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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수석실의 '盧의 정동영 지지' 글 전문]

"대통령은 원칙과 대의를 말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홍보수석실 명의의 <청와대 브리핑>에 띄운 글을 통해 사실상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에 대한 전폭적 지지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홍보수석실 명의의 글 전문. <편집자주>

대통령은 원칙과 대의를 말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최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포함해 이런저런 계기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등 주요 대선후보들에 대한 입장과 생각을 상당히 진솔하게 피력한 바 있습니다. 보도가 난 뒤 진지한 반응이 많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선 대통령의 취지를 잘못 이해하는 기류도 있습니다.

‘진보대연정 이야기다’ ‘문국현과 손 잡으란 메시지다’ 등의 억측에서부터, ‘승리를 위해 무조건 힘을 모아야 할 때인데 이런 말을 꼭 해야 하냐’며 대통령을 오해하는 시각도 일부 있습니다.

비록 일부이긴 해도 오해가 있는 점은 바로 잡고 싶어 대통령의 의중을 다시 확인도 해 보고, 인터뷰나 내부 참모회의에서 일관되게 강조한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서 대통령의 원칙과 취지를 분명히 밝히고자 합니다.

경선 결과 존중은 원칙의 문제

첫째, 대통령은 오래 전부터 만일 대선 후보 중에서 누구를 지지한다면 경선에서 선출된 후보 외에 지지할 후보가 없다는 생각을 분명히 밝혀 왔습니다. 여러 인터뷰에서의 거듭된 질문에, 대통령이 속했던 열린우리당이 대통합민주신당으로 이어졌고 그 당의 경선 결과를 존중하는 것은 원칙의 문제라는 생각을 밝혔습니다.

경선이 끝나고 후보가 확정된 뒤 대통령은 이른바 범여권 후보 단일화 문제에 대해서도, 선출된 후보에게 도리가 아니며 당내 일부에서 함부로 후보단일화를 얘기하는 것은 사리에도 맞지 않는다는 점을 역설했습니다.

당시 대통령은 참모들과의 내부 회의에서 정치권을 지칭해 “후보 뽑아놓고 당내에서 단일화 얘기하는 것은 승복이 아니다. 자기 후보 지지도의 발목을 잡게 되고, 자기 후보의 경쟁력을 깎아내리는 결과가 된다. 자기 당 후보의 경쟁력을 스스로 깎아내려서야 되겠나? 이건 아주 주의해야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실질적으로 단일화를 하더라도 먼저 국민 지지를 높이기 위해 최대한 모든 노력을 다 해보고, 결국 밀린다든지 승부를 낼 수가 없다든지 국민들로부터 분열의 책임이 돌아온다든지 그럴 때 하는 것이다”는 생각을 피력했습니다. 선견지명 아닌 선견지명을 갖고 경거망동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견해도 전했습니다.

진보대연정론, 제3후보론은 오해 수준 넘어 모략

둘째 ‘진보대연정론’에 대해선 <청와대브리핑>에 실린 글만 제대로 읽어도 해소될 만한 부박한 억측입니다. 일일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어 보입니다.

대통령의 입장은 명확합니다. “호불호의 감정을 가지고 모략해선 안 된다. 진보대연정론, 제3후보론 모두 오해의 수준을 넘는 모략이다”

셋째, 이런 얘기를 굳이 해야 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지지해 주려면 화끈하게 지지해 주지 이런 저런 전제와 조건을 왜 다느냐’는 것일 겁니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입니다.

그러나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원칙을 세우는 문제입니다. 대통령은 스스로에 대해서도 원칙과 승리가 부딪힐 때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원칙을 지켰습니다. 정치는 본질적으로 가치를 추구하는 행위이고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승리가 필요한 것입니다. 승리를 위해 가치를 훼손하는 일은 결코 안 된다는 신념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대통령은 정치를 하면서 일관되게 가치를 살리기 위한 정치를 하려 했고, 가치를 지키기 위해 승부를 걸어 왔습니다. 그것이 대통령의 신념이자 살아온 방식입니다.

따라서 원칙을 분명하게 세우는 것을 피해선 안 됩니다. 원칙의 문제를 회피하거나 적당히 덮고 넘어가선 국민들의 진심을 얻기 어렵습니다. 짚을 것은 짚고 풀 것은 풀어야 원칙이 설 수 있으며, 원칙이 서야 승리할 수 있습니다. 20, 30%의 지지로 승리하자고 한다면 아무렇게나 해도 상관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51% 이상의 국민들 마음을 묶으려면 원칙의 문제를 해결해서 국민들의 신뢰를 확보해야 합니다. 풀어야 할 문제를 풀어서 지지기반을 넓혀야 합니다.

원칙과 가치에서 분명한 차별성 있어야

넷째, 대통령이 이 시기에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대통령의 문제 제기는 발목을 잡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정치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것이고 국민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원칙과 가치에서 다른 지도자와 분명한 차별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는 정치의 기본일 뿐 아니라 진정한 승리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입니다.

상대방과 분명한 차별성 없이는 국민의 더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없습니다. “진정한 승리는 상대방과의 선명한 차별화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입니다. 상대방과 같아선 이길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런 차원에서도 짚을 건 짚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문국현 후보와 관련해서도 일각에서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현재 대통령의 처지가 문 후보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거나 주문을 할 입장이 아닙니다. 특히 대통령은 문 후보에 대해 잘 모르고, 어떤 입장을 가질 만큼 검증을 거친 분이 아니어서 대단히 신중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 외의 오해는 없기를 바랍니다.

최근 대통령의 언어에선 ‘원칙’과 ‘가치’라는 단어가 끊임없이 반복됩니다. 선거에 있어 승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원칙과 가치라는 평소 신념이 부쩍 강조되고 있습니다. ‘원칙과 가치→국민신뢰→승리’라는 지론은 대통령에게 신앙과도 같은 철학입니다.

대통령은 23일, 이런 메모를 보냈습니다.

“정치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서 승리해야 하고 ‘편’을 짭니다. 승리 편도 중요하지만, 이는 가치실현을 위한 과정이고 수단입니다. 편만 짠다고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원칙과 가치가 있어야 편도 늘어나고 승리하는 것입니다. 정치는 음모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지금까지 정치를 하면서 얕은꾀를 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끊임없이 원칙을 말해온 것입니다. 지금도 나는 대의나 원칙을 얘기하고 있을 뿐입니다. 정치는 대도로 가야 됩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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