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나간 MBC, "우크라이나=체르노빌" "아이티=폭동"

도쿄올림픽 개회식 중계방송때 최악의 방송사고로 뭇매 맞아

2021-07-24 1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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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2020 도쿄하계올림픽 개회식을 중계방송하는 과정에 일부 참가국들을 비하하는 사진과 자막 등을 사용하고 틀린 소개를 하는 등 최악의 방송 사고를 내, 뭇매를 자초했다.

MBC는 23일 밤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개회식 중계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 체르노빌 원전 사진을 사용했다.1986년 벌어진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공식 사망자만 3천500명, 피해자가 40만명에 달하는 인류 최악의 원전 참사다.

또한 아이티 선수단이 입장을 할 때에는 최근 일어난 폭동 사진과 함께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자막을 달았다. 마셜 군도를 소개할 땐 "한 때 미국의 핵실험장"이라는 문구를 넣기도 했다. 시리아에 대해선 '10년째 진행중인 내전으로 유명하다'고 했다.

엘살바도르 선수단 소개 때는 비트코인 사진을, 루마니아에는 드라큘라, 노르웨이에는 연어, 이탈리아에는 피자, 영국에는 여왕 사진을 국가 소개로 사용했다.

칠레를 소개할 때는 “산티아고 순례길로도 또 많은 분들에게 익숙한 나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산티아고 순례길은 칠레가 아닌 스페인 등 유럽에 있다.

MBC의 상식밖 행태에 방송 도중 시청자들의 질타가 빗발쳤고, MBC는 결국 방송 말미에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비난이 그치지 않자 MBC는 24일 입장문을 내고 "23일 밤 도쿄올림픽 개회식을 중계방송하면서 국가 소개 영상과 자막에 일부 부적절한 사진과 표현을 사용했다"며 "해당 국가 국민과 시청자 여러분께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MBC는 "개회식에 국가별로 입장하는 선수단을 짧은 시간에 쉽게 소개하려는 의도로 준비했다"며 "당사국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크게 부족했고, 검수 과정도 부실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파문 진화에 부심했다.

이어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영상 자료 선별, 자막 정리 및 검수 과정 전반을 철저히 조사한 뒤 결과에 따라 엄정한 후속 조처를 하겠다"며 "나아가 스포츠 프로그램 제작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 유사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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