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골수친노 대선주자중 하나인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이 4일 장관 퇴임후 첫 공개강연에서 한미 FTA는 고 박정희 대통령이 택한 경제노선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한미 FTA의 불가피성을 강변하면서도, 한나라당과 이명박-박근혜 후보를 비난하는 등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특히 왜 한나라당이 지지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 왜 다수 국민이 한나라당보다 노무현정권을 더 싫어하고 있는가에 대한 친노진영의 '인식 부재'를 재차 드러냈다.
유시민 "박정희는 성공한 독재자. 盧의 한미FTA는 박정희 때문"
유 의원은 이날 부산 적십자회관에서 열린우리당 부산지역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모임인 '희망부산 21'이 주최한 `21세기 대한민국 발전전략'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성공한 독재자"라며 "독재자라도 성공한 것은 인정해야 하고 성공했더라도 독재자는 독재자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채택한 수출주도형 산업화 전략은 대한민국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그 결과 대한민국은 통상국가가 돼 통상이 아니면 살 수 없게 됐다"며 "죽으나 사나 이 길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역설적이지만 개인적 성향과 가치관이 전혀 다른 노무현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이 쳐놓은 레일 위에서 한미 FTA의 결단을 내렸다"면서 "한미 FTA 체결은 70년대에 이미 프로그래밍 돼있었다"고도 한미FTA 체결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진보진영이 신자유주의의 절정인 한미FTA 체결을 비난하나 박정희 대통령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궤변인 셈.
그는 그러나 "대한민국은 문을 더 열어서 선진통상국가가 돼야 하지만 문을 여는 것은 성공할 기회를 얻는 것에 불과하다"며 구체적으로 대한민국을 사회투자국가로 개조해 진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투자국가'란 "경쟁력의 원천인 `사람'에게 투자하는데에 역량을 집중하는 국가"라며 "`비전 2030' 처럼 복지예산을 늘리고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신이 내린 정당"
유 의원은 한나라당에 대해선 "10년전에 멀쩡하게 날아가던 비행기를 꼴아박은(처박은) 정당이 한나라당으로 한나라당은 '양심불량 정당', '기억력 상실정당'"이라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은 한나라당 정권이 잃어버리게 만들었던 대한민국의 미래를 다시 찾아온 10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차떼기를 해도, IMF로 나라를 말아먹어도 국민들이 다 용서하고 공천 팔아먹고 매관매직해도 국민지지율이 1등"이라며 "한나라당은 무슨 짓을 해도 괜찮은 신이 내린 정당"이라고 우회적으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등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에 대해선 "목표만 제시할 뿐 방법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어느 사업을 줄이고 어디서 재원을 조달하냐고 물었을 때 씀씀이를 아끼고 낭비를 줄이겠다고 말하는 것은 정책이 아닌 구호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이명박 후보의 747 정책에 대해 "다른 나라들이 0% 성장하고 우리가 연 7% 성장을 계속해도 7대 경제강국에 들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이 4일 저녁 부산 적십자회관에서 열린우리당 부산지역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들의 모임인 '희망부산 21'이 주최한 강연회에서 특유의 독설을 쏟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출마, 아직 마당 없어 판단 유보"
그는 자신의 대선출마 여부에 대해선 강연 첫머리에 "언론에서 내게 관심을 갖는 건 딱 하나, 대선에 언제 나오느냐 하는 것"이라며 "이미 결정해 놓고 택일만 남겨놓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선거권을 가진 국민으로서 지지자들과 토론하고 존경하는 분들과 상의도 해서, 경선에 나서는 게 국민 일반이나 정치발전을 위해 유익하면 결과에 개의치 않고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위한 자원봉사를 하겠다"며 "무소속이 아니라면 어딘가 마당(정당)이 있어야 하는데 마당이 없는 상황에서 출마하겠다는 게 너무 이상해 보여 어떤 판단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해 범여권의 대통합 여부를 지켜보고 있음을 드러냈다.
유 의원은 오는 12일 광주에서 2차 강연을 갖기로 하는 등 대선출마 선언을 앞두고 '말의 정치'를 본격화한 양상이다.