지를 보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다.

16일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오 시장은 지난해 말 성북구에 살고 있는 고교생 김 모군으로부터 자신의 어머니가 40년간 일해 온 가게가 입주해 있는 성북구 삼선상가 철거의 '부당성'을 호소하는 편지를 받았다.

김 군은 편지에서 "어머니께서 시장 아주머니들과 계속 장사를 해 먹고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성북구청과 서울시청에 가서 애원을 하셨다고 합니다. 제 어머니가 결코 죄를 지으실 분이 아닌데 왜 이런 일을 겪으셔야만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고 호소했다는 것.

그는 이어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도 하셨고 법을 몰라서 억울하게 피해 입는 착한 사람들 편에 서는 변호사도 하셨으면서 저희 가족의 생계터전이 대책도 없이 철거되는데 이렇게 보시고만 계실겁니까"며 울분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김군의 사연을 읽으며 제가 김군 나이였을 때 저 역시 고생하는 어머니를 보며 마음 아파했던 기억이 많이 났습니다"며 최근 손수 A4 4장 분량의 장문의 답장을 썼다.

오 시장은 자신 역시 어머니가 남대문시장에서 서너 평도 안 되는 조그만 수예점에서 어렵게 생활비를 마련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밝히고, "출근할 때마다 공관 앞에서 뵙게 되는 김군 어머니와 같은 분들의 모습이 마치 어릴 적 제 어머님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다"며 마음 아파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삼선상가 건물은 붕괴가 우려되는 수준이라 철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인명과 재산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건물을 철거하고 성북천 복원 사업을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법과 원칙이 있어 아무리 시장이라도 도와 드릴 방법이 마땅치 않다"면서 "김군의 절망이 저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며 김군과 아픔을 같이했다.

특히 편지 마지막에 오 시장은 "이른 봄에 곡식들이 쉽게 자랄 수 있는 날씨가 계속되면 식물은 깊지 않은 지표면에 뿌리를 내려버리는데 그렇게 되면 한 여름에 태풍이 왔을 때 곡식이 쉽게 쓸려가 버린다"며 "이번 일을 가슴에 묻어두고 열심히 공부하기를 바란다"고 김군에게 당부했다.

김 군의 어머니가 가게를 운영하던 삼선 상가는 지난해 말 결국 철거됐으며, 김군의 어머니는 아직까지 철거 보상금이 적다는 이유로 건설교통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가 최종 결정한 보상금을 수령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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