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20일 이명박 후보의 대선 승리를 계기로 예상대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명박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공식 요구했다.
앞서 이명박 특검 수용 입장을 밝힌 노 대통령은 당초 이날 국무회의에서 특검법을 통과시킬 예정이어서 한나라당 요구에도 노 대통령이 특검법을 통과시킬 경우 향후 인수인계 과정에 적잖은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강재섭 "盧 떠나기 전에 국가 위해 봉사하라"
강 대표는 이날 오전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당선된 사람을 놓고 무슨 특검이라든지 이런 식으로 해서 다시 청문회를 하는 것과 비슷한 다시 후벼파는 이런 것은 분열시키고 아주 저급정치"라며 "그래서 제가 한 번 부탁드리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께서 임기를 그만두시면서 국민통합을 위해서 이런 법은 조금 거부권을 행사해주시면 좋지 않겠느냐, 떠나시기 전에 국가를 위해서 좋은 봉사를 하시는 게 아니겠느냐"고 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여러 가지 잘한 점도 있고 잘못한 점도 있지만 결국은 정권 인수인계를 잘 해주시는 것, 그래서 새로운 정권이 또 국민이 선택한 가치를 처음부터 잘 발휘해서 갈 수 있도록 정치권의 갈등을 없애주는 것, 이것이 대통령으로써는 아주 큰 일"이라며 "그렇게 해서 그런 정의로운 결단을 한 번 해 줬으면 하는 것을 정식으로 제가 여기서 건의를 한다"고 거듭 특검 거부권 행사를 주문했다.
강 대표 주문은 개인 차원 의견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공식입장으로 알려져, 이날 중 이명박 당선자에게 축하 화환 전달 겸 인수인계 협의차 방문할 예정인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이 어떤 답변을 갖고 올 지가 주목된다.
한나라당이 '이명박 특검법' 거부를 공식 요청해 노무현 대통령의 대응이 주목된다. ⓒ연합뉴스 "인수위, 논공행상 자리 돼선 안돼", 인수위원장 후보로 박세일 등 급부상
강 대표는 한편 최대 관심사인 인수위 구성과 관련해선 "이명박 정권은 큰 정부를 반대하고 작은 정부, 실효성 있는 정부를 생각해 왔지 않나"라고 반문한 뒤, "그렇다면 인수위부터 시끌벅적하게 큰 기구를 구성해서 거기에 들어가는 것이 앞으로 무슨 자리를 예약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하는 그런 소란스러운 과거처럼 그런 인수위가 아니고 착실하게 실무적으로 인수인계를 잘 할 수 있는 그런 전문성 있는 그리고 간소하고 실효적인 그런 식의 인수위원회를 구성했으면 한다"고 밝혀 '실무형 인수위' 구성을 예고했다.
그는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분이 인수위원회부터 크게 해서 과시용으로 또 그러다보면 이게 농공 행상하는 자리 비슷하게 비춰지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주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건의를 좀 할 생각"이라고 말해, 인수위원장을 정치권 인사가 아닌 외부인사에서 선임하도록 제안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강 대표의 이같은 '비정치인 인수위원장' 건의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 등 정치인을 기용할 경우 논공행상 시비가 일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등을 두고 한나라당이 또다시 내홍 국면에 빠져들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이 당선자도 새 인수위원장 요건으로 "새시대를 보여줄 수 있는 식견과 국정전반을 파악할 수 있는 경륜을 갖춘 인물"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비정치인 민간인 출신이 발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기준에 따를 경우 현재 정가에서는 박세일 서울대교수, 안병만 전 외대총장 등이 인수위원장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