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5일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에 대한 분명한 지지입장을 밝혀 일파만파의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문국현 독자후보에 대해 잘 모르는 사이며 아직 검증을 거친 상태도 아니라며 정가 일각의 '문국현 지원설'을 일축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이날 <청와대 브리핑>에 게재한 글을 통해 "대통령이 최근 이런저런 계기에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등 주요 대선후보에 대한 입장과 생각을 상당히 진솔하게 피력했으나 일각에서는 취지를 잘못 이해하는 기류도 있다"며 "특히 '진보대연정 이야기다' '문국현과 손 잡으란 메시지다' 등 억측에서부터 '승리를 위해 무조건 힘을 모아야할 때인데 이런 말을 꼭 해야 하나'라며 오해하는 시각도 있다"며 노 대통령의 4가지 입장을 밝혔다.

홍보수석실은 우선 첫째 "대통령은 오래 전부터 만일 대선 후보 중에서 누구를 지지한다면 경선에서 선출된 후보 외에 지지할 후보가 없다는 생각을 분명히 밝혀 왔다"며 "여러 인터뷰에서의 거듭된 질문에, 대통령이 속했던 열린우리당이 대통합민주신당으로 이어졌고 그 당의 경선 결과를 존중하는 것은 원칙의 문제라는 생각을 밝혔다"며 정동영 신당 후보 지지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보수석실은 구체적으로 노대통령이 경선직후 참모들과 내부 회의에서 “후보 뽑아놓고 당내에서 단일화 얘기하는 것은 승복이 아니다. 자기 후보 지지도의 발목을 잡게 되고, 자기 후보의 경쟁력을 깎아내리는 결과가 된다. 자기 당 후보의 경쟁력을 스스로 깎아내려서야 되겠나? 이건 아주 주의해야 된다”며 “실질적으로 단일화를 하더라도 먼저 국민 지지를 높이기 위해 최대한 모든 노력을 다 해보고, 결국 밀린다든지 승부를 낼 수가 없다든지 국민들로부터 분열의 책임이 돌아온다든지 그럴 때 하는 것이다”는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홍보수석실은 둘째 ‘진보대연정론’에 대해선 "대통령의 입장은 명확하다"며 노 대통령의 “호불호의 감정을 가지고 모략해선 안 된다. 진보대연정론, 제3후보론 모두 오해의 수준을 넘는 모략”이란 말을 전했다.

홍보수석실은 이어 셋째, 노무현 대통령의 최근 정동영 후보에 대한 비판과 관련해 ‘지지해 주려면 화끈하게 지지해 주지 이런 저런 전제와 조건을 왜 다느냐’는 신당내 비판을 언급하며 "원칙의 문제를 회피하거나 적당히 덮고 넘어가선 국민들의 진심을 얻기 어렵다. 짚을 것은 짚고 풀 것은 풀어야 원칙이 설 수 있으며, 원칙이 서야 승리할 수 있습니다. 풀어야 할 문제를 풀어서 지지기반을 넓혀야 한다"며 해명했다. 정 후보에게 대한 문제제기는 지지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문제제기라는 해명인 셈.

홍보수석실은 마지막 네번째, "대통령의 문제 제기는 발목을 잡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노 대통령 발언이 거듭 정동영 후보 비토가 아님을 강조한 뒤, "상대방과 분명한 차별성 없이는 국민의 더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진정한 승리는 상대방과의 선명한 차별화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다. 그런 차원에서도 짚을 건 짚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보수석실은 마지막으로 노 대통령과 문국현 후보간 관계에 대해 "문국현 후보와 관련해서도 일각에서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현재 대통령의 처지가 문 후보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거나 주문을 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특히 대통령은 문 후보에 대해 잘 모르고, 어떤 입장을 가질 만큼 검증을 거친 분이 아니어서 대단히 신중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외의 오해는 없기를 바란다"며 분명한 거리를 뒀다.

홍보수석실은 노 대통령은 23일 보냈다는 메모를 공개하는 것을 글을 끝맺었다.

“정치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서 승리해야 하고 ‘편’을 짭니다. 승리 편도 중요하지만, 이는 가치실현을 위한 과정이고 수단입니다. 편만 짠다고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원칙과 가치가 있어야 편도 늘어나고 승리하는 것입니다. 정치는 음모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지금까지 정치를 하면서 얕은꾀를 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끊임없이 원칙을 말해온 것입니다. 지금도 나는 대의나 원칙을 얘기하고 있을 뿐입니다. 정치는 대도로 가야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