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는 실패한 시세조종"…권오수 집유·벌금
법원 "동기·목적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해…일부는 시효 만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10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는 시세조종의 동기와 목적이 있었지만, 시세 차익 추구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 성공하지 못한 시세조종으로 평가된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권 전 회장은 도이치모터스 우회 상장 후 주가가 하락하자 2009년 말부터 2012년 말까지 이른바 '주가조작 선수'와 '부티크' 투자자문사, 전·현직 증권사 임직원 등과 짜고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2021년 12월 기소됐다.
검찰은 범행을 시기별로 다섯 단계로 구분했는데, 법원은 이 가운데 1단계(2009년 12월∼2010년 9월) 전부와 2단계 초기(2010년 9∼10월)에 해당하는 공소사실의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며 면소로 판결했다.
주가조작의 공소시효는 10년인 만큼 권 전 회장 공범들이 기소된 날부터 10년 전인 2011년 10월 26일 이전의 일은 죄를 물을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범행 시기별로 수법이 달라 하나의 죄(포괄일죄)라는 검찰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2010년 10월 21일 이후로는 시세조종이 단일한 수법으로 이뤄졌다며 하나의 범죄로 인정해 기소 시점보다 10년 이전이지만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여러 범죄를 포괄일죄로 묶으면 공소시효의 기산점은 마지막 범죄가 끝난 시점이다.
재판부는 또 면소 대상을 제외한 통정거래와 가장거래 130건 중 29건, 현실거래(실제 거래) 3천702건 중 619건은 무죄로 판단됐다. 시세조종 목적이 있는 거래였다는 점이 불분명하단 이유에서다. 결과적으로 통정거래와 가장거래 101건, 현실거래 3천83건이 유죄로 인정됐다.
함께 기소된 이들 중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5명은 모두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전주' 역할을 한 손모씨와 김모씨 2명은 가담 사실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가 선고됐다.
도이치모터스와 무관하게 아리온테크놀로지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이 회사 실질적 운영자 이모 씨만 유일하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권 전 회장 등은 이 밖에도 시장에 호재성 정보를 유포하고 도이치모터스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소문을 흘려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도 받았지만, 이 부분은 사실관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피고인 권오수는 경영상 필요로 주가를 관리할 필요가 있었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시세차익을 추구하려는 동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피고인들과 수급 세력들이 주가가 급등한 시기에 얻어간 수익이 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범행 기간 중 주가가 급등락한 부분도 있지만,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한 것이라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또 "여타의 시세조종 사건과 대조적으로 이 사건에선 '엑시트'(차익 실현)가 없었다"고 부연했다.
검찰이 주가조작의 시작으로 본 2009년 12월 23일 주가는 2천250원(종가 기준)이었고, 2단계 주가조작이 끝난 2011년 4월 18일에는 7천930원이었다.
권 전 회장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부양으로 8천900여만원의 이익을 실현한 것으로 인정됐다. 유죄가 인정된 나머지 공범들은 최대 1억1천여만원의 이익을 보거나 도리어 수천만원 손해를 봤던 것으로 판단됐다.
이 사건은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에 돈을 대는 '전주' 역할을 했거나 주가조작이 의심되는 시기에 거래에 직·간접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큰 관심을 모았다.
권 전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김 여사의 계좌를 관리하거나 주식 거래를 대리하지 않았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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